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 살고 있나”…‘박정희 동상 건립’ 계획에 시민단체 발끈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총선 개입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시장 사직하라”
대구참여연대 “대구는 과연 어디까지 퇴행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성호 기자
ksh@newsbalance.co.kr | 2024-03-07 05: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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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건립 추진 논란”입니다.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박정희 광장‧동상 건립 추진’을 둘러싼 찬반 입장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4일 “하필이면, 왜, 이 시기에 동대구역 광장이 ‘박정희 광장’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동대구역) 명칭도 바꾸고 동상을 세우려면 세우시라. 아마도 두고두고 흉물 논란에 일년 내내 새 오물 등의 관리가 안 될 것이고 비웃음거리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는 논란이 많으며 국민의 평가가 끝난 분”이라면서 “역사의 죄인을 기리고 저렇게 하지 말자는 것을 우상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문제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뭘 기리겠다는 말인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암살된 아버지 대통령과 최초로 탄핵된 딸 대통령의 헌정 유린을 기린다는 것인가”면서 “홍준표 검사에게 임용장을 준 것이 박정희가 총애했던 전두환인 것을 보면 결국 두 번의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두환 노선을 따라가겠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대선을 준비하는 홍준표 시장의 향후 가도에도 심히 걱정된다”고 일갈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5일 성명서를 내고 “홍 시장의 박정희 동상 건립과 박정희 광장 추진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대구시가 박정희의 도시인가. 박정희 독재정권 시기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탄압은 여전히 피해자와 몸과 정신 속에서, 피해자의 가족들의 삶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며 “수많은 고문 조작 사건의 경우 많은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군다나 홍준표 시장 스스로가 박정희 정권의 역사적 과오가 있음을 몇 차례나 인정했다”며 “또한 경제 개발의 공은 박 전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나라를 위해 노동에 힘쓴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말도 안 되는 논란거리를 만드는 홍 시장의 저의가 궁금하다"며 "만일 총선에 개입하고 싶은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대구시장을 사직하라”면서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이 박정희 동상 건립과 박정희 광장 명칭 변경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경우 시민들의 거센 저항을 마주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참여연대도 비판대열에 참여했다.
대구참여연대는 6일 논평을 통해 “홍준표 시장이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하고 대구시 예산을 들여 동상을 세운다고 한다”며 “민주주의에 바탕하고 변화를 기대하는 시민들은 도대체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대구는 과연 어디까지 퇴행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대는 이어 “박정희는 오늘날 우리가 보편적 시대정신, 역사 정의, 헌법 가치로 여기는 자주독립, 민주주의와 인권, 국민참정권과 지방자치 등을 말살한 인물”이라며 “경제발전의 성과가 있다고 하지만, 그 또한 우리 부모, 조부모 세대의 뼈를 깎는 노동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박정희 광장과 동상이 만들어지고 박근혜 세력이 당선될지도 모르지만, 대구 시민은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대구 시민은 무엇이 우리 시대의 시민정신인지, 대구의 미래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 유권자로서 냉엄하게 평가하고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기대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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