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학습 부담 2배 이상…수학 흥미‧자신감 최악의 상태 야기”
뉴스밸런스는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슈 및 정책을 대상으로 찬성론과 반대론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논쟁터입니다. 양측 주장과 의견을 최대한 공정하고 충실히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의 정확한 판단과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심화수학’ 신설”을 둘러싸고 가열되고 있는 찬반 논쟁입니다. 대한수학회와 사교육없는세상의 입장을 중심으로 양측이 각각 내세운 찬성과 반대의 논거를 정리했습니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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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사교육없는세상 홈페이지 캡처 |
[뉴스밸런스 = 최혜진 기자] 교육부는 지난 10일 ‘2028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학생들의 수학 학력 저하를 막고, 첨단 분야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을 신설하는 안을 추가 검토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교육시민단체 ‘사교육없는세상’(공동대표 정지현‧홍민정, 이하 사걱세)은 “교육부는 학습 부담이 더 늘어나는 개편안에 심화수학 신설까지 포함함으로써 학생들에게 학습 고통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2028 수능 개편안에서 심화수학 과목 신설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걱세는 지난 12일 ‘심화수학 신설, 수학 부담 2배 이상 늘어나 초등생부터 사교육 전전긍긍하는 참사 벌어져’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심화수학은 선택과목이지만 상위권 대학 또는 인기있는 이공‧의학계열 학과는 정시 전형에서 심화수학을 필수과목으로 반영하거나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면서 “심화수학이 수능에 포함될 경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화수학 신설과 관련하여 사걱제가 지적한 4가지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 미적분과 기하 과목에 대한 초등학생 때부터 선행 사교육 성행
선행 사교육이 성행하기 시작한 이유는 2020년까지 이어졌던 수능 수학의 과다한 시험 범위때문이었다. 당시 수능 수학 시험 범위가 이번 심화 수학이 포함된 것과 같이 과다하였고 이 때문에 고등학생이 되어서 수능 준비에 들어가면 이미 늦어 버렸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심지어 고교 3학년 2학기 과목이었던 기하 과목을 초등학교 6학년에게 가르치는 학원도 있었다. 이번 심화수학 수능 편성은 다시 이런 악몽을 불러일으킬 것다.
■ 수능 수학 과목 수 3과목에서 5과목으로 늘어 학생들의 실제적인 학습 부담 2배 이상 폭증
현재 수능은 2과목(수학Ⅰ과 수학Ⅱ)을 필수로, 3과목(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중 하나를 선택하는 구조다. 각 학생은 총 3과목을 공부하면 되었다. 그런데 심화수학이 편성되면 5과목(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미적분Ⅱ, 기하)을 공부해야 하는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확률과 통계와 기하는 이전보다 어려운 학습 내용이 늘어난 상태이다.
확률과 통계에서는 모비율 추정이, 기하에서는 공간벡터가 추가되었는데, 이 두 가지는 내용이 어려워 학생들에게 엄청난 학습 부담을 주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이 모든 과목을 다 시험 범위에 넣은 것이다. 그래서 실제적인 학습 부담은 2배 이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학 교과에 대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정의적 영역(수학에 대한 흥미, 자신감, 가치 인식)의 성취도가 세계 최하위인 상황에서 수학 학습 부담 증가는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흥미 또는 자신감 등에 최악의 상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 고교 교육과정 편성에 파행 야기
심화수학이 수능에 편성될 경우 고교에서 5과목(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미적분Ⅱ, 기하) 모두를 고2, 고3에 편성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고2와 고3은 총 4개 학기밖에 안 되기 때문에 5과목을 편성하려면 어떤 학기에는 수학을 두 과목이나 편성해야 한다. 특히 수능 시기인 3학년 2학기 이전에 학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3개 학기에 5과목을 편성해야 한다.
이는 수학 교과 편성 때문에 다른 과목 편성이 심하게 꼬이게 되는 기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모든 학교가 수학 때문에 애를 먹을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 진로‧융합 선택 과목 개설이 어려워지고 학생 선택권은 무시되며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 퇴색
선택과목이지만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필수과목처럼 여겨지게 되므로 학교는 심화수학 준비를 위해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을 필수로 개설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로 선택의 나머지 3과목(경제 수학, 인공지능 수학, 직무 수학)이나 융합 선택의 3과목(수학과 문화, 실용 통계, 수학과제 탐구)은 개설이 어렵게 된다.
이공계로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은 자기가 희망하는 진로 선택 과목이나 융합 선택 과목을 이수하고자 하여도 학교가 개설해 주지 않기 때문에 수학 공부를 할 수가 없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고등학생이 모두 상위권 대학이나 이공계‧의학계로 진학하는 것만이 아닌데, 그 외의 진학 계획이 있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은 박탈당하는 셈이 되고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사라질 것이다.
사걱세는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고교학점제에서 학생들이 미적분Ⅱ나 기하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이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면서 “교육부와 수학계는 미적분Ⅱ나 기하를 수능 과목으로 넣지 않으면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한 나머지 이런 최악의 수를 두고 있지만, 정말 첨단 분야 인재가 되고 싶은 학생은 스스로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을 선택해서 이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걱제는 “벌써 사교육 시장은 심화수학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를 선전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 고통과 부모들의 사교육비 증가가 예상되는 심화수학 신설은 절대 그대로 시행되어서는 안 되며 당장 포기한다는 선언이 있어야 학생 부모들은 불안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부는 이번 수능 개편안에서 심화수학 신설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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