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객석 자리가 아닌, 무대 위에서 보는 가부키
국보 |175분 |감독: 이상일 |배급: (주)NEW
강미유 기자
miu@newsbalance.co.kr | 2025-12-11 11:58:22
| 영화 '국보'[칼럼니스트 강미유] 이상일 감독의 일본 영화 <국보>가 3시간(175분)에 가까운 긴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19일 개봉 이래 22일 동안 15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개봉 첫 주 스코어가 절반인 7만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주차에 상영관 감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셈이다.
영화를 실제 본 관람객의 반응은 주요하게 2가지다. “3시간이 길지 않게 느껴졌다”와 “한 번쯤 가부키를 직접 보고 싶다”. 반면에 실행력이 좋아 곧이어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을 통해 실제 일본의 국보 연기자가 연기하는 2~3시간짜리 가부키 공연을 보면 “지루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영화 <국보>가 그만큼 가부키 공연 장면을 흡인력 있게 연출해낸 덕분이겠다. 무대 장면의 촬영 방식, 리듬이 인물의 심리와 예술 세계의 구조를 영화적으로 시각화해냈다.
원작소설과 영화 모두 큰 서사의 축은 본래 야쿠자 가계 출신인 키쿠오(요시자와 료)가 가부키 명문가 한지로(와타나베 켄) 밑에 들어가 수련하고, 일본 특유의 세습 전통을 극복해내 인간 국보가 되기까지 일생을 따라간다. 영화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재능을 타고난 키쿠오와 혈통을 타고난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 경쟁을 두 축으로 삼아 서로가 갖지 못한 것으로 인해 겪는 고난을 강렬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영화적 몰입감을 이끌어내는 장치는 촬영이다. 가부키 무대를 현실과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설정해, 무대에 오르는 순간 인물이 인간에서 예술의 매개체로 변모하는 양상을 강조한다. 이때 카메라는 무대 위 인물의 얼굴과 손짓, 발놀림을 극도로 밀착해 담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다시 먼 거리에서 인물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대비를 만든다. 이러한 시점 전환으로 예술의 절정과 사적 삶의 결핍을 교차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카메라를 객석이 아니라 무대 위에 올려놓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배우 어깨너머로 객석을 보게 하거나, 무대 가장자리·스폿 조명 안쪽에서 인물을 따라간다. 영화 관객은 공연의 전통적인 관람자 자리에서 벗어나 배우와 같은 시선으로 객석을 내려다보며, 공연의 긴장, 호흡, 두려움이 마치 자신의 감정처럼 전이되는 경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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