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내세워 잘 나갔던 TBS…끝내 ‘폐국’ 되나

TBS 양대 노조 “폐국 시 문민정부 이후 공영방송 문 닫는 최초 사례”
서울시의회, ‘지원금 연장’조례 개정‘ TBS 구성원 호소 ‘일축’

김성호 기자

ksh@newsbalance.co.kr | 2024-04-25 05: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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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TBS, 끝내 ‘폐국’ 되나…‘떠난 자’와 ‘남은 자’의 명암”입니다. ‘70억원대 건물주’가 된 방송인 김어준씨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를 향해 “폐국만은 막아달라”고 연신 호소하고 있는 TBS 구성원들 안타까운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TBS 양대노조 소속 구성원들이 지난 2월 28일 오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BS의 페국을 막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TBS노조, 언론노조 TBS지부 제공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김어준의 뉴스공장’ 편향성 논란 끝에 오는 6월부터 서울시 지원이 끊기게 된 TBS가 폐국 위기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TBS 구성원들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를 향해 “폐국만은 막아달라”며 연일 호소하고 있지만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TBS 폐국 위기 사태의 단초는 문재인 정부 당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한 일부 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향성에서 촉발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급기야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의 다수당이 된 국민의힘은 그해 말 TBS에 대한 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일명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원래 올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해당 조례는 지난해 말 극적으로 유예가 결정되어 6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서울시의회 임시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더이상 우리 의회에서는 할 일이 없다”며 TBS 구성원들의 호소를 일축했다. 예정된 대로 6월부터는 어떤 지원도 해줄 수 없으니 민영화를 하든 법인 청산을 하든 알아서 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매각을 통한 민영화 추진에도 걸림돌이 적지 않다. TBS는 서울시 산하 사업소에서 출연기관인 재단법인으로 변경될 때 단 100만원의 자본금으로 출범했다. 현재 사옥은 임차해 사용하는 것으로, 부동산 자산도 없다. TBS 양대 노조는 “민영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상업성이 없다”며 이런 TBS를 누가 매수하겠느냐고 주장한다.

이들은 “서울시의회에서는 YTN의 사례와 같이 기존의 공적 자본을 민간자본으로 변경하여 100% 민간자본으로 운영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TBS FM과 TBS eFM은 서울시의 지원을 전제로 방통위로부터 허가받은 라디오 주파수이다. 서울시의 지원이 사라지는 순간 주파수를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민영화는 TBS 방송노동자와 34년간 지켜온 서울시민의 공적 자산이 공중분해 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TBS 경영진은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 서울시 고위 관계자들과 연이어 만났다. TBS는 이 자리에서 민간에 매각하려 해도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양구 TBS 경영전략본부장은 “수십 년간 서울시 공적 재원으로 성장한 TBS 매각 과정이 제대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라도 한시적인 출연금 지원 연장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일부 의원들한테선 공감도 얻어냈다”고 전했다.

앞서 TBS는 제작비 삭감과 시사 프로그램 폐지, 10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매각을 통한 정상화를 위해 본격적인 민영화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1일 인수자를 물색하는 매각 주관사로 회계법인 ‘삼정KPMG’를 선정하기도 했다.

삼정KPMG는 서울시의 출연금 지원 연장 여부를 TBS 매각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재정 불안 때문에 방통위의 재허가 심사에서 TBS가 탈락할 경우 민간 기업이나 지자체가 인수자로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출연금 지원 없인 TBS가 인수 과정 기간을 버티기 쉽지 않다. TBS는 서울시 출연금이 끊기면 방송 송출을 위한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급휴직에 들어갈 방침이다.

TBS는 올 6월부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라디오 주파수(서울 FM 95.1㎒) 재허가 심사를 받는다. 서울시의 출연금이 다음 달 31일을 기점으로 끊기면 재정 불안으로 TBS가 방통위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할 거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TBS의 유일한 강점인 황금 대역대 라디오 주파수마저 사라지면 매각 과정이 좌초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는 TBS에 출연금 지원의 한시적 연장도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출연금 지원을 연장해주려면 TBS가 서울시의 출연기관이 되도록 기존 서울시의회의 조례안을 수정해, 의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2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23회 임시회 시정질문을 통해 “(서울시의 TBS 출연금 지급이 오는 6월부터 중단되는 데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지원을 유지하기 위한 협조 요청도 했으나 시의회의 입장이 제 입장과 많이 다르다”며 “저로서는 선의의 피해자가 1명이라도 줄어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TBS 인수) 장단점과 비용 편익을 분석하는 복수의 언론사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공익·공정성 확보와 상업성, 조직을 추수르는 데 (인수 희망자들의) 고민도 있어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파수 인수 과정에서 직원들이 한 명이라도 더 구제될 수 있게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의 도움을 드릴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인건·운영비 등 예산은 다음달 말까지만 승인된 상태로 지원이 연장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높지 않다.

TBS노조와 언론노조 TBS지부 소속 TBS 양대노조 구성원들은 지난 22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시민의 공공재인 방송사를 공중분해시킬 자격이 정치권에 있는가. 시민들은 정치 권력에 그런 역할을 주지 않았다”며 “폐국을 막아달라”면서 “만약 TBS가 폐국된다면 문민정부 이후 정치권력에 의해 공영방송이 문을 닫는 최초의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TBS는 폐지 조례안 가결 이후 100명이 넘는 구성원이 회사를 떠나고 256명이 남아있다”며 “동료들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높아진 업무 강도와 서울시 지원금 감축에 줄어든 임금에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책임 있게 일하고 있는 서울시 출연기관의 직원이자 평범한 우리 사회의 일원이자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라면 오늘로부터 40일 후인 6월부터 TBS에는 서울시 출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지금도 줄어든 임금에 생활고를 호소하는 구성원이 많다”며 “6월부터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TBS 구성원과 가족들이 어떠한 고통과 비참함을 겪게 될지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원들은 알고 있는가.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256명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1000명에 달하는 시민의 생계가 달린 가정 붕괴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원들도 TBS의 직원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나앉고, 가족은 생계를 걱정하며 절망에 빠져 한숨짓는 것을 바라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서울시민에게 더 유익한 TBS가 되기 위해서 TBS가 변화되고 확장된 서울시 공영방송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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