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로또 맞았다, 그래도 살아간다

레슬리에게 | 119분 |감독: 마이클 모리스 |배급: 영화사 진진

강미유 기자

miu@newsbalance.co.kr | 2023-11-24 14:48:31

  영화 '레슬리에게'[칼럼니스트 강미유] 많은 사람들이 ‘로또에 당첨돼 삶이 더 불행해졌더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행운을 바라며 로또를 산다. 하지만 당첨은 늘 그렇듯 요원하다.

 

‘로또 불행’의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 <레슬리에게>가 오는 29일 개봉한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하우스 오브 카드> <베터 콜 사울> 등 드라마를 연출했던 마이클 모리스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레슬리(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지역 축제에서 복권이 당첨되어 일확천금을 얻는 행운을 잡지만, 그 기쁨에 취한 나머지 알코올 중독이 됐고 돈과 소중한 사람을 모두 잃었다. 아들 제임스(오웬 티그)를 혼자 힘으로 키워냈던 성실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결국 외톨이로 방황하던 끝에 오갈 곳마저 없어진 그는 자신을 내친 아들 제임스(오웬 티그)를 찾아간다. 그런 그를 다시 받아주는 조건은 단 하나, 더 이상 술을 마시면 안 된다. 하지만 레슬리는 이를 결국 어기고 만다. 제임스는 “술만 안 마시면 된다고 했는데 고작 하루도 못 참았잖아요”라 울부짖으며 레슬리를 그의 오랜 친구 낸시(앨리슨 제니)에게 보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낸시와도 크게 다투고 쫓겨난다. 그러다 어느 한 작은 모텔에서 그녀는 뜻밖의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듯 보인다. 주인 스위니(마크 마론)는 그를 청소부로 고용하면서다.

  영화 '레슬리에게' 

레슬리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 속에서도 끝없이 일탈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자신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그는 스위니를 통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의 따뜻함을, 제임스를 통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의 소중함을 배워 나가며 다른 사람으로 거듭난다.

 

마이클 모리스 감독은 “관객이 느끼기에 레슬리는 자신 삶과 무관한 캐릭터일지라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며 “이를 위해 주인공 레슬리의 세계에 들어가 촬영하고자 애썼다. 카메라는 이 속에서 그녀와 똑같이 경험하며, 같이 숨 쉬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레슬리에게>는 배우들의 호연 못지않게 1950~60년대 미국 서부 도시와 시대 분위기를 구현한 점에 눈길이 간다. 당시 길거리 사진을 바탕으로 모텔과 바, 세탁소, 식당, 크로스컨트리 버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으며 대부분 고속도로와 철도 사이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복고풍이 유행하고 있는 때에 이같은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모리스 감독은 “우리가 찾고 있던 결을 표현해 내기 위해 영화 속 ‘레슬리’처럼 투지를 가지고 35mm 필름 촬영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영화 '레슬리에게'|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 뉴스밸런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