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지역 소비자 차별 더 이상 안돼’…정부‧여당,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추진

대·중소 민간 유통단체 등과 ‘상생 협약’ 체결…민주당 동참 촉구
“젊은층의 비수도권 기피 현상 해소에도 일조할 것” 기대도

김성호 기자

ksh@newsbalance.co.kr | 2023-09-08 06:05:13

뉴스밸런스는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슈 및 정책을 대상으로 찬성론과 반대론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논쟁터입니다. 양측 주장과 의견을 최대한 공정하고 충실히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의 정확한 판단과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제는 지난 2012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권익 보호를 위해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을 둘러싼 찬반 논쟁입니다. 논란의 핵심은 현행 유통법에 규정돼 있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자정~오전 10시)‘의 완화 여부입니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유통법 관련 개정안은 내년 4월 총선 이전까지 처리되지 못하면 자자동 폐기되는데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법 개정에 대한 찬반 논리와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참고 사진 = 픽사베이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현재 국내 대형마트는 대형 온라인쇼핑 업체들과 달리 새벽배송을 할 수 없다. 지난 2012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한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고, 매달 이틀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10여년 동안 쿠팡, 마켓컬리 등 e커머스 업체들은 야간‧새벽 배송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온 반면, 대형마트들은 규제에 묶여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광주‧전주를 제외한 전라도와 강원‧제주 등 새벽배송 미시행 지역 소비자들은 “수도권‧대도시에서는 새벽배송 같은 쇼핑 편의를 누리는데 왜 국회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막느냐”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비수도권‧MZ세대 소비자들의 강력한 요구와 “대형마트도 야간시간과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해 달라”는 유통업계의 지속적인 규제 완화 요청에 따라, 2020년 7월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2021년 6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통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2021년 11월을 끝으로 1년 9개월간 한 번도 해당 법안을 논의하지 않고 방치하다시피 했다. 급기야 법안 폐기 기한을 8개월 앞둔 지난달 21일 논의를 재개했으나,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직면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여당은 새벽배송 허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법 개정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새벽배송', '휴일배송' 등을 선호하는 소비행태가 부상하고 있는데다, 쿠팡‧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업체가 몸집을 키우는 상황에서 대형마트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무조정실,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 정부와 대·중소 민간 유통단체들은 지난해 12월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문제 해결을 추진했다.

이 협약서에는 전통시장과 중소유통 공동도매물류센터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 지원과 교육·연수, 대형마트의 온라인 플랫폼에 전통시장의 상품을 입점과 마케팅 지원 등 중소유통업을 대표하는 전국상인연합회와 슈퍼마켓조합연합회이 희망했던 상생 방안들이 담겼다. 또 지속가능한 상생을 위해 온라인 배송 등으로 인한 수익금을 기금으로 조성해 정부와 대형유통업계가 중소유통의 필요사항을 지원하는 내용도 합의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로 중소상인과 소비자 편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박 의원은 지난달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 특허소위원회에서 “민간이 어렵게 만든 상생협약을 국회가 못 믿겠다는 것은 국회의 역할을 과하게 설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대형마트에 납품되는 제품의 92%가 중소기업·농업·수산업 생산자 제품이라는 통계를 공개하며 “대중소기업들이 합의한 상생협약을 국회가 이분법적으로 왜 대기업을 돕느냐며 반대하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권명호 의원은 “(법 개정으로) 젊은 세대나 시장에 가기 힘든 계층에 편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망을 갖춘 대형마트 등에서 새벽배송이 허용된다면 미시행 지역의 소비자들의 불편이 해소됨은 물론, 젊은층의 비수도권 기피 현상 해소에도 일조할 것으로 주장이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핵심 이해 당사자들인 소상공인들이 규제 완화를 원하고 있고, 지역의 MZ(소비자)들이 수도권 소비자들이 누리는 혜택(을 똑같이 누리는데)에 동의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장 차관은 이어 “대형마트의 온라인 새벽배송 허용 후 매출을 확인해야 정확한 영향평가가 가능한 만큼 규제를 먼저 풀어주고 부작용은 그때 보완하는 게 합당하다”면서 “모든 걸 다 틀어막고 ‘조금 이따 보자’고 한다면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소상공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일부 소상공인 단체들이 정부‧여당의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다, 국회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반대 기류가 강해 유통법 개정안이 실제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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