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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
쿠바에서 탈북한 외교관이 “북한은 트럼프 당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폐쇄된 북한정부의 깊숙한 정보나 트럼프를 얼마나 알고서 그랬는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이 그렇다면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그의 발언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오해하도록 만든다. 경솔했다.
선거 이후 트럼프 측에서 대북정책에 대해 밝힌 것은 없다. 그러나 트럼프의 외교안보 이념·원칙들에 따라 북한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다.
■마르크스주의·공산주의·사회주의 절대 거부, 경제안보가 국가안보, 중국은 최대의 적, 이란 핵무기 불가, 전쟁보다 평화, 명분 없는 전쟁개입 반대, 군대는 존중하나 군산복합체 거부.
트럼프 진영은 이미 합참의장 등 마르크스주의에 물든 군 수뇌부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트럼프는 자신의 외교안보 이념·원칙을 실천할 인물들을 백악관·정부 요직에 내정했다. 그들을 살펴보면 북한정책의 방향·내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사람이 곧 정책이기 때문.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국가외교안보보좌관 마이크 월츠 하원의원, 수석 외교안보부보좌관 알랙스 웡 전 국무부 북한 담당 부차관보·북한 문제 부특사. 3명이 핵심이다. 웡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싱가포르·하노이 회담 실무 협상자. 앞으로 북한 관련, 한국이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루비오·월츠 내정에 일부 보수우파는 반대했다. 루비오는 트럼프의 고립주의 외교정책에 반대인 개입주의자, 월츠는 트럼프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제한 찬성한 이유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들을 택했다. 두 사람 모두 중국·이란에 강경하며 이스라엘을 지지하기 때문. 트럼프 4년의 외교안보는 중국·이란 견제와 이스라엘 지원이 중요 가닥이 될 것이다. 북한 문제도 그 틀 안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강력한 제재가 예상된다.
■루비오는 중국을 최대 적으로 여긴다. 중국 침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바이든 정부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쿠바에서 망명한 집안에서 태어난 철저한 반공주의자. “그런 배경 덕분에 공산국가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 받는지 안다.” 북한과 김정은을 불신하며 강력 제재를 주장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사회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웃기는 일이다. 그들은 모조리 사회주의 정책·인물에 투표한다.
중국은 바이던 정부 출범 뒤 미국 활동비를 5배나 늘렸다. 기회라고 여긴다. 중국은 영리하다. (바이든이 중국 돕는 법안을 만든 것은) 미친 짓, 바보짓이다.
2027년까지 중국은 군사력에서 미국과 비슷한 전력을 갖추고 경제·기술에서 미국을 넘어서려 한다. 그러나 미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그냥 잠 자고 있었다.
중국은 미국을 갖고 놀 줄 안다. 누가 중국에 강경한 대응을 원하면, 중국에 공장이나 판매 시장이 있는 기업들을 백악관에 보내 ‘경제 악영향 때문에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도록 한다. 이런 식 장난을 중국 학생들로부터 엄청난 돈을 버는 대학에도 똑 같이 한다. 대학들은 ‘학생들이 중국 군대·공산당을 위해 일하는지 알면서도 쫓아낼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 돈을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나이키·애플 등은 중국에서 수십조 달러를 번다. 그들은 중국에 굽실거리며 시키는 대로 한다. 미국은 비난하면서 중국에는 한마디도 못하는 위선자들이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을 약화시키고 세계를 지배하려는 권력에 굶주린 정권이다. 중국이 승리한다면 ·착취·정복·전체주의, 그리고 인간 본성 최악의 측면들이 지배하는 새로운 암흑기가 온다.“
월츠도 루비오와 비슷한 생각. 이들은 관세 등을 활용해 중국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트럼프가 탈퇴했던 이란 핵협정 복귀를 시작했다. “오바마의 최고 외교안보 작품”이라며 이란과 굴욕협상을 했다. 이란이 배짱을 부리자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서로 다른 호텔에 머물며 간접 대면이라는, 외교사에서 보기 드문 회담 방식도 감수했다. 바이든은 푸틴에 중재를 부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 그렇게 러시아를 비난하면서 러시아 대표가 협상을 이끌게 했다. 바이든은 세계를 속인 위선자였다.
■트럼프처럼 루비오도 핵무기로 이스라엘을 절멸하려는 이란을 용납하지 않는다. 제재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한다. 월츠도 바이든 정부·이란의 협상에 반대하며 ‘트럼프 식 최대 압박 제재’와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법안들을 주도했다.
전 국방부차관은 “바이든은 유가를 올려 이란을 도왔다. 트럼프는 경제를 붕괴시켜 이란을 제어할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 역량을 활성화해 유가를 낮춰 이란 경제의 허리를 꺾을 것이다. 바이든이 해제했던 이란 제재를 다시 시행할 것”이라 예상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이란에 강경책을 펴면서 그들과 동맹국인 북한을 그냥 두지는 않을 터이다. 이란의 핵 개발을 용납하지 않으면서 북핵을 눈감지는 않을 것이다.
루비오는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공동 발의하면서 “평양 정권이 여전히 자국민의 존엄성·인권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 김정은 정권에서 탈북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결코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트럼프가 원하는 비핵화를 어떻게 추진할지, 특히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전담시킬 웡과 어떻게 조화할지 의문이다. 웡은 북한 비핵화가 절대 목표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
오바마 안보보좌관이었으며 바이든 백악관 최고 실세였던 수잔 라이스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핵을 수용하고 평양에 대한 강경 발언 삼가라고 요구했다. 그런 노선에 따라 바이든 정부는 대북 제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웡은 “일부는 비핵화가 ‘비현실적 꿈’이라고 주장한다. 현실에 맞는 실용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이 일정 수준의 핵 능력을 유지하도록 허용하면서도 이를 축소 또는 동결하고, 일부 제재를 완화하는 방향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는 북한 핵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제재만 완화시키고 핵 개발 정당화를 가져온다. 다른 나라들이 핵무기를 추구하도록 부추긴다. 바이든 정부가 그런 유혹·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과 핵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보여 왔다.
“(싱가포르·하노이) 협상에서 북한 대표들은 권한이 별로 없었다. 그들 임무는 본질 문제인 비핵화를 향한 구체 단계를 논의하지 않도록 피하고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김정은은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불만·좌절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지 않았다.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핵 실험을 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우리는 핵이나 미사일 위기를 겪지 않았다. 김정은이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포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경제는 개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수백만 북한 주민들이 심각한 빈곤과 기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북한경제 발전은 중요한 목표다. 그러나 그것은 독립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 다른 목표들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 경제가 강해지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핵·화학·생물학 무기와 그 개발 체계다. 북한은 세계를 위협하면서 경제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
핵무기는 북한에게 칼도 방패도 아니다. 목에 걸린 무거운 짐일 뿐. 북한경제의 강화를 위해 북한의 완전 비핵화와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와 다르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오도된 것이다.“
홍콩 출신으로 펜실베이니아 대·하버드 법대를 나온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것은 중국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불행히도 중국 지도부가 한반도에서 우리와 세계가 공유하는 목표에 점점 더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중국은 5년에 걸쳐 자신들이 찬성했던 UN 제재 체제를 무효화하려 한다. 북한이 비핵화 단계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교역 등을 되살려 북한경제에 영향력을 확고히 하려 한다. 중국은 북한의 제재 위반에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베이징의 조언을 따르는 것은 평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멸 행위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 정책은 단순히 압박을 위한 압박이 아니다. 궁극 목표는 북한경제를 개선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를 위해 UN 결의 이행·비핵화를 위한 강력하고 검증 가능한 조치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북한은 진정으로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보상 받아야 한다. 진전을 이루기 위한 노력 속에서 대화·협상에 임해야 한다.
하노이 협상에서 북한 요구는 제재 완전 해제였다. 그 대신 영변 시설을 대가로 내놓았다. 우리는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에게 전달됐던 제안의 핵심은 간단했다. ‘영변이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 계획의 중요 부분인 건 맞다. 하지만 전체에는 조금도 근접하지 못했다’는 것.“
■한국인들은 트럼프가 마치 김정은에게 끌려간 줄만 안다. 그냥 인기만을 노린 정치 쇼나 한 걸로 생각한다. 그것은 늘 트럼프가 하는 일이면 뭐든지 부정 시각에서 보는 세계 좌파매체들을 그대로 믿는 탓이다.
김정은은 평양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2박3일 기차를 타고 하노이까지 왔다. 핵 폐기 약속 없이 선물만 챙겨 돌아가려 했을 터. 그러나 웡의 증언대로 어설픈 술책이 통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철두철미한 승부사. 김정은이 핵 폐기 확답을 안 하자 바로 회담을 중단하고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김정은의 평양 행 2박3일은 악몽 같은 고통이었을 것이다.
트럼프와 외교안보 핵심 참모들은 북한이 완전하게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심각한 고통을 안겨 줄 것으로 보인다. 무지·무능한 한국 대통령과 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배경과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할지 의문이다. 불안한 정국 때문에 그런 의문·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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