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성‧안전성 입증 안돼”…의료계, ‘한방 난임 치료 국가 지원’에 강력 반발
“한방 임신율 12.5% vs 의과 임신율 35.4∼50.5%…유효성 낮아”
“한방 임신 비용 1785만원, 인공수정 3.5배…낮은 경제성도 문제”
최혜진 기자
chj@newsbalance.co.kr | 2024-01-16 07: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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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한방 난임 치료 국가 지원’ 놓고 의료게‧한의계 갈등”입니다. 국가가 한의약 난임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한방 난임 치료에 관한 기준을 정해 고시 할 수 있도록 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이를 둘러싼 한의계와 의료계의 갈등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뉴스밸런스 = 최혜진 기자] 한의약 난임 치료 시술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의료계 단체들은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방의료를 통한 난임 치료의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데다 과학적 근거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의약 난임 치료 지원사업을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난임 환자에 대한 한방치료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 적이 없다”며 “오히려 여러 가지 해를 끼칠 가능성이 세포 실험, 동물 실험, 임상데이터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효과나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한방난임 치료는 즉각 중단되어야 하고, 지자체의 지원사업 역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7~2019년 기준 103개 지자체 한방 난임 치료 사업에 참여한 대상자 3969명 중 한방 난임 치료로 498명(12.5%)이 임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아무런 치료 없이 단순 관찰만 한 난임 여성에서 나타나는 임상적 자연임신율(24.6~28.7%)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라며 “유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도 성명서를 통해 “21세기 최첨단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에게 과학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선택하도록 권하고, 이를 국가가 지원하는 법을 만들었다”며 “황당함을 넘어 대한민국을 국제적인 조롱거리고 만드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산의회)와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직선제 산의회) 역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산의회는 “국가와 지자체 예산 투입 시 사업의 효과성과 과학적 근거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함에도 의학적·과학적으로 ‘한방 난임 시술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결과는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한방 난임 시술이 임신율을 높였다는 과학적 근거를 어디서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의원마다 안정성도 유효성도 입증되지 않은 치료를 남발하고 있어 한방 치료에 표준화가 안된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산의회는 “한방 난임 사업에 참여하느라 시간을 할애한 여성의 경우 임신 가능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보조생식술조차 시도하지 못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난임 환자에게 현재의 시간은 매우 소중하며,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임신의 기회를 빼앗긴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 것인가”고 비판했다.
직선제 산의회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방 난임 치료를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한방 난임 치료 임신율 12.5%는 외국 연구의 3회 체외수정 시술 시 누적 임신율 54.2%보다 낮고, 국내(의과) 연구의 임신율 35.4∼50.5%보다도 현저히 낮다”면서 “한방난임치료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방 난임 치료의 낮은 경제성 또한 한방 난임 치료 사업을 중단해야 할 이유 중 하나라고 짚었다.
직선제 산의회가 추산한 한방 난임 치료 임신에 소요되는 지자체·건강보험·지역 한의사회 지출액은 1785만원. 이같은 비용은 인공수정(504만원)의 3.5배, 체외수정(1010만원)의 1.8배라면서 낮은 경제성 문제를 들췄다.
직선제 산의회는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방치료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폐경에 이르게 되면 시험관 시술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면서 “한방난임치료를 옹호하고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한의계의 인기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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