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산은 여덟 개인가? 두 개인가?

여덟 개의 산 |147분 |감독·각본: 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제7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강미유 기자

miu@newsbalance.co.kr | 2023-09-16 01:15:13

  영화 '여덟 개의 산'[칼럼니스 강미유] 네팔 신화에 세상은 여덟 개의 산과 바다가 있다. 그 중심에는 커다란 수미산이 자리한다. 불교 우주관에서 세계의 중심이라고 여겨지는 ‘수미산(須彌山, Sumeru)’ 개념이다. 종교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는 이를 지구의 배꼽이라고 칭했다.

 

파올로 코녜티 소설 ‘여덟 개의 산’을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에서는 이렇게 묻는다.

 

“여덟 개의 산과 바다를 여행한 자와 수미산 한 곳에 오른 사람 중에 누가 더 많이 배울까?”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여덟 개의 산’에서 세계를 여행하는 피에트로(루카 마리넬리)와 한 번도 산을 떠난 적이 없는 브루노(알레산드로 보르기) 두 청년은 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 두 청년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날지 혹은 현재 서 있는 곳에서 원하는 삶을 찾았는지를 묻는 것만 같다.

 

  영화 '여덟 개의 산'

둘은 어릴 때 이탈리아 알프스에서 첫 조우한다. 도시에 사는 피에트로는 산을 사랑하는 아빠를 따라 산에 왔고, 브루노는 산에 남은 유일한 아이다. 두 소년은 자연을 누비며 우정을 나누지만 방학이 끝나면 헤어질 운명이다. 성인이 된 후에야 피에트로는 아빠가 세상을 떠나자 산을 찾고 브루노와 재회한다.

 

주된 배경이자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로 작용하는 산을 80% 이상 촬영한 장소는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발레다오스타’이다. 발레다오주는 이탈리아의 20개 주 중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곳으로, 아오스타를 주도로 한다. 프랑스, 스위스 국경과 맞닿아 있으며, 알프스 3대 명봉으로 불리는 몽블랑(4,807m)과 마터호른(4,478m), 몬테로사(4,634m)를 간직했다.

 

또한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곳은 아야스 계곡으로, 몬테로사 산맥에 자리한다. 아오스타 밸리의 중심부와 몬테로사와 맞닿아 있다.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이 수영하는 호수 ‘그레논’은 실제로 프뤼디에르 호수(Lago di Frudiere)에서 촬영했다 아야스 계곡과 그레슈니 계곡 사이에 자리 잡은 푸른 호수로 잘 알려져 있다.

 

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두 감독은 “우리는 ‘기억’이라는 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고 싶었다”며 “아주 사소해 보이는 유년기의 경험이 어떻게 한 인간을 지탱할 수 있는지, 수십 년 동안 그것이 어떻게 (내면의) 중요한 것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영화 '여덟 개의 산'

 

▶다음은 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이 관객에게 보내는 편지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가 이 영화를 전적으로 함께 만들게 될 것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이 모든 건 펠릭스가 먼저 작업하고 있던 스크립트를 쓰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브로큰 서클>로 한차례 같이 일을 해본 적이 있었고, 다시 무언가를 함께 하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첫 번째 락다운이 시작됐을 때 물론 전 세계가 위기였겠지만 우리는 실존적 차원에서 부부로의 폭풍 같은 시기를 겪고 있었고, 그때 함께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놀라우리만치 순수한 이야기가 우리를 어떤 ‘힐링’으로 데려가 줄 것이라는 걸 알았다.

 

이 이야기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더 나아가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봤다.

 

우리 두 사람은 친구이고, 서로 사랑하며, 파트너이기도 하고 아들을 함께 키우는 부부이다. 영화로 발전시키는 과정은 우리가 주인공이 되어 성장하고, 우정을 찾고 잃어버리기도 하며, 가족과 끊어지고, 용서를 구하고,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또 죽음을 마주하고, 자연에 둘러싸이는 것들을 가능하게 했다.

 

우리는 아주 작은 손짓으로 이야기하는 한 편의 대서사시 같은 영화를 만들기를 원했다. 모든 존재의 연약함과 강인함에 관한 시는 인간에게도, 동물에게도, 산 위의 식물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어떠한 냉소주의가 없어도 말이다.

 

또한, 우리는 ‘기억’이라는 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고 싶었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유년기의 경험들이 어떻게 한 인간을 지탱할 수 있는지 그리고 수십 년 동안 그것이 어떻게 (내면의) 중요한 것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싶었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도시의 집 안에만 갇혀 있었고, 세계의 많은 이들 또한 밖을 향한 갈망을 경험했을 것이다. 자연은 파올로 코녜티의 책의 중요한 주제이다. 이 영화를 만드는 동안 자연의 로맨틱함과 애환은 물론, 위험하고도 무자비한 현실을 탐구하는 것까지도 모두 아름다웠다.

 

우리의 상상력을 위해서든, 이탈리아와 네팔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든 <여덟 개의 산>의 주변을 서성일 수 있는 건 행운이었다. 우리는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약 8개월 동안 알프스로 이사했으며, 나중에는 모든 스태프들이 히말라야를 등반하기도 했다. 산에 있다는 것은 무자비하고 정직한 환경 속에서 당신 스스로와 대면하는 것을 의미한다. 왜 당신은 정상에 가려고 하는 것인가? 그 곳에 정답은 없고 우리 또한 여전히 정답을 찾지 못했다. 그저 의문 속에서 다시 내려갈 뿐이다.

 

 영화 '여덟 개의 산' 

|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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