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시대착오적”…9개 시도 교육감, 집단 반발

조희연, “서울시의회서 폐지안 통과되면 재의 요구·대법원 제소할 것”
충남교육청, 도의회에 폐지안 재의 요구 절차 착수…시민단체 반발도 더욱 격화

김성호 기자

ksh@newsbalance.co.kr | 2023-12-21 0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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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란”입니다. 최근 서울시의회와 충남도의회 등 일부 광역지방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지역 시민단체와 교육청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싼 논쟁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과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송월길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에 뜻을 함께하는 교육감 일동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블로그 캡처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보수 정당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과 충남도 등 광역지방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잇달아 시도하자 시민단체와 시도교육청,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2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의회가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시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국 9개 시도 교육청 교육감들은 “시대착오적이며 차별적인 폐지를 중단하라”고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 김광수 제주시교육감, 서거석 전북교육감 등 9명의 교육감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최근 충남에서 전국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데 이어 서울에서도 제정 10년여 만에 폐지가 추진되자 전국 교육감들이 조례 유지를 위해 처음으로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특히 조 교육감과 최 교육감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권장하고 성 문란을 조장하며, 학생의 권리만 보장하여 교권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폐지론자들의 주장에 동조하여 조례 폐지의 절차를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존중과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며 “지금까지 점진적으로 발전해 온 학생 인권 증진의 역사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만일 의원 발의 등으로 폐지안이 상정돼 의회를 통과될 경우에는 재의를 요구하고, 그럼에도 의회에서 재의결되면 대법원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이라는 글로벌 도시에서 속전속결로 (폐지안을 처리)하는 것은 시민들이 공감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시의회도 균형적인 판단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충남에서는 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의결한 뒤 시민단체의 비판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남교육청은 지난 19일 충남도의회에 인권조례 폐지를 다시 논의해 달라며 재의 요구 절차에 착수했다.

기독교 계열인 충남지역 5개 시군 YMCA(기독교 청년회)는 18일 공동성명을 내고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반인권적”이라며 “역사의 오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충남도의회는 2018년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인권조례를 폐지한 데 이어 또 다시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시킨, 반인권적인 의회로 역사에 오명을 남겼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2019년 헌법재판소는 차별받아서는 안 될 사유로 성적지향과 정체성, 임신과 출산 등을 제시한 서울시학생인권조례 5조에 대해 만장일치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며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추진에 대한 우려 의견도 무시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회적인 상식의 수준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충남도의회와 매번 선거를 앞두고 혐오선동세력에 편승해 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정치인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멀쩡한 조례를 비상식적인 이유로 폐지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학생 인권의 성과를 무너뜨리는 폭력”이라고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대전 지역 60여 개 단체가 모여 꾸린 대전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는 “막가파식으로 폐지를 추진한 충남도의회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한다”고 꼬집었다.

서산풀뿌리시민연대(아래 시민연대)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인권은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보편적 가치다. 세상에 보호받지 말아야 할 인권은 없다"며 "충남도의회는 역사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은 “다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과도한 학생인권 의식으로 인한 교권 침해, 학습권 피해 등을 사유로 폐지안을 통과시켰다”며 “대전지방법원이 내년 1월 18일까지 보수단체가 주민 청구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 대해 수리·발의 처분 효력을 정지한 상태에서 무엇이 급해 통과시킨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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