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이 광활한 우주에서 나만 힘들다고 느낄 때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북에디터 정선영 / 2023-08-30 00:05:43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 저자: 한덕현 이성우 | 한빛비즈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에서 활동 중인 세 명의 북에디터가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북에디터 정선영

 

[도도서가=북에디터 정선영] 씻을 기운도 없다. 긴 하루였고 많은 일이 있었다. 집에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고 거실 바닥에 드러눕는다. 그러자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답답하고 분하고, 어쩐지 억울하고 슬픈… 지금 이 기분과 감정을 딱히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다. 시원한 물에 샤워라도 하고 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것을 알지만, 그러려면 좀 더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이 광활한 우주에 나 혼자인 것 같다. 

 

이런 날이 있다. 나에게만 있는 아주 특별한 날은 아니겠다. 오롯이 혼자 있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또 가끔은 누구라도 붙잡고 이야기하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그런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이야기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면. 책은 그럴 때 좋은 상대가 되어준다. 그 책이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라면 더더욱.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는 불안 전문가 한덕현 교수와 록밴드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가 쓴 책이다.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 불면증에 겪던 이성우가 지인의 소개로 한덕현 교수를 만나 요즘 사는 이야기, 어린 시절 이야기 등을 나눈다. 이성우가 안고 찾아간 문제는 매일을 사는 우리가 한번쯤 혹은 여러 번 고민했던 것이다. 산다는 건 무엇인지, 인간관계는 또 왜 이리 어려운 건지, 나다움이란 무엇인지, 나이가 든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등등. 한덕현 교수는 이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여 해결책을 대신한다. 

 

정식 상담이 아니어서 그런지 쉽고 편안하게 읽힌다. 두 남자의 티키타카도 꽤나 재미있다.

 

사실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겪을 때 우리는 ‘정확히 무엇’ 때문에 힘든지 모른다. 이것이 가장 힘들고 답답한 지점이다. 콕 집어 말할 수 없다는 것. 한덕현 교수는 이럴 땐 정말 아무 말이라도 시작해보라고 조언한다. 엉켜 있는 생각과 감정이 말을 하면서 조금씩 정리가 되고, 그러면서 치료가 시작된다고. 

 

사실 이 책은 전 직장에서 만들었던 책이다. 막 출간되었을 때,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제목을 지으랬더니 왜 자꾸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하니. ‘불안한 것이 당연하고’ ‘답답해서 찾아오고’.” 그렇다. 한덕현 교수님과는 꽤 오래 작업을 함께해왔는데 직전에 낸 책의 제목은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였다.

 

북에디터의 기획은 본인 관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내 심리가 궁금해서 심리 정신분석학 도서를 기획했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쉽게 상처받고 이를 계속 되새김질하는 나를 보면서 ‘내가 문제인지, 저 사람이 문제인지’ 알고 싶기도 했다.

 

쉽게 흔들리지 않고 단단한, 그러니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을 보면 일단 부럽다. 자존감이 높으면 불안이나 우울 같은 심리적 문제를 잘 겪지 않는다. 불안은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 상태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불안을 잘 다스린다. 적절히 다스릴 수 있다면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고 한 걸음 더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 자존감이 타고나는 부분이 많다는 것. 높은 자존감을 타고나지 않았다면, 다른 노력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지치고 우울하고 불안할 때,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를 꺼내 든다. 에디터가 자신이 담당한 책을 개인적으로 다시 보는 일은 흔치 않지만, 이 책은 다르다. 거실에 두고, 일과를 마친 후 집에 들어와 지친 몸을 씻을 기운이 없을 때 일단 펼쳐 든다.

 

어느 페이지든 상관없다. 가만히 한 문장 한 문장, 두 사람의 대화를 읽다 보면 ‘그래, 그렇지, 그런 거야’ 하며 묘하게 위로가 된다. 앞서도 얘기했듯, 저자 이성우의 고민이 일상을 사는 우리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 그러니까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라는 사실에서 오는 위안과, 그에 대한 한덕현 교수의 조언이 다시 일어설 힘을 주기 때문이다. 

 

좋은 책과 좋은 저자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덕현 교수와 록커 이성우는 각각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다. 도도서가에서 출간할 차기작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북에디터 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인스타그램 도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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