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삶은 다른 곳에
한국이 싫어서 |107분 |각본·감독: 장건재 |배급: 디스테이션
강미유 기자
miu@newsbalance.co.kr | 2024-08-26 18:01:01
[칼럼니스트 강미유] 이 칼럼 코너명은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가 한 말 '삶은 다른 곳에 있다(la vie est ailleurs)'에서 따왔다. 밀란 쿤데라 소설에도 <삶은 다른 곳에>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다른 곳은 지리적 의미가 아니다. 시네필이 아니고서야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예술 영화, 독립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만나보길 바란다는 취지다. 그곳에는 블록버스터나 상업영화에서 만나기 어려운 다른 시선과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와 다른 삶을 찾아서 떠나는 영화 <한국이 싫어서>가 29일 개봉한다. 2015년 장강명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은 2015년에 나왔고, 영화는 2024년에 개봉한다. 그 사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세계적 대유행)을 겪었고, Z세대의 시작인 1995년생도 어느새 사회에서 3~4년차가 됐다.
각본도 직접 작업한 장건재 감독은 “2015년의 한국과 2024년의 한국은 같으면서도 다르다”며 “영화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포착하려고 했던 것은 단지 시의성이 아니라, 한 개인의 여정을 통해 변화하는 감각과 인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소설이 변화의 외침 속에서 들린 한 목소리였다면 지금의 영화는 더 평온한 온도에서 ‘그럼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라는 질문을 던진다”며 “시대가 달라도 영화의 대상은 한국 청년이고, 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동시대 관객이라면 사실 이러한 영화 서사보다는 계나가 살아온 한국사회를 함께 톺아 보아야겠다.
장건재 감독은 “계나는 19살에 또래 친구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 바다에 가라앉는 배를 보았다. 또 같은 20대 여성이 강남역 인근 상가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살해 당한 사건을 보았다. 20대 초반에 미투 운동의 거센 물결과 변화를 경험했다. 또래의 ‘N번방 디지털 성범죄자’가 기어이 감옥에 들어가는 걸 보았다. 핼러윈데이에 이태원에서 만나자 약속했던 친구 혹은 친구의 친구의 죽음을 목도했다. 말하자면 ‘계나’는 지난 10년 간 한국사회를 몸소 겪으며 생존한 여성과 다름 없는 이름이다”고 말했다.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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