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때 ‘대형마트 새벽배송’ 찬성했던 민주당, 정권 교체 뒤 ‘급선회’

“대형마트 규제 완화, 골목상권 권익 침해‘ 논리 내세워 반대
새벽배송 미시행 지역 소비자 강한 불만 표출에 입장 변화 ’주목‘

최혜진 기자

chj@newsbalance.co.kr | 2023-09-08 06:13:07

뉴스밸런스는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슈 및 정책을 대상으로 찬성론과 반대론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논쟁터입니다. 양측 주장과 의견을 최대한 공정하고 충실히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의 정확한 판단과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제는 지난 2012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권익 보호를 위해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을 둘러싼 찬반 논쟁입니다. 논란의 핵심은 현행 유통법에 규정돼 있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자정~오전 10시)‘의 완화 여부입니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유통법 관련 개정안은 내년 4월 총선 이전까지 처리되지 못하면 자자동 폐기되는데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법 개정에 대한 찬반 논리와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국내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서울 남대문시장 모습. /픽사베이

 

[뉴스밸런스 = 최혜진 기자] 비수도권 지역의 ‘새벽배송’ 쇼핑 서비스 차별을 없애기 위해 대형마트의 야간 영업 제한시간(자정~오전 10시) 규정 완화를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 논의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입장을 급선회했다.


심지어 당내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6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한 고용진 민주당 의원에게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의 권익을 침해하는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압박할 정도로 반대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고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새벽배송 허용은)시대가 바뀌었고 중소상권을 빼앗는 것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이미 쿠팡은 하고 있는데 대형마트는 (영업규제로 새벽배송을) 못하는 건 불공정한 부분이 있고 전국망을 갖춘 대형마트를 통해 지역 소비지들도 혜택을 보는 게 맞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MZ세대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유통법 개정안을 ‘당이 통과시켜야 할 법안’으로까지 규정했던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이유는 뭘까?

서울신문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 특허소위원회에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 법안을 통과시켜줄 수 없는 이유로 크게 3가지를 언급했다.

▲정부(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대형마트(한국체인스토어협회) 측과 전통시장(전국상인연합회)·슈퍼마켓(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중소상공인 대표 측이 합의한 ‘대중소유통 상생발전 협약’이 도출되기까지 협상에 참여한 단체들의 대표성 부족 ▲온라인 새벽배송의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에 미칠 영향평가 필요 ▲골목 상권과 중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상세한 기금 조성 규모 등 중소유통 상생 방안의 구체성 부족이다.

이날 회의에서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골목상권이라고 하는 분들의 피해와 소비자 편익과 (이를 누리는) 분들이 실제로 원하는지 딱 정리된 숫자나 눈에 보이는 정확한 요소가 적다”면서 “시장상권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과 수퍼마켓조합(수퍼마켓연합회) 그분들만 골목상권을 다 대변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고 말했다.

같은 당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에 대해 “대형유통업체들이 쿠팡이나 마켓컬리가 하는 걸 또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의무휴업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대기업의 경쟁력은 훨씬 더 강화되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소상공인들, 골목상권들, 편의점 이런 것은 다 훨씬 경쟁력이 약화될 게 눈에 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 통과시) 중소상공인들의 피해 정도 등 깊이 있는 영향분석이 있어야 한다”면서 “유통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민의힘과 정부, 여당이 객관적인 데이터 없이 밀어붙이려는게 아니냐”라고 따졌다.

민주당 내에서 실질적으로 법안 반대를 이끄는 의원들은 중소상공인 비례대표 출신인 이동주 의원과 김경만 의원이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상임부회장 출신이며, 김 의원은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 출신이다.

두 의원은 모두 국회 산자위 위원이지만 법안소위 위원은 아니어서 지난달 21일 법안소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소상공인 단체를 대변하는 두 사람의 반대 의사가 워낙 커 개정안에 선뜻 찬성하지 못한다는 후문이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끝내 반대 입장을 굽히자 않을 경우 새벽배송 허용을 기대했던 전남‧강원‧제주 지역 등에는 시행할 수 없게 된다.

이들 새벽배송 미시행 지역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골목상권을 보호하려다 지역 소멸되는 것을 겪지 않았느냐” “새벽배송하는 수도권엔 골목상권이 없느냐” “왜 국회가 나서서 지방의 새벽배송을 막느냐” “시대변화는 못 읽고 쿠팡만 보호하는 꼴” “미래의 노인들은 전통시장보다 새벽배송을 더 좋아할 것” “정권이 다르다고 현 정부의 좋은 정책마저 무조건 막는 건 지지해주는 지역 유권자이자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다”는 등 유통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에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 지역이 대체로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새벽배송 허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법 개정에 찬성 입장으로 돌아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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