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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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통 일할 때는 어떤 소리가 나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인데(물론 내 욕이 들리면 귀가 쫑긋해질 것이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동차 소음이 최근에는 시끄럽고 일에 방해가 된다.
의사 선생님에게 이를 상담했더니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끼는 건 어떻겠냐고 했다. 환청 들리는 환자들도 음악을 들으며 그 시간을 견딘다는 것이다.
“그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도 저에게는 소음일걸요”라고 답하고 나서, 도대체 나에게 소음이란 뭐고 듣기 좋은 소리란 뭘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처럼 이상한 생각을 한 사람이 옛날에도 있었다. 그는 바로 피타고라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그동안 소음(불협화음)으로 들렸던 대장장이들의 망치질 소리가 갑자기 ‘듣기 좋은 소리(협화음)’로 느껴짐을 알아챈다.
피타고라스는 대장장이 작업장으로 달려가 망치 무게에 따라 어떤 소리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연구와 실험을 반복하게 되는데, 비록 그의 주장은 오류가 있었지만 협화음 원리를 수적 비율로 탐구한 첫 사례였다.
이렇게 나는 그냥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 되었고, 피타고라스는 음악을 소리 영역에서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적 영역으로 옮겨 놓은 사람이 되었다.
저자는 음악의 본질이 들을 수 없는 정신적 영역이라고 말한다. 음악을 형성하는 소리는 진동으로 생성되지만, 음악은 현상을 넘어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말해주는 더 고차원적인 상태의 표현이다. 진동이 인간 귀에 전달되어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며 영혼을 움직이게 되는 이 복잡한 작용은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정확히 분석할 수 없는 여지를 남긴다.
그런데도 인류는 음악과 소리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많은 시도를 해왔다.
이 책 <사운드 오브 뮤직>은 과거 음악이 어떻게 해석되었고, 소리가 어떻게 생기고 전파되고, 우리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들리게 되는가를 다룬다. 기본적으로 어려운 내용이지만, 음악과 소리에 대한 기본적인 범위를 다루고 있고, 짧은 꼭지로 이루어져 있어 읽을 때 부담이 덜했다.
이 책에서는 소리의 많은 부분을 그래프로 나타내고 있는데, 여기서 소음의 특징은 불규칙한 파형을 보인다. 실제로 자연의 소리나 소음은 무작위적이며 예측 불가능하다. 그래서 음악은 소음이 아니라고 느끼고, 불규칙한 소리는 소음이라고 느낀다.
하나를 또 깨달았다. 그 누군가는 왜 본인 기타 소리에 고양이가 도망가는지, 이 책을 읽으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한편 소음 중에서도 음폭이 매우 넓어 시끄러운 소리가 나지만 우리에게 전혀 공해로 느껴지지 않는 소음도 있는데, 바로 백색소음이다. 광학에서 빛의 3원색을 합치면 백색이 된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백색소음은 모든 범위 주파수에서 균일한 전력의 스펙트럼을 지니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뇌파와 관련되어 심리적 안정을 준다고 한다.
음악은 주기성이 있어서 소음과 구별된다면, 예를 들어 남의 이어폰에서 삐져나오는 드럼 소리는 왜 소음처럼 들리는가? 아직 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다만 타악기는 음악에서도 예외적으로 비주기적 진동 소리를 낸다는 것은 알아냈다. 조화롭지 못하게 새어 나온 소리여서일 수도 있겠다.
듣기 좋은 소리와 듣기 싫은 소리의 구분은 엄청나게 많은 요소의 작용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에 대해 수많은 학자가 연구해 온 결과를 한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소리와 음악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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