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슬퍼하는 중입니다

애도 일기 | 저자: 롤랑 바르트 | 역자: 김진 | 걷는나무

북디자이너 강은영

mdbiz@newsbalance.co.kr | 2026-10-07 00:33:46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디자이너 강은영] 늦은 여름의 끝. 친구가 떠났다.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좋아하고, 캐릭터를 사랑하는 그런 사람. 여러 나라를 함께 다니며 “서로 이렇게 잘 맞는 여행 메이트를 또 만날 수 있을까”라며 웃던 친구. 그가 떠난 후 처음 일주일은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 뒤섞인 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친구의 부고를 들은 뒤 가족 얼굴조차 마주하기 힘들어 집에만 틀어박혔다. 어지럼증이 동반되는 메니에르병 증상이 심해졌다. 그래도 일은 해야 하니까 병원에 갔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의사의 말에 그만 눈물이 터져 나왔다.

 

예전에 읽은 롤랑 바르트의 책을 꺼냈다. 마냥 좋아서 읽던 때와 달리 이번에는 작가의 상황이 내 현실과 겹쳤다.

 

“모든 일들은 아주 빨리 다시 시작되었다: (중략) 그녀가 죽자마자 세상은 나를 마비시킨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거야, 라는 원칙으로. (159쪽)”

 

<애도 일기>는 롤랑 바르트가 평생 깊은 유대를 나눈 어머니 앙리에트 벵제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부터 메모지나 작은 종이 조각에 적어 내려간 기록이다. 1977년부터 1979년까지 쓴 330여 장의 메모는 바르트 사후에 책으로 나왔다.

 

이 책에는 줄거리가 없고, 짧은 기록들이 되풀이되며 서로 겹친다. 애도가 끝난 뒤 과거를 돌아보며 정리한 기록이 아니라, 애도하는 시간 속에서 그날그날 생겨난 생각을 적은 기록이다. 그 반복과 파편성이 애도와 닮았다.

 

바르트는 슬픔을 치유하려 하지 않고 삶의 일부로 통합해 그냥 함께 살아가려 했다.

 

사람들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말한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시간은 상처를 덮어 주지만, 떠올리면 기억이 다시 밀려와 나는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다만 시간은 애도의 날카로운 가장자리를 살짝 둔하게 만들어 줄 뿐이다.

 

바르트는 어머니의 부재를 자신이 잊어야 할 과거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할 현재 상태라고 고백한다. 기다리면 다시 만날 수 있는 부재와 달리, 죽음 뒤의 부재에는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

 

“애도에 대해서 말하지 말자. 그건 너무 정신분석학적이다. 나는 슬픔 속에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슬퍼하는 것이다. (83쪽)”

 

친구를 보낸 뒤로는 그저 상투적으로 건네던 ‘건강하기를’ 같은 안부를 온 힘을 다해 전한다. 나를 아는 이도 모르는 이도 모두 부디 건강하기를. 특히 지금 슬퍼하는 이에게는 이 책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강은영. 표1보다 표4를 즐겨보는 북디자이너.인스타그램 디자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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