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민원 아예 없는 완벽한 교사다”…현직 교사 인터넷 사연 보니 ‘기가 막혀’
김성호 기자
ksh@newsbalance.co.kr | 2023-09-06 16:55:29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교권 침해를 비롯한 공교육 붕괴 현장을 적나라하게 담은 인터넷 글이 화제다. 지난 4일 현직 초등교사로 추정되는 A씨가 ‘나는 민원 아예 없는 완벽한 교사다’라는 제목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됐다.
A씨는 이 글에서 “업무도 잘 한다고 소문났고 학급 운영도 잘 한다고 소문났다. 학교에서 가장 민원 많고 문제아들 많은 학년에 내가 간다. 그러면 아무 문제 없이 1년 지나가고 학생 학부모 관리자 모두가 만족한다. 나는 업무도 항상 가장 어려운 업무를 한다. 업무부장에 학년부장, 학폭(문제) 등 사람들이 가장 기피 하는 업무들을 도맡아 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어떻게 이렇게 완벽해질 수 있었는지 진작에 공유했으면 모두가 편해졌을 걸 하는 마음이 들어 지금 글을 쓴다”고 부연했다.
A씨가 이 글에서 ‘민원 아예 없는 완벽한 교사’가 된 사연을 보면, 역설적이게도 우리 학교 교육현장의 서글픈 자화상 일부를 대면하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A씨는 ‘민원 아예 없는 완벽한 교사’가 된 ‘비결’을 아래와 같이 적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숙제, 일기, 나머지 공부 절대 없다.
수업은 항상 빨리 끝내고 쉬는 시간은 많이 준다.
애들이 싫어하면 절대 안 한다.
학부모에게는 듣기 좋은 소리만 한다
무조건 좋은 말만 적는다.
1년 동안 피구 맨날 하고, 패드 활동 맨날 하고, 보드 게임 맨날 하고
내가 엄하게 지도하는 경우는 두 개뿐. 싸우거나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만. 나머지는 웃으면서 기분 안 나쁘게 말로 지도하고 끝낸다.
수업 시간에 떠들지 않고 딴 짓 하면 놔둔다.
교직에 입문하면서 나름대로 의욕과 열정이 많았을 법한 A씨는 왜 이렇게 ‘복지부동 교사’로 변하게 됐을까?
A씨가 이 글에서 주장한 자초지종은 다음과 같다.
첫 발령 당시 신규 교사 답게 수많은 실수들을 저질렀다. 학생들에게 꾸지람을 많이 했다가 선생님을 무서워한다는 민원을 맞았다. 이후 학생들에게 꾸지람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숙제도 많이 내고 일기도 매일 쓰게 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 있으면 나머지 공부까지 시켰다가 학원 공부에 지장이 있다는 민원을 맞았다. 이에 일기와 숙제 나머지 공부를 시키지 않게 되었다.
몇몇 아이들 보상으로 남겨서 간식도 사주고 남아서 놀기도 했다가 선생님이 몇몇 학생만 편애 한다는 민원을 맞았다. 학생들을 공정하게 대하기 위해 하교 시간에 모든 아이들을 정확한 시간에 하교 시키게 되었다.
사비를 들여 학급 전체에 피자를 돌렸다가, 수업 시간에 떡볶이 화채 빙수 샌드위치 등 요리를 해 먹다가 “식중독 걸리면 어쩔거냐”는 민원을 맞았다. 이후 교실에서 그 어떤 간식을 제공하지 않게 되었다.
군대 제대 후 다시 돌아간 학교 분위기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계모에게 학대 당하는 아이가 있어서 매뉴얼 대로 신고를 했다가 내가 신고했다는 것이 알려지고 학생 어머니가 학교에 와서 난리를 쳤다. 아동 학대 신고를 다신 하지 않겠다고 다짐햇다.
이듬해 미숙한 상담으로 학부모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한 학생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는데 1시간 동안 계속 학교에 서운하다는 등 뜬구름 같은 소리만 하길래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니까 화내고 전화를 끊더니 교무실로 전화 해서 다음날 학생 아버지와 교장실로 오겠다고 하는 등 난리를 쳤다. 학부모 상담에서 ‘잘 하고 있습니다’ ‘교우 관계 좋습니다’ ‘수업 태도 좋습니다’ 등 듣고 싶어하는 좋은 말만 해주게 되었다.
이 학부모가 나를 아동 학대로 고소했다. 고소 사유는 내가 아이를 욱박 질렀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게 되었다.
우리 반에 금쪽이가 왔다. 교실에서 맨날 소리 지르고 다른 애들에게 욕하고 수업 시간에 밖으로 뛰쳐나가는 아이였다. 수업을 적게 하고 노는 시간을 대폭 늘리게 되었다.
‘제가 안 하면 어쩔 건데요?’라는 금쪽이의 말을 듣고 크게 깨달았다. 아무것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안 하는 학생들에게 뭔가를 시키지 않게 되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전직 교사로 100% 공감. 교사들끼리 자조하는 말. 열정이 있는 교사는 민원 대상. 열정이 없는 교사는 착하고 맘좋은 교사” “공부 안시키고 지도를 덜할수록 좋은 교사가 된다는 거네” “요즘 부모들이 애들를 바보로 만드는구만” “지금 세상에선 저렇게 하는 게 정답일지도” 등과 같은 공감과 자조 섞인 댓글을 많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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