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ㅍ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에서 활동 중인 네 명의 북에디터가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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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 박단비 |
[북에디터 박단비] 우리나라 사람은 소수에 속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 다수에 속하길 바라고, 대세와 큰 흐름을 따르기를 원한다. 남과 다른 것은 유별난 것이고, 소수 의견에는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다. 소수라는 이유로 쉽게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그런데 무시와 이유 없는 미움에는 참 어울리지 않는 어린이마저 바로 이 소수가 되었다.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이런 표어를 쓰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인은 아이를 낳지 않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한국은 세계적으로 출산율 바닥인 나라가 되었다. 한국을 뒤흔들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는 앞으로도 비슷할 거다. 어린이 또한 긴 세월을 소수로 살아야 한다. 그러니 어린이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더 이상의 너그러움도, 아낌없는 애정도 어른에게 바랄 수 없을 테니. 어흥.
재밌는 것은 다른 소수 집단과 다르게 어린이라는 집단은, 우리 모두가 지나온 집단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어른은 모두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어른이라는 세계로 넘어가는 중이다(이미 완전히 넘어간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소위 어른이라고 불리기 시작하면, 대부분은 어린이에게 등을 돌린다.
물론 이해는 한다. 소수에게 날을 세우고, 빡빡하게 구는 것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소수이기에 마주할 기회가 적고, 굳이 마주할 필요도 없다. 그러다 보니 상대를 잘 모르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려 하거나 잘 몰라서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어린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어린 시절을 거쳤지만, 먹고사는 어려움 속에서 점점 그때를 잊게 된다.
우리는 어린이를 낯설게 느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그래서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떻게 대할지 모르겠는 아주 낯선 상대로.
하지만 어린이는 낯설고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어린이는 사랑스럽고, 어른과 우정도 사랑도 나눌 수 있으며, 생각보다 배울 것이 많은 존재다. 잊고 있겠지만 당신 역시 그런 존재였다. 주변 어른에게 가슴 뭉클한 순간을 선물하고, 생각지 못한 말로 당황하게 하며, 때로는 귀엽고 우스운 이야기로 낄낄 웃게 만들던 존재. 그런 당신이 스쳤던 좋은 어른도 기억해 보자. 거기에 당신이 어린이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가 숨어있다.
아직도 어린이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어린이를 대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면, 책 <어린이라는 세계>를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면 어른들의 배려와 관심, 사랑을 먹고 자라는 어린이가 얼마나 대견하고 귀여운지, 사랑스러운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당신이 그런 어린이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면 좋을지,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도 가득 담겨있다.
책 속 저자는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다양한 어린이를 만난다. 그들과 함께 겪은 이야기, 그들을 보며 떠오른 생각을 이 책에 풀어내고 있다.
어린이란 워낙 사랑스러운 존재여서인지, 아니면 저자가 따뜻한 시선으로 어린이를 바라보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글을 읽으면 내 마음도 몽글몽글해지고는 한다.
나는 주로 카페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내 표정에 놀랐다. 한 문단을 읽을 때는 피식피식 웃음이 났고, 한 문단을 읽을 때는 자못 심각해졌고, 한 문단을 읽을 때는 찔끔 눈물을 닦았다. 그중 제일 많이 느꼈던 감정은 따뜻함이었다. 어린이의 엉뚱한 행동이나 순수한 대화를 보고 있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어린이는 참 대단한 능력을 타고나는 것 같다.
이 책 한 권으로 세상이 놀랍게 바뀌기를 바라진 않는다. 다만 많은 어른이 이 책을 읽고 주변 어린이를 낯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렵고 귀찮은 존재로 여기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주변에 어린이가 꼭 많을 필요는 없지만, 어린이가 꼭 행복해야 할 필요는 있다. 배려와 관심, 사랑 속에서 어린이는 결국 우리가 되고, 행복한 어린이가 건강한 어른이 된다. 부디 이 사실만은 기억했으면 한다.
마지막은 책 말미에 저자가 남긴 문장으로 대신하고 싶다.
“어린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 속에서 자란다. 가정에서 보는 것, 학교에서 배우는 기초로 삼아서 세상을 보고 세상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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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비 북에디터.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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