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책임 방기하게 해…보호출산제 대신 보편적 임신·출산·양육지원법 제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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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제 폐지연대, 고아권익연대는 지난 19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호출산제 폐지와 ‘보편적 임신·출산·양육지원법 제정’을 요구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홈페이지 |
아기를 키우기 힘든 임산부가 가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돕는 보호출산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시행 첫날부터 이 제도가 오히려 신생아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고, 아동 유기를 합법화하는 제도라고 비판하며 즉각 폐기를 주장했다.
22일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등 보호출산제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보호출산제 폐지연대’와 고아권익연대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호출산제는 아동 유기를 합법화하는 제도”라며 보편적 임신·출산·양육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보호출산제가 아동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 권리, 부모를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아동과 산모 모두 보호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보호출산제는 ‘보호’라는 단어로 위장한 익명 출산이며, 아동 유기와 고아 양산을 발생시킬 재앙과도 같은 법”이라며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권리 및 부모를 알 권리에 대해 보장하지 않고, 아동뿐 아니라 산모도 보호하지 못 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보호출산제는 아동의 생명을 구하는 게 아닌 경제적, 심리적, 신체적 사유로 자녀 양육이 어려운 어른들에게 익명을 부여해 미혼모뿐만 아니라 장애아동, 미숙아, 이혼을 결정했으면서도 출산을 앞둔 부부 등 자녀 양육의 책임을 방기하는 복지권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보호출산제가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친생부모의 정보를 익명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태어난 아이는 부모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며 “자신의 성과 이름조차 알 수 없다. 부모로부터 출생등록 될 권리는 물론, 뿌리에 대해 알 권리, 자신을 낳아 준 부모에게서 자랄 권리마저 빼앗긴 채 삶을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호출산제는 미혼모와 아이를 보호해준다는 명목하에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엄마와 아이를 합법적으로 그것도 익명으로 분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실체이고 본질”이라며 “보호출산제를 폐지하고 임신과 출산, 양육 지원에 초점을 맞춘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도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아이는 평등하며, 성별·국적·장애 여부·종교 등 관계없이 생명과 존엄·기본권을 차별 없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며 “유기 피해 당사자로서 우리는 우리가 겪었던 비극적 가족 분리와 단절, 이산의 아픔이 또다시 생겨나지 않도록 유기피해를 조장하는 보호출산제의 위선과 거짓에 의연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위기 임산부가 양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영창 국내입양인연대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아이, 엄마 그 누구도 보호하지 못한다”며 “산모의 출산 사각지대를 없애고 안정적인 양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양육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라”고 강조했다.
보호출산제가 장애아동이나 미숙아를 합법적으로 유기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장애아동의 양육을 포기하는 상황을 더 유도한다는 것이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자녀를 원하지 않을 경우 그 아동을 키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관계를 단절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면서 “부모를 익명으로 하는 것은 정말 신중하게 고려해야 될 문제”리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익명 출산된 아등이 좋은 가정에 입양될 수 있다는 거짓 선동을 즉각 멈추고 원가족 양육을 지원할 수 있도록 아동권리보장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보편적 임신, 출산, 양육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 제정과 양육비 대지급 국가책임제, 장애아동 양육 인프라 구축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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