뉴스밸런스는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거나 화제가 되는 이슈 및 정책을 대상으로 찬성론과 반대론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논쟁터입니다. 양측 주장과 의견을 최대한 공정하고 충실히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의 정확한 판단과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제는 “인명 구조하려 현관문 강제 개방한 건데…소방당국에 ’수리비 요구‘ 논란”입니다. 최근 광주의 한 빌라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인명 수색을 위해 잠긴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했다가 문 수리비 배상 요구에 직면한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
▲지난달 11일 새벽 광주 북구 신안동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의 모습. /광주 북부소방서 제공 |
25일 광주 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오전 2시 52분쯤 광주 북구 신안동 한 빌라 2층에서 불이 났다. 출동한 소방관들은 집집마다 현관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호소했다.
이렇게 입주민 5명을 대피시켰고, 이후 옥상에 대피한 2명을 더 구조했다. 이 과정에서 1층에 있던 2명은 자력으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4층에 있는 6가구에서는 응답이 없거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에 소방관들은 깊게 잠들었거나 연기를 흡입해 의식을 잃은 거주자가 있다고 판단해 해당 세대의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인명 수색을 했다. 이 과정에서 6가구의 현관문과 도어록이 파손됐다.
불이 난 빌라는 4층 규모로 10여 가구가 살고 있다.
통상 화재로 인해 다른 가구가 피해를 본 경우 처음 불이 난 집주인이 배상해야 하며, 개별적으로 화재보험에 가입된 경우 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2층 주민이 이날 화재로 사망했고, 6가구 역시 화재보험에 들지 않아 사실상 보상받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주민들은 수리 영수증을 근거로 소방서에 현관문 수리비 배상이 가능한지 검토를 요청했다. 한 세대당 130만원으로 총 800만원에 달했다.
그 결과, 보험회사 측은 ‘인명 수색 중 현관문이 파손됐기 때문에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활동으로 인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경우 행정배상 책임보험을 통해 배상받을 수 있으나 이 또한 소방관의 실수나 위법한 행위로 인한 손실에 한해서다.
소방서 측은 소방서가 가입한 행정배상 책임보험으로 현관문 수리 비용을 처리할 수 있는지 검토해 봤다. 결국 보험회사 측은 “적법한 인명 수색 중 현관문이 파손됐기 때문에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상급기관인 광주소방본부는 이러한 사례에 대비해 마련한 예산 1000만원이 있지만 800만원에 달하는 배상비에 예산의 80%를 한꺼번에 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부소방서 관계자는 “불이 난 새벽 시간 잠이 들어 미처 대피하지 못하거나 이미 연기를 마시고 의식을 잃은 부상자가 있을 수 있어 일부 세대 현관문을 강제로 열었다”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재산 피해를 소방본부 예산으로 배상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다른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조 측은 “해당 사건은 소방당국의 예산 한계와 화재보험 미가입으로 인한 어려움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은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 소방관들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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