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칼럼-국제정세의 진실] 나토 위해 한국전쟁 악용한 영국…러‧우전쟁도 희생양 삼고 있다.

편집국 / 2025-03-06 14:32:57
  ▲유럽 국가 지도자들이 지난 2일(현지 시간) 영국에서 나토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회담을 하고 있다. /나토 홈페이지
“역사는 되풀이된다.” 낡은 표현. 그러나 현실이다. 전쟁·경제위기·사회변혁 등은 시대가 달라도 비슷한 원인과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인간 본성이나 정치·경제의 구조 등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 정치이념에 대한 집착과 자국 이해만 추구하는 탐욕은 다시 잘못을 만든다.

한국전쟁은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NATO)를 위해 희생되었다.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의 희생양이다. 75년 전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1951년 4월 11일.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을 해임했다. “영국에서는 외무장관이 그 사실을 발표하자 하원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안도의 한숨이 미국에서도 들리는 듯했다.” 좌파 노동당 정권 때였다.

중공·북한이 아닌 영국이 왜 그토록 반겼을까? 대한민국 국민은 믿기 어려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 나토·유럽연합(EU) 사이의 갈등·대립의 뿌리가 그 해답에 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전쟁의 진실도 담겨 있다.

■영국은 나토를 위해 한국전쟁을 악용했다. 전쟁 승리, 대한민국의 통일은 안중에 없었다. 오로지 자국 이해만 추구했다. 탐욕의 나라였다.

영국은 1·2차 대전 모두 미국의 도움으로 생존했다. 2차 대전 후도 영국은 경제 등 많은 것을 미국에 의존했다. 그러나 경험 부족으로 미숙하다며 미국을 우습게 봤다. 옛 주인답게 오만했다. 그런 영국에게 맥아더는 미국 외교의 문제·결함을 상징하는 인물. 가당찮은 존재였다.

맥아더는 영국 외교정책의 거의 모든 원칙에 도전했다. 그의 신념은 “아시아 우선.” 소련이 팽창하면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가 가장 위험하다고 믿었다. 유럽은 스스로 방위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만을 위한 나토에 미국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경고였다. 만약 트루먼 세력과 영국이 맥아더의 세계 전략을 받아들였다면 오늘 한국은 전혀 다른 상황에 있을 것이다.

맥아더의 전략·독립성·과감한 행동은 영국을 두렵게 만들었다. 분노케 했다. 맥아더는 미국에서도 평생 군 안팎 공산주의자들과 싸운 사람. 영국의 사회주의 정권은 그를 용납하려 하지 않았다.

영국은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일본에서 연합군 최고사령관 맥아더를 제거하려 했다. “일본을 분할 통치해 영국 금융의 식민지”로 만들 계획을 맥아더가 반대했기 때문. 그는 영국의 개입을 단호히 막았다.

그런 맥아더가 유엔군 사령관이 되고 미국이 파병을 요청하자 영국은 펄펄 뛰었다. 합참의장은 “단 한 명의 병력, 단 한 척의 배도 맥아더 아래 둘 수 없다”고 버틸 정도.

■영국은 철저한 친 중공이었다. 중국 내 투자와 홍콩 중계무역을 지키기 위해 모택동의 중공을 승인했다. 중공의 유엔 대표권을 지지했다. 그래서 중공군 진입을 막기 위한 압록강 철교 폭파와 중국 해안 봉쇄 등 맥아더의 작전을 다 막았다. 영국은 친 중공 트루먼 세력과 힘을 합쳐 맥아더의 전쟁을 끊임없이 견제·방해했다. 많은 군사기밀이 영국을 통해 중공으로 새나갔다 (한국은 한국전에 관한 한 영국을 절대 용서해서 안 된다. 나중에 자세히 다룰 것이다).

1949년 창설된 나토의 목적은 소련 팽창 저지. 동맹 결성을 영국이 먼저 제안했다. 전쟁이 있어야 전쟁 대비 기구의 당위성이 생긴다. 영국은 나토의 존재 명분을 더 쌓기 위해 한국전쟁이 필요했다. 미국의 더 강한 약속, 더 많은 지원을 끌어내고 중공을 보호하기 위한 지렛대로 한국전을 악용했다. 영국은 미국의 다짐을 받은 뒤에야 맥아더 사령관을 인정하고 참전했다.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이 맥아더. 영국과 트루먼 정권은 한국전을 이겨 남한 주도 통일을 할 생각이 없었다. 영국의 지도대로 트루먼 정부는 나토 강화를 위해 한국전쟁을 교착 상태에서 오래 끌려 했다. 맥아더는 정반대였다. 한국인의 피해를 줄이고 빠른 통일을 위해 속전속결을 원했다. 마침내 트루먼 세력과 영국은 맥아더의 태평양 지역 모든 지휘권을 빼앗았다.

맥아더의 불길한 예상은 적중했다. 유럽은 나토가 미국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 양 뒷짐을 졌다. 부담·책임을 미국에 떠넘겼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진 이후에도 유럽의 좌파 정권들은 자체 방위 책임을 떠안지 않았다. 여전히 미국의 방대한 방위 약속에 의존했다. 미국은 나토를 위해 1조 달러 이상을 썼다. 중요한 해상로를 보호하고 핵우산을 제공했다.

나토 국가들은 미국을 상대로 엄청난 무역흑자를 누리면서도 국방비를 아꼈다. 대신 무상 의료 등 사회주의 정책으로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를 만들었다. 2021년 군사전문가들은 “독일군은 지원·장비 부족으로 고강도 전투 상황에서 완전한 자주 방어 능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그녀의 8년간 국방장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독일 군대를 버려두었다. 새 정부 국방장관은 “쓸만한 탱크가 없다”고 한탄했다. 영국의 예비역 장성은 “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할 능력이 없다”고 했다.

■한국전쟁 때와 비슷한 상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재연됐다. 나토 강국들은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블라디미르 푸틴을 막는다며 나토 확대를 원한다. 미국의 계속 지원을 요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절호의 기회. 미국이 파병 등 전력을 쏟을 때까지 전쟁을 끌고 가려 한다. 그래야 미국이 책임지는 나토의 우산 아래서 국방 무임승차를 이어 갈 수 있다.

영국이 나토 존재 명분을 더 쌓고, 미국의 지원을 더 얻어내기 위해 한국전쟁을 활용한 것과 마찬가지. 다만 한국전은 그 욕심을 막으려는 맥아더가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나토 꼭두각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있는 점이 다르다.

젤렌스키는 나토·EU에게 “쓸모 있는 바보”다. 희극배우 출신인 그는 나토·EU의 훌륭한 선전도구. 나토·EU는 말만 한다. 해결 능력이 없다. 3년 동안 속으면서도 젤렌스키는 자신의 정치생존만을 위해 모른 체한다.

전쟁의 본질은 유럽의 뒷마당 문제. 미국의 싸움이 아니다. 유럽의 나토 확대 욕심이 전쟁 원인의 하나. 그런데도 영국 등은 돈도 책임도 미국에 지운다. 버락 오바마-조 바이든 세력 등 ’전쟁광‘이라 불리는 미국의 개입주의자들이 자초했다.

그렇게 러시아와 푸틴이 두렵다면서 왜 영국·독일·프랑스 등은 나토의 힘을 스스로 키우지 않는가? 그렇게도 자신이 없는가? 늘 러시아 위협을 강조하나 러시아의 국민 총생산은 미국 텍사스주보다 적다.

그런데도 EU·나토의 대부분 나라는 “미국이 주도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 파병을 꺼린다. 지원도 아낀다. 전쟁 3년 동안 미국은 2,750억 달러(4,016조 원)를 원조했다. 유럽은 그 절반이 조금 넘는 1,450억 달러(2,118조 원)만 지원했을 뿐이다.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떠들면서 전쟁 지원을 꺼리는 것은 위선. 그보다 더 심각한 위선은 여전한 러시아와의 거래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에게 두 차례나 러시아-독일 천연가스관 ‘노르드 스트림 2’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푸틴에게 매년 돈 보따리를 안겨 주려느냐”고 충고했다. 메르켈은 무시했다.

러시아는 독일이 쓰는 천연가스 절반 이상과 석유 3분의 1을 공급했다. 독일만이 아니었다. 유럽의 에너지 의존이 푸틴의 침공 욕망을 부추겼다. 나토 국들이 정말 러시아를 겁냈다면 러시아와 거래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렇게 푸틴을 비난하면서 전쟁 중에도 계속 러시아 에너지를 사들였다.

24년 EU의 러시아 액화천연가스 수입량은 약 1,780만 톤. 23년에 비해 200만 톤 늘었다. 사상 최고치. EU는 석유·가스 대금으로 러시아에 약 230억 달러를 주었다. EU가 3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준 재정 지원금 196억 달러보다 많았다.

그들은 입으로만 싸웠다. 말로만 규제 압박을 했다. 값 싸다는 이유로 전쟁 상대국 자원을 사는 것이야말로 ‘이적행위.’ 푸틴은 나토 국가 돈으로 전쟁을 준비해 왔다. 그 돈으로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역설이다. 유럽의 위선. 이보다 더한 위선이 없다.

러시아와 경제협력의 동진정책을 추진했던 메르켈은 미국대사에게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미국보다 훨씬 더 러시아를 잘 안다.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결과는? 지금 유럽의 누가 러시아를 제어하는가?

■이제 보통 미국인들은 “미국이 더는 세계 경찰이 아니다. 현금인출기도 흙 터는 발판도 아니다”고 한다. ‘발판(Doormat)’은 “밟히고 무시당하는 존재”의 미국식 표현. 미국이 영국·독일·프랑스에게 이용만 당해 온 것에 분노한다. 더는 오바마바이든 같은 좌파의 정부가 나토·EU의 좌파들을 위해 세금 낭비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나토에서 빠져나오라고 정부에 요구한다. 유럽 국가들이 스스로 ‘유럽조약기구(EUTO)’를 만들어 푸틴 문제를 직접 해결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 외교 관계가 아닌 동맹이 되려면 같은 이념을 가져야 한다. 보수우파 포퓰리즘 트럼프 정부와 좌파 나토·EU는 모든 가치와 정책 방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동맹이라 하기 어렵다. 나토·EU를 장악한 좌파들은 스탈린의 공산주의만을 싫어했을 뿐이다.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신념은 그대로 간직한다. 트럼프나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 등 보수우파 포푤리스트들과는 갈등·충돌을 빚을 수밖에 없다.

유럽의 주요 정치·군사·안보 정책 입안자들이 모인 ‘뮌헨 안보 회의’에서 미국 부통령 제이디 밴스는 유럽 글로벌주의자들의 낡은 주장들을 겨냥했다. 유럽 나라들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재확립하고 자주성의 미덕을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유럽 정치인들은 감정이 상했다. 미국의 안보 보호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나토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여전히 미국만 쳐다보고 있다.

세계 좌파매체·정치인들은 쉼 없이 젤렌스키를 부추긴다. 한국인들도 덩달아 ‘쓸모 있는 바보’를 영웅처럼 여긴다. 밴스 등 미국 정부가 나토·EU를 비판하면 동맹국을 해친다고 욕한다. 맥아더가 이런 모습을 본다면? “영국이 한국전쟁을 어떻게 망쳤는지 아느냐”고 일갈할 것이다.

 

[손태규 시장경제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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