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태규 칼럼-국제정세의 진실] 사라지는 런던 |
그러나 런던에서 안개만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런던다움’이 없어지고 있다. 그래서 아예 런던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인사를 남기며 떠나는 ‘런던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 세계를 휩쓰는 글로벌주의(세계주의) 탓이다.
■ 인류를 하나의 정부 아래 통합
글로벌주의 신봉자들은 ‘하나로 통일된 세계정부’를 세우려고 한다. 궁극 목표는 하나의 정부 아래 인류를 통합하는 것. 마르크스주의의 정치 목표다. 글로벌리즘은 개별 국가의 주권과 자주 통치를 반대한다. 각 나라들의 정체성과 고유한 문화·전통을 인정하지 않는다. 각 나라 국민들이 “세계의 시각”을 갖도록 한다. 모국을 반대하도록 한다. 그들은 대신 국경 개방, 자유 무역, 해외 개입주의, 외국 원조 등을 선호한다.
현재 미국 등 세계의 글로벌주의 정권들은 국경을 없애 정치와 문화의 통합을 이루겠다며 불법이민자와 난민들을 거의 무제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다음 그들에게 복지혜택을 주면서 지지 세력으로 만든다. 선거권까지 주어 영구집권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글로벌주의자들의 야심이다.
그러나 글로벌주의 정치이념은 다문화가 아니라 단일문화들끼리의 갈등과 충돌을 불러일으켰다. 다문화 국가라고 불리는 곳은 국가가 아니다. 단일문화 종족들의 피 튀기는 전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적으로 여긴다. 특정 이민자들이 지배하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서로 협력하는 공동체가 없다.
난민 등은 지역만 옮겨갔을 뿐 그전에 살던 그대로 다들 섬처럼 살고 있다. 그들을 받아 준 나라의 문화와 관습들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통합은커녕 충돌은 필연이다.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 유럽 도시들이 무슬림들의 시위와 범죄 등으로 고전하는 이유다.
■ 더 이상 런던의 가치와 문화는 없다
런던은 2000년 역사를 가진 곳. 17세기 이래 다양한 문화를 포함하는 세계 최고의 도시로 꼽혀 왔다. 문화와 창의성 폭발의 중심이었다. 세계 금융의 수도이자 연극의 수도였다. 건축, 교통, 상업, 산업, 대중예술 분야에서 세계의 흐름을 이끌었다. 세계의 기준이었다. 한때 200개 넘는 언어가 사용되는 국제도시였다.
런던은 ‘런던의 가치와 문화’를 중심으로 번성했던 도시였다. 그러나 이제 런던의 가치와 문화는 여러 것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누구도 존중하지 않는다. 세계를 선도하던 런던은 글로벌리즘의 파괴로 인해 쇠퇴했다고 한다.
지금 런던 인구의 37%가량만이 백인 영국인일 뿐이다. 1997년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민과 난민 수용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이민자들은 런던을 새로운 고향으로 선택했으나 스스로 런던으로부터 분리해 고립된 생활을 한다. 그들은 런던의 전통과 문화, 관습을 받아들이고 함께 어울리기는커녕 런던과 런던 사람들을 적으로 여긴다. 런던은 대부분 영국인들과 백인에게 반대하는 성향의 도시가 되었다. 런던이 그 충돌 속에서 런던다움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래서 런던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많이 바뀌었다. 런던 특유의 억양이 담긴 영어를 잘 듣지 못한다.” “대부분 가게는 외국인이 운영하는 기념품 가게로 바뀌었다.” “심지어 박물관에서조차 직원들이 제대로 된 영어를 못한다. 대부분의 극장과 박물관이 문을 닫을 것이다. 영국인들이 스스로 만든 일이다.” 런던 사람들은 물론 오랜만에 모국을 찾은 해외 거주 영국인들의 지적이다.
영국의 유명 배우며 코미디언인 존 클리즈(84)는 2011년 “런던은 더 이상 영국의 도시가 아니다”라고 공개 선언했다. 5년 뒤에도 그는 “외국의 모든 친구들은 나의 그런 견해에 동의했다”며 “런던은 영국다움이 사라진 도시”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런던에 실망했다며 카리브 해 지역으로 이주해 버렸다.
2020년 한 언론인은 “런던은 끝났다. 런던은 한때 번성했던 대도시였으나 핵심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쇠퇴로 몰락한 미국의 디트로이트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란 대학 교수는 “런던은 변했다. 돌이킬 수 없도록 급격하게 변화했다. 정말로 영국의 도시조차 아니다”고 한탄했다.
■ “런던은 이민자의 도시”
미국과는 달리 영국은 이민자 국가가 아니다. 그러나 런던은 ‘이민자들의 도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최근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런던은 이민자와 난민들에 의해 건설되었다”고 선언했다. 글로벌주의자로 인도계인 그는 런던은 천년 이상 다문화 도시였으며, 그것이 이민자들 덕분이라 주장했다.
한 코미디언은 “어떤 영국인들은 왜 자신들은 이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가?”라며 대선배 클리즈를 “극심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했다.
2023년 5월 런던의 교통국은 임시 직원을 모집하면서 “백인 영국인은 지원할 수 없다”고 자격을 제한해 “인종 차별”이란 논란을 빚었다. 백인 혈통이 아닌 흑인, 아시아 등 소수 민족 출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10월 21일 런던에서는 이스라엘의 하마스 반격에 항의하는 10만 명의 사람이 시위를 벌였다.
런던 지하철 운전사는 운전 중 수백 명 승객들에게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도록 요청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운전사는 “시위에 참가하고 싶지만 휴가를 얻지 못했다”며 “팔레스타인 자유”라는 구호를 주도했다.
이민자들이 세운 도시가 돼 버린 런던 모습이다.
대한민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난민 등이 유입되면서 그들이 “한국도 원래 이민국가”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서울이 사라지게 될 날이 올 것인가?
정치인, 지식인, 언론 등 세계의 모든 좌파 세력들은 똘똘 뭉쳐 글로벌리즘을 확신시키고 있다. 세계를 장악하기 위해서다. 이에 맞서 보수주의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글로벌리즘을 막기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 세력들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국민들이 ‘포퓰리즘’이 뭔지를 모르는 데다 이념전쟁에서 싸울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포퓰리즘은 ‘대중인기영합주의’가 전혀 아니다. 불법 이민을 반대하는 등의 보수주의 이념이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 뉴스밸런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