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칼럼-국제정세의 진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소신·용기…32년 보수우파 정치 경험으로 EU 위협에 굴복하지 않았다

편집국

news@ | 2025-01-09 14:58:54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X(옛 트위터) 캡처

■프랑스 대통령도 독일 총리도 아니었다. 47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024년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뽑혔다. 세계가 놀랐다.

‘극우 포퓰리스트’ ‘극단 민족주의자’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인.” EU 등 유럽의 좌파 글로벌리스트들과 세계 좌파매체들은 그녀가 총리에 오르기 전부터 지금까지 사정없이 두들겨 패 왔다. 유럽의 좌경화를 막는, 그냥 둘 수 없는 이념의 정적이기 때문.

EU 위원장은 선거 직전 “투표 결과가 어려운 방향으로 가면 우리는 수단이 있다”고 이탈리아 국민에게 공개 경고했다. EU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에 보복하겠다는 뜻. 있을 수 없는 선거 개입. 그만큼 멜로니는 두려운 존재였다.

그러나 겨우 2년 만에 멜로니는 ‘세계 정치인’으로 우뚝 섰다. 줄기차게 세계 보수정치인들을 공격해 온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선정했으니 의미가 크다. 최근 보수우파 포퓰리즘이 유럽 전역을 휩쓰는 흐름을 반영한 것. 정치이념으로 보면 멜로니가 마뜩잖아도 유럽 정치 지형의 중대 변화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제정세는 보수우파의 상승세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멜로니는 늘 정치 혼돈에 빠졌던 이탈리아 현대사에서 가장 안정된 정부를 만들었다. 국제 금융세력 등 글로벌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유럽 등의 ‘이슬람 화’에 맞서 포퓰리즘을 내세우며 불법 이민을 강력하게 막았다. 기독교 정체성 보호, 거대 기술기업들의 검열 규제, 출산 장려를 위한 감세, 성 소수자와 낙태 자유화 반대 등을 추진했다.

일론 머스크도 “이탈리아를 놀라운 경제 성장과 고용률로 이끈 공은 대단하다. 정치인에게서 보기 드물게 진솔·정직하다”고 멜로니를 칭찬했다.

세계 좌파매체들은 그런 멜로니에 ‘극우’ 덮어씌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우파 정치인들은 무조건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어야 하는 전략. 한국 매체들도 덩달아 그대로 베끼고 있다. 그런 보도를 보고 멜로니 등 보수우파 정치인들을 평가하면 국제정세에 까막눈이 된다. 오판 때문에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정치위기에 빠졌다. 이런 시기에 먼 나라 정치인을 얘기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길을 찾기 위해서다. 보수우파들은 나라의 정치지도자를 세우면서 그들의 이념 정체성을 정확하게 보지 못했다. 나라의 운명을 감당할 정치 경험과 정치·정책 능력, 좌파와의 어떤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는 용기·지혜, 세계를 상대할 수 있는 국제정세의 인식·판단 능력 등이 있는지를 제대로 따지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든 한동훈 전 국민의 힘 대표든 내용 없는 말싸움질 능력만 높이 샀다. 큰 실수였다. 대가는 혹독하다. 그 잘못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멜로니 총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멜로니는 이탈리아 역사 첫 여성 총리. 2022년 45세 때다. 혹시 여자라서, 젊다는 이유로 총리에 뽑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 정치선택은 대한민국이면 모르나 웬만한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윤 대통령이나 한 전 대표 같은 벼락출세 정치인은 한국정치만의 부끄러운 산물이다.

총리가 되기까지 멜로니의 정치경력은 30년이나 되었다. 정치를 계속하면서 잡초 같은 밑바닥 삶도 살았다. 그러나 이념 정체성은 확실했다. 이탈리아 국민을 설득한 것은 얄팍한 말싸움 솜씨가 아니었다. 당차디당찬 소신과 능력. 강한 보수우파 신념·정체성을 정교한 논리로 설파했다. 두둑한 베짱·용기를 가져 유럽을 장악한 좌파 글로벌주의자들에 주눅 들지 않았다. 왜 그들이 이탈리아 장래에 중대한 위협임을 설명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기질이 한국 사람과 비슷하다고 한다. 감상·감성에 쉽게 휩쓸린다는 것. 그러나 이탈리아 국민은 멜로니를 선택하면서 냉정했다. 그녀가 일깨운 냉엄한 정치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념을 지키지 않으면 민족도 나라도 가족도 종교도 나아가 인간도 존재하기 힘들다는 점을...그들은 EU의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멜로니의 선거 구호는 “신, 국가, 가족.” 글로벌주의자들이 가장 반대하는 것들이었다. 그녀의 연설:

“우리의 주적은 (국가) 정체성을 악마로 보는 글로벌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진짜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엘리트들이 이끄는 초국가 집합체(세계 하나의 정부)로 넘기려 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권력을 넘겨주기 위해 공산주의를 물리치지 않았다. 독립 개별국가의 자유·정체성·국민주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왜 가족이 적인가. 가족이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좌파들은) 민족, 종교, 성·가족 정체성을 공격한다. 나는 나를 이탈리아 사람, 기독교인, 여성, 어머니로 규정할 수 없다.

좋든 싫든 정체성은 신성하다. 신과 나라·가족·자유를 지킬 것이다. 결코 (EU 등) 금융재정 투기꾼들의 손에 놀아나는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씨앗은 여름에 잎은 푸르게 됨을 입증하기 위해 뿌려진다. 이제 때는 왔다.”

멜로니는 1992년 15세 때부터 정치 운동에 뛰어들었다. 98년 21세에 로마 주 의원으로 당선돼 4년 활동. ’젊은이 행동‘ 첫 여성 총재. 2006년 이탈리아 의회 당선, 31세에 청소년부 장관이 되어 3년 재임. 12년 ’이탈리아 형제들‘ 창당. 14년 총재. 차근차근 탄탄한 정치 경험을 쌓았다.

멜로니는 쉼 없는 정치 활동을 하면서도 어린이집 보모, 나이트클럽 바텐더와 종업원 등의 일을 했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음식·포도주·호텔 서비스를 가르치는 기술직업학교만 졸업했다. 그런데도 ’폴리티코‘는 “지식 능력과 권위 있는 존재감을 바탕으로 상대를 능숙히 제압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했다.

■이쯤이면 한국식으로 ’고졸 신화‘라 할 만하다. 한국만큼 살아있는 신과 여제, 황제가 많은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신정·군주국가도 아닌데 툭하면 그런 수식어를 붙인다. 스포츠 종목마다 신·여제·황제가 널렸다. 시대에 너무 동떨어졌다. 그런 과장이 있을 수 없다.

그 연장선에 ’고졸 신화‘가 있다. 고교 졸업생의 출세가 무슨 신의 이야기며 역사에 남을 업적인가? 얼토당토않다. 그런 과장으로 국민 감성에 호소하는 정치인들이 얄팍한 짓에 속아서는 안 된다. 멜로니가 아무리 고생을 했어도 이탈리아 누구도 ’고졸 신화‘라 포장하지 않는다.

멜로니는 다른 포퓰리즘 정상들과 달리 우크라이나 지원 때문에 비판·의심을 받는다. 명분 없는 전쟁을 선호하는 ’네오콘‘이라 보수우파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유럽 여러 우파 정당들이 6월 유럽 의회 선거에서 큰 성과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멜로니가 유럽 우파의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EU의 각종 좌파의제를 오른쪽으로 돌릴 것으로 보인다.

멜로니가 한국에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정치는 아무나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바른 정체성으로 충분한 정치 경험·경력을 쌓은 인물을 국민은 선택해야 한다. 국민의 책임과 의무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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