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작은 친절을 발견하는 법
좋은 사람 도감 |저자: 묘엔 스구루 , 사사키 히나 , 마나코 지에미 |역자: 이지수 | 서교책방
북디자이너 강은영
mdbiz@newsbalance.co.kr | 2026-01-28 08:55:02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타고나기를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어려워하는 나는, 최근 카페에 갈 때마다 마음속 갈등을 느낀다. 인공지능 효율성과 사람의 온기,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망설이게 된다. 바로 키오스크 때문이다.
물론 나는 낯선 사람이 걸어오는 대화도 부담스러워 키오스크 편리함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 앞에서 망설이는 어르신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못하곤 한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마주하는 어르신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에서 부모님이 겹친다. 누군가 뒤에 서기라도 하면 더욱 눈치 보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불현듯 최근에 본 책이 떠올랐다. 왠지 좋은 사람 같지 않은 분위기 캐릭터가 그려진, 어딘가 허술한 듯 힙한 느낌 표지. <좋은 사람 도감>은 주변에 숨은 ‘좋은 사람’을 발견해 모은 책이다.
본문에는 표지 그림과 같은 스타일 일러스트와 함께 수집한 좋은 사람에 대한 문장을 담았다.
책 제목처럼 좋은 사람의 포즈와 포인트, 덧붙인 설명도 좋다. 아기자기하며 귀여워 읽는 내내 웃음이 지어진다.
세심하게 관찰해야만 눈치채는 좋은 사람도 있고, ‘아!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는데’하며 퍼뜩 떠오를 만큼 금방 눈치챌 좋은 사람도 있다.
한 예로 메뉴판을 상대방 방향으로 펼쳐주는 사람을 소개한다.
‘아, 이 페이지 다 봤구나’ 싶을 때 적당한 속도로 다음 장으로 넘겨준다. 두 메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으면 “그럼 내가 이거 시킬 테니까 반씩 나눠 먹”라고 말해준다. 주문한 다음에는 메뉴판을 자기 등 뒤에 놓아둔다. 포인트는 보기 힘들 게 뻔한데도 “괜찮아, 잘 보여, 잘 보여!”라고 말하고는 한다.(77쪽)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런 행동을 하는 좋은 사람이 여럿 떠올랐다.
이 책은 단순히 좋은 사람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말한다.
좋은 사람을 발견하면 자기 자신 좋은 부분에도 눈을 떠서, 자신이 조금 더 좋아집니다. 또한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25쪽)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저자가 독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도 만난다.
분명 이 도감 속에는 ‘에이, 이런 건 당연한 행동이잖아’ 싶은 것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바로 당신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니, 넉넉한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62쪽)
사소한 친절을 발견하는 일은 생각보다 즐겁다. 누군가 문을 잡아주는 손길, 엘리베이터 문 닫힘 버튼을 누르지 않고 기다려주는 배려, 계산대에서 잔돈을 떨어뜨린 사람을 위해 함께 주워주는 모습. 이런 장면을 생각하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새해에 가볍고 경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좋은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작은 순간에 따뜻함을 나누는 사람임을.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냐고? 자그마한 용기를 냈다.
|강은영. ‘표1’보다 ‘표4’를 좋아하는 북디자이너. 인스타그램 디자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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