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상황 예의 주시”…LS전선, “위법 사항 확인 시 법적 조치” 강경 대응 예고
경찰, ‘LS전선 공장 도면 유출’ 수사…A건축사무소·대한전선 공장 압수수색
대한전선 “20년간 1조 투자…기술 유출 사실일 경우 회복 어려운 막대한 피해”
최혜진 기자
chj@newsbalance.co.kr | 2024-06-18 04: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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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LS전선의 최첨단 해저케이블 기술, 대한전선에 들어갔나?”입니다. 해상 풍력발전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고전압 해저케이블(HVDC) 기술’ 유출 의혹을 둘러싼 양대 전선업체의 입장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17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경쟁사와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수사 상황을 예의 주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S전선은 “주요 설비는 LS전선이 설계하고 자체 제작해 설비 제작업체와 K건축 외에는 알 수 없다”며 “향후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관련 업체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건축 설계는 일반 공장의 설계와 달리 장조장, 고중량의 케이블을 생산, 보관, 이동하기 위한 설비를 배치하는 것에 대한 설계”라며 “도로로 이송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공장에서 항구까지 이송하는 방법에 대한 설계는 보안 사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특성으로 후발 업체들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고, 전 세계적으로 초고압 지중케이블 업체는 수십 개지만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 업체는 LS전선을 포함해 유럽과 일본의 6개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LS전선에 따르면 A건축은 2008~2023년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1∼4동의 건축 설계를 전담했다. LS전선은 “기술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협력 업체를 최소화했으며 이에 따라 건축 설계는 A건축이 전담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전선 업계에선 공장 설계, 케이블 이송 방식 등 케이블 공급망 전략 전체가 해당 기업의 핵심 기술인만큼 가운건축이 LS전선 경쟁사인 대한전선의 공장 건설 수주를 맡았다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공장 구조와 설비 배치 등은 일반적으로 공개되는 정보가 아니며, 해외 5개사도 핵심적인 기술로 관리한다”며 “해저케이블 공장의 건축 설계를 위해선 설비 배치도(레이아웃)와 설비 수량, 턴테이블 배치 및 운영에 관한 정보, 케이블 이송 경로, 주요 설비의 특징과 설계 컨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도면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S전선의 해저케이블 4개 동의 건축 설계를 전담한 A건축은 각 공장이 어떤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변경되고 발전해 왔는지 등에 대한 모든 히스토리와 노하우를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전압 해저케이블 기술’은 중저압 케이블에 비해 작동 속도와 내구성이 우수해 해상풍력 발전의 고부가 가치 신재생 에너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해저케이블 공장은 일반 공장과 달리 고중량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수직 연합기와 턴테이블 등의 특수 설비가 필수적이다. 도로로 케이블을 옮길 수 없고 선박으로 이송해야 하기 때문에 공장에서 항구까지 이송하는 방법에 대한 설계도 보안 사항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LS전선은 “약 20년간 해저케이블 공장과 연구개발(R&D) 등에 약 1조원을 투자해 오고 있다”며 “기술 유출이 사실일 경우 회복이 어려운 손해를 입어 피해가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500kV(킬로볼트)급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의 경우 국가핵심기술로 제조 기술과 설비 관련 사항이 다른 국가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LS전선은 지난 2007년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에는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준공했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근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생산공장 도면을 유출해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로 A건축사무소와 케이블 제조기업 B사를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건축사무소와, B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사건과 관련된 증거물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B사가 이후 해저케이블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유출된 기술을 활용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B사는 최근 충남 당진에서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1공장의 1단계 건설을 완료하고 공장 가동식을 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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