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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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그런 아이였다. 말도 많고 많이 다치고, 깨지면서도 시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소년만화 속 주인공이고, 시트콤 속 말괄량이였다. 그래서 내 아이도 당연히 이러리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미디어 속 아이들도 비슷했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모든 아이는 이렇겠다고 착각했다.
내 아이는 나의 편견을 모조리 깨부쉈다. 친구네 집에 가면 그 집 식탁 밑에 기어들어가 음식을 먹었다. 친구, 친구 엄마, 지나가는 할아버지, 어린이집 선생님, 그 누구와도 인사하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면 일단 내 뒤로 숨었다. 미끄럼틀 입구 앞에서 내려가려 하다가도 누군가 다가오면 뒷걸음질 치며 순서를 양보했다. 아무리 가지고 놀고 싶은 장난감도 먼저 노는 사람이 있으면 다가가지 않았다. 친구들과 떠난 1박 2일 여행에서 목소리를 한 번도 들려주지 않은 날도 있었다. 가족 외의 사람들 앞에선 잘 웃지도 않았다.
'그래, 이런 아이도 있지.' 머릿속으로는 이해했다. 나와 전혀 다른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마냥 귀여워 보이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언젠가는 변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같은 상황이 반복되니까 조바심이 일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개입해서 아이를 바꿔 봐야 하지 않을까?' 아이를 믿어주며 기다리고 싶다가도, 활발히 뛰놀며 겁 없이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다른 아이들을 보면,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괜찮아. 나도 어릴 때 그랬는데 지금 아주 잘 살고 있어." 나도 안다.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걸. 발랄하고 적극적인 아이만이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안타까운 거다. 다른 이들은 편하게 마주하는 상황 속에서 혼자만 잔뜩 긴장한 채 적응하는 것에 에너지를 모두 써버리는 나의 아이가. 매번 상대의 눈치를 보며 자신이 하고픈 일은 시도도 못하는 아이가.
나의 섣부른 개입이 아이 존재 자체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 행동으로 보이진 않을까,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싶어 시름만 깊어지던 와중, 이다랑 작가의 <불안이 많은 아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책 속에는 다양한 이유로 불안한 아이들이 나온다. 책에는 아이의 불안을 줄여 줄 수 있는 방법과, 아동 발달 심리 전문가인 저자가 불안이 많은 자신의 아이를 키우며 겪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든 책이 그러하듯, 내 상황을 완벽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위안이 된다. 전문가의 이야기라 안심도 된다. 이런 방법도 활용해 볼 수 있겠구나 하는 힌트도 얻는다.
이 책이 참 고마운 이유는 아이의 불안을 단순히 '고쳐야 할 결점'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고유한 기질과 속도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남들보다 조심성이 많은 아이를 보면 조급해져서 억지로 세상 밖으로 떠밀거나 다그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아이마다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속도가 다를 뿐이라고 다독인다.
이 책을 읽는다고 당장 아이의 성격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아이가 낯선 세상 앞에서 느낄 두려움의 무게를 이제 조금 더 구체적으로 헤아려 줄 수 있다. 아이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대신, "괜찮아, 천천히 네 속도대로 가도 돼"라고 말해 주며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 이게 지금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가장 먼저 건네야 할 진짜 응원이 아닐까.
나와 비슷한 고민 중인 부모에게 이 책이 잔잔한 위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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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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