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으로 안돼”…서울시 “현대차그룹, GBC 105층→55층 변경하려면 사전협상 해야”

“2016년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 전제로 인센티브…변경하려면 추가 협상 필요”
“계획 변경 따라…주변 건물 배치, 기부채납 문제 등 따져봐야 할 사안 많다”

김성호 기자

ksh@newsbalance.co.kr | 2024-05-21 04: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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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서울시‧현대차그룹, GBC 건설 놓고 정면충돌”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새 본사인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건립 계획 변경안을 내놓자, 서울시가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GBC 건설을 둘러싼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의 갈등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서울시청 전경. /서울시 제공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조성하는 신사옥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의 높이를 기존의 105층에서 55층 2개동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조감도를 20일 전격 공개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조속한 인허가를 기대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인허가 주체인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의 일방적인 GBC 조감도 공개에 당혹감을 드러내며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변경안은 기존 건물과 다른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라며 “서울시 조례나 사전협상 운영 지침 등에 따르면 추가 협상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6년 당시 105층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을 지으려던 계획을 전제로 사전협상을 마쳤다. 시는 랜드마크 건물을 지어 올리는 대신 인센티브를 추가로 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105층 초고층 빌딩을 지으려던 계획을 55층 2개 동으로 변경한 것은 당시 협상 내용에 대한 ‘중대 변경’ 사항이고 사전협상 자체를 다시 해야 한다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디지털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측은 지난 2월 제출한 GBC 건설 수정 계획, 즉 ‘55층 2개동’을 골자로 하는 설계 변경안을 담은 공문을 보내왔고, 시는 변경안의 보완을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 측이 시와 협의 없이 해당 안을 돌연 언론에 공개하며 신속처리 방식으로 처리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시가 GBC 부지에 대해 건축허가를 내 준 시점은 지난 2020년 5월11일이다. 당시 시는 신속처리 방식으로 인허가를 진행했다. 재건축 아파트의 신속통합기획처럼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시 관계자는 “당시 현대차가 시의 구상에 맞게 105층으로 인허가를 신청, 이에 따른 특례를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에 따라 또 한번 신속처리 방식의 인허가를 요구하는 것을 지금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명분 없이는 신속 인허가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시는 계획이 대폭 수정된 만큼, 따져봐야 할 사안도 많다는 입장이다. 먼저 GBC 주변 건물 배치 계획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1개동이 2개동이 되면 부지내 건물의 그만큼 빽빽하게 들어서기 때문이다. GBC가 워낙 대규모 사업이라 인근 건물이나 교통에 미치는 영향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상 123층인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롯데그룹측이 한때 마천루 계획을 수정하고 중층 빌딩 여러 동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건물 밀도가 더 높게 나오는 것으로 계산된 바 있다.

시는 계획이 변경된 만큼 기부채납 문제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는 현대차그룹이 55층 2개동 계획을 공론화한 만큼 새 인허가 협상을 시작할 방침이다. 시는 협상 기간이 약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심의 등의 절차를 거치면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다.

시 관계자는 “105층 인허가 때는 도시계획위 심의와 건축심의 합쳐서 3년 걸렸다”면서 “다만 이번 계획은 3년까지는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이르면 내년 하반기로 예상됐던 GBC 건설 시기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GBC 설계 변경안이 건물 높이·디자인 등 건축계획 위주의 변경인 만큼 인허가 절차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전문가는 “이 부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 변경이 완료됐고 용적률·건폐율·용도 등 주요 도시계획 사항이 이미 결정된 상태”라며 “디자인 변경안이 도시계획 사항을 준수하고 있다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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