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사상충 약, 약국 판매 안돼"…수의계‧제약업체 한 목소리

최혜진 기자 / 2023-09-05 18:18:35
수의사협회 “소비자 선택권 앞세워 동물 건강권 침해해선 안돼”
“수의사 검진 없이 심장사상충 약 복용시 생명 위험해 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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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동물용의약품의 약국 공급 여부를 둘러싼 약사 단체와 수의제약업계 간 공방입니다. 최근 대한약사회가 반려동물용 심장사상충 약을 약국에 공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을 경찰에 고발한 것을 계기로 재점화한 수의계제약업계와의 신경전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반려동물용 심상사상충 약 ‘넥스가드 스펙트라’ TV CF의 한 장면.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홈페이지 영상 캡처

 

[뉴스밸런스 = 최혜진 기자] 수의계와 제약업계는 최근 반려동물용 심장사상충약을 약국에 공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약사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을 형사 고발한 대한약사회 대응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물용의약품 기업들이 오남용 우려와 안전성을 고려해 수의사 처방대상 약품을 동물병원에만 공급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협회(이하 수의사협회)는 이에 대한 근거로 제약업체가 심장사상충약을 동물병원에만 공급하는 것은 공정거래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제시하고 있다.

5일 동물전문매체 ‘해피넷’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7년 2월 애드보킷 유통사 벨벳과 레볼루션 제조사 한국조에티스를 상대로 '약국에 심장사상충약 공급을 거절하는 행위를 금지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벨벳측이 '심장사상충약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한 유통채널인 동물병원에만 공급하겠다는 것이 판매 정책'이라며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6월 대법원은 "애드보킷에 대한 약국의 공급요청을 거절하지 말라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며 벨벳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은 벨벳의 손을 들어준 이유로 애드보킷 공급을 거절한 대상이 특정 동물약국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모든 약국에 약을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공정거래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시정명령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벨벳이 최종 승소하면서 다른 동물약품 업체들도 동물병원에만 심장사상충약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상충약은 수의사 처방대상 약품이지만 약사법 예외조항에 따라 처방전이 없어도 판매할 수 있다"며 "이 약품들이 약국으로 공급되는 순간 수의사의 진료 없이 약을 팔게 되고 의약품 오남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병원에만 약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장사상충약을 처방하려면 반려동물이 심장사상충에 걸린 상태인지, 다른 질환은 없는지 검사를 통해 알아봐야 하는데 약국에서 진료 없이 약만 사서 복용하게 된다면 그 부작용에 대한 대처가 미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의계의 한 관계자는 "심장사상충약은 정기 검진이 필요한 약이다. 검사를 하지 않고 사상충이 발병한 상태에서 약만 계속 먹이면 동물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며 "반려동물 보호자의 선택권을 내세워 동물의 건강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수의사협회는 지난 7월 헌법재판소가 일부 동물약국 약사들과 동물보호자들이 제기한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 규정’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각하하며 내린 합헌 판결과 관련 입장문을 내고 ”국민건강과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수의사 처방제도”가 특정 직역의 이익을 위한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수의사협회는 이어 ”동물의 생리는 사람과 달라, 같은 성분일지라도 취급방식에 따라 동물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음을 고려했을 때, 법적으로 동물의료에 대해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람만이 동물용의약품을 취급해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며, 예외 규정의 삭제 등 “수의사 처방제도”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동물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로서의 윤리적 소신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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