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칼럼-국제정세의 진실] 사라지는 영국…보수당 몰락이 한국정치에 주는 경고

편집국 / 2024-09-05 16:37:48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사라지는 런던.’ 지난해 11월 칼럼의 제목이다. ‘런던다움’이 없어지면서 런던이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 채 1년이 지나지 않았다. 이제 영국이 사라지고 있다. 영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원인은 좌경화다. 런던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시장처럼 영국을 떠나도록 만드는 노동당 총리도 사회주의자다.


그러나 보수주의 정체성을 포기한 보수당 책임이 크다. 총리들 마다 사회주의 정책을 수용했다. 노동당 집권을 만들어 주었다. 대한민국 보수정당이 정체성을 잃으면서 나라가 좌경화 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노동당 집권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국의 심각한 경제를 더 악화시킬 좌파 경제정책이 덮칠 것이다. 불법이민 등을 대거 받아들이는 글로벌주의 지배로 영국의 정체성이 사라질 것이다.” 7월 총선 전 예측이었다.

■1차 대전 후 보수당 최악의 참패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는 정권을 잡을 경우 “고통스러운 예산”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노조 임금을 올리기 위해 대규모 세금 인상을 하겠다는 것. 새 판매세에다 자본이득세, 사업세 등의 인상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는 불법이민을 반대하는 포퓰리즘을 ‘극우’라고 공격했다. 단어로 국민을 세뇌하는 좌파의 고전 수법. 무슬림 시위·범죄가 크게 늘 것이 분명했다.

보수당은 총선에서 1차 대전 이후 최악의 참패를 했다. 의석은 344석에서 121석으로 줄어들었다. 노동당은 205석에서 411석으로 늘어났다. 영국 민심은 좌파정치, 좌파경제를 선택했다.

이 패배는 영국 역사상 최고의 정부 지출과 최대 이민 수용을 의미했다. 새 총리 스타머의 경제 공언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말라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엄청난 세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와 맞물려 세계의 관심사다. 좌파 경제정책의 모범을 두 사람이 보여주고 있다.

노동당 승리 예상으로 중소기업 소유자들은 회사를 팔기 시작했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기업·개인들의 영국탈출은 가속화하고 있다. 스타머 정부의 ‘자본이득세 인상’이 영국을 망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 기업 관련 변호사는 “이미 많은 기업가와 사모펀드 임원 등이 해외로 이주했다. 수백만 파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 스위스 등지로 갔다.

8월에는 연일 수십 개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민자 청소년이 3명의 어린이를 칼로 살해한 사건이 원인. 스타머는 “반 이민 극우 폭도들 짓”이라고 몰아세웠다. 하지만 런던을 떠나게 만든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영국인들의 분노가 곧 가라앉을 조짐은 없다.

오래 동안 영국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시위는 대규모 무슬림을 받아들인 이민정책에서 비롯되었다. 1997년 글로벌주의자인 노동당 토니 블레어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민·난민 수용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이민자들은 영국의 전통·문화·관습을 받아들이고 함께 어울리기는커녕 영국과 영국 사람들을 적으로 여긴다.

■대처 이후 보수주의를 버린 총리들

그러나 보수당은 14년 집권 동안 어떤 대책도 세우지 못했다. 사실상 야당에 동조했다. 이민자들이 밀려들어오면서 세금 부담은 늘고 생활수준은 떨어졌다. 젊은이들은 정체성 혼란에 빠졌다. 영국인들은 “이민정책 등 보수당과 노동당은 거의 똑같다. 95% 사안에 동의하고 5%에 대해서만 논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보수당은 마가렛 대처 수상 이후 이념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총리마다 좌파에 기울었다. 시작은 2010년 총리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 그는 이념 진정성이 없는, 멋 부리기 좋아하는 상류층에 지나지 않았다. 경제에 대한 정부개입과 사회복지 정책을 지지하는 ‘사회자유주의’를 수용했다. 사실상 보수주의와의 단절. “보수당도 변해야 한다”며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여성과 소수 민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변화’는 좌로 가는 한국의 보수정당들도 늘 하는 소리다.

캐머런의 가장 큰 문제는 의회 후보 선정 과정을 바꾼 것. “확고한 신념을 가진 보수주의자들이 의원이 되는 것을 방해했다. 보수주의 요소가 전혀 없는 사람들을 의원으로 만들었다.” 국민의 힘이나 그 전의 보수정당들 공천 행태와 똑 같다. 국민의 힘이 좌파정당과 싸울 의지도 힘도 보이지 않는 것은 좌우변신에 능란한 사람이나 보수주의 신념이 없는 사람을 골라 공천한 탓이다. 그것이 포용이요 의식 있는 변화라고 했다. 그런 의원들은 보수우파임을 부끄러워한다. 이념문화 전쟁에서 전투력을 갖춘 의원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스스로 좌로 간다. 그런 의원들의 집합체인 국민의 힘은 영국의 보수당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가고 있다.

후임 테레사 메이 역시 캐머런과 별 차이가 없었다. 무늬만 보수. 보리스 존슨은 글로벌주의자들의 유럽연합(EU)에서 빠져 나오는 ‘브렉시트’를 찬성했다. 그러나 기후변화, 동성애 등 좌파이념에 동조했다. 좌우를 넘나들다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대처를 존경한다고 하나 그녀의 능력 5%에도 못 미친다”는 러즈 러스는 1개월 20일 만에 보수당 기득권 세력들이 쫓아냈다.

총선에 지면서 물러난 리시 수낙은 영국 사상 첫 유색인종 총리다. 인도계. 공급측면 중시 경제개혁, 세금감면 등 보수정책을 내걸었다, 그러나 외교장관으로 캐머런 전 총리를 택하면서 실체를 드러냈다. 초당협조라는 명목으로 좌우가 야합하는 ‘유니파티’의 꼭두각시였다. 글로벌주의에 기울었다. 환경 문제 등에서 좌파경제의 본산인 다보스 포럼과 깊은 관계. 중국과 협조를 강조했다. 좌로 계속 가는 탓에 전통 보수주의 정책보다는 “스테로이드에 찌든 글로벌리즘”을 국민에게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영국 보수당과 총리들을 닮은 한국의 여당과 대통령들

이런 총리들의 보수당 정권은 보수우파 유권자들과 깊이 동떨어져 있었다. “노동당이 하던 그대로 무분별하게 외국인을 받아들였다. 영국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보수주의 정책으로부터의 이탈은 당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그 어느 때보다 거칠 것 없는 강경 좌파정권이 태어나게 했다. 보수당의 무능에다 보수우파 국민들의 무지·무책임이 어우러지면서 생긴 결과다.

보수우파들은 나라가 좌경화되는데도 보수당을 다잡지 못했다. 그들은 모든 잘못이 정치인 탓이라 한다. 그러나 신념·소신이 없으면서 무능하기까지 한 의원들을 뽑아주었다. 정치의 궁극 책임은 국민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지 못한 것이다.

한국의 보수우파 정권들은 역대 영국 보수당 정권과 비슷하다. 이명박에서 박근혜, 윤석열에 이르기까지 대통령들은 과연 보수우파 신념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를 의심케 했다. 정책이나 인물의 좌우 구별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대통령들이 그러니 정부도 당도 갈팡질팡 일 수밖에 없다. 어쩌다 한국의 보수우파들이 뽑은 대통령과 의원들은 스스로 좌로 가는가? 결국 국민들이 잘못 판단하고, 잘못 뽑은 탓이 아닌가? 국민의 책임을 국민들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강경 좌파 노동당에 정권을 내 준 영국 정치를 보면서 “국민 수준만큼의 정부를 가진다”는 정치격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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