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조금 역겹지만 매우 흥미로운 곤충에 대하여

위대한 파리 | 에리카 맥앨리스터 지음 | 마리앤미

유소영 북에디터

mdbiz@newsbalance.co.kr | 2023-11-08 00:05:42

  /유소영 북에디터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에서 활동 중인 네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북에디터 유소영] 최근까지 윙윙거리는 모기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유럽에서부터 건너와 우리나라에도 퍼졌다는 빈대 때문에 걱정인 분도 있겠다. 오늘은 모기, 빈대만큼이나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 한 곤충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지구상에는 늘 1000경 마리의 곤충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인간 1인당 곤충 2억 마리꼴이다.

 

곤충학자 에리카 맥앨리스터는 이 수많은 곤충 중에서도 하필 파리와 사랑에 빠졌다. 그것도 어렸을 때부터. 그는 평생에 걸쳐 작은 생물들에 흥미를 느껴왔고, 썩어가는 동물 사체에 들끓는 구더기를 관찰하는 것도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일한 덕분에 세계 최고의 파리 소장품을 갖고 놀 수 있었다고 수줍게 고백하기도 한다.

 

파리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곤충 중 하나다. 하지만 그만큼 파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지는 의문이다. 분명 에리카 맥앨리스터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파리는 결코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곤충이다. 책이나 드라마에서 파리는 늘 동물 배설물이나 사체, 쓰레기 등에 모여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위대한 파리> 저자 역시 ‘확실히 인간은 파리를 좋아하지 않으며 그래서인지 파리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다’고 쓰고 있다.

 

이 책에는 인간에게 멸시당하는 각종 파리에 대한 유쾌하고도 진지한, 애정 넘치는 소개가 가득하다. 파리의 신체 구조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는 않지만, 환경과 파리 간 상호 작용을 다루고 있다. 그 상호 작용이 인간에게 해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욱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를 들어 파리는 지구상의 분해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리가 없다면 지구상에는 배설물이 사람 무릎 높이까지 쌓였을 것이라는 부분에서 나는 그들이 배설물 주위에 날아다니는 것을 감사해하기 시작했다.

 

파리는 꽃들을 수분시키는 매개체로도 활동한다. 파리가 카카오나무 꽃을 수분시키지 않는다면 우리에게서 초콜릿은 사라질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분야에서도 파리는 대활약을 펼친다. 파리는 죽음의 사자로도 여겨지는 생물이다. 동물이 죽으면 가장 먼저 시체에 접근하는 곤충이 파리인데 이들은 몇 분 안에 시체에 모여든다. 사체에 파리가 도착하는 종별 순서는 예측이 가능하다.

 

또한 사체의 부위와 부패 정도에 따라 찾아오는 파리의 종도 달라진다. 법의학자는 어떤 종류의 파리가 있는지, 파리 유충인 구더기 성장 정도는 어떤지 등에 따라 사망 시각을 추정한다. 이렇게 범죄 수사에서 곤충을 관찰해 피해자 사망 시간과 원인을 추정하는 학문을 법의곤충학이라고 한다. 부패한 상태로 발견되는 시신은 분석 기술이 발전했다 해도 정확한 사인이나 사망 시간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법의학 전문가는 시신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데 법의곤충학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법의곤충학 외에도 구더기는 인간에게 여러 방면으로 유용하다. 검정파리의 구더기는 부상 부위나 시체의 괴저 부위를 먹는 데 특화되어 있어 괴저 치료에 많이 쓰인다.

 

2017년 출간된 원서에는 (내 눈에는 '똥파리'로 보이는) 파리가 귀엽게 앉아 있다. 이 책은 최근에야 국내에 번역되었다. 아름답고 화려하며 정교한 파리 사진과 그림이 처음에는 살짝 무서울 수도 있다. 자연계에 관심 있어 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북에디터 유소영. 책을 만드는 데 시간을 쏟느라 정작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한 것이 슬픈 출판 기획편집자. 요즘은 눈을 감고도 읽을 수 있는 오디오북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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