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칼럼-국제정세의 진실] 윤석열 대통령부터 포퓰리즘을 알아야 한다
편집국
news@ | 2023-11-30 15:28:57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이어 이틀 만에 유럽에서 포퓰리스트 수상이 탄생하게 되었다. 유럽 등 세계 좌파언론들은 하비에르 밀레이 당선 때와 꼭 같다. 총선 승리를 거둔 자유당과 헤이르트 빌더러스 당 대표를 ‘극우’라고 덮어 씌었다. 한국언론들도 그대로 따라 극우라고 했다.
극우란 철권 독재정치를 편 이탈리아 파시즘과 독일의 나치즘을 일컫는 용어다. 극좌는 무정부주의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바탕을 둔 폭력 전체주의를 말한다.
■포퓰리즘은 극우가 아니다
빌더러스는 집단이민과 난민 무조건 수용, 이슬람주의를 반대한다. 표현의 자유와 작은 정부, 세금 인하를 주장한다. 유럽연합(EU) 회의론자. 영국이 EU에서 빠져 나온 ‘브렉시트’처럼 네덜란드도 ‘넥시트’를 위한 국민투표를 요구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을 가장 존경한다. 자유민주주의자. 보수우파 포퓰리스트. 극우가 아니다.
빌더르스의 아버지는 네덜란드 인. 어머니는 무슬림이 지배하는 인도네시아 사람. 그런데 빌더르스는 왜 이슬람주의를 반대할까?
“이슬람은 종교보다는 이념이다. 서양의 개인의 자유 전통을 부정하는 신념 체계다. 나는 이슬람 속박 아래 살아가는 아랍, 페르시아, 인도네시아 인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낀다. 자유 없이 번영·행복을 추구할 수 없다. 더 많은 이슬람은 더 적은 삶, 더 적은 자유, 더 적은 행복을 의미한다.”
빌더러스는 네덜란드의 국가 주권과 문화 정체성을 지키고 테러 등 범죄를 줄이려 한다. 그래서 EU 등 글로벌주의자들이 밀어붙이는 무슬림 집단 이민과 무슬림 난민의 무조건 수용을 거부한다. 헝가리 빅토르 오반 수상과 같은 생각이다.
좌파들은 그런 빌더러스를 “극단주의자. 관용의 모범인 네덜란드를 극우로 몰고 갈 인물”이라고 한다. 오로지 포퓰리스트이기 때문.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정치가 아닌 엘리트들에 의한, 엘리트들을 위한 정치를 추구하며 세계 하나의 정부를 만들려는 글로벌리스트들에게 포퓰리스트들은 무조건 무너트려야 하는 존재다. 글로벌주의 좌파들은 포퓰리스트들을 극우, 극단주의자라고 몰아붙인다. 예외가 없다. 세계인들에게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기 위한 상징 조작이다. 희한한 정치 용어 만들기에 능숙한 좌파들의 틀에 박힌 수법. 좌파가 절대 다수인 세계의 언론들은 선전도구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오반 수상, 프랑스 마린 르팬 대선후보, 밀레이 당선자 등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떠오를 때마다 좌파들은 그들을 ‘극우 인종차별주의자’라고 공격한다. 욕설이나 다름없는 언어로 인간성 파괴에 나선다. 빌더러스는 수십 년째 이 보다 훨씬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방탄’ 빌더러스
빌더러스의 승리는 “브렉시트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정치 지진”이며 “새로운 유럽을 가능케 할 것”으로 평가된다. 10월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포퓰리스트 로베르토 피쵸가 총리에 올랐다. 폴란드에서 포퓰리즘 정당의 패배로 한때 동력을 잃는 듯 했으나 빌더르스의 승리로 유럽의 포퓰리즘은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있다.
세계 좌파들에게는 비상 상황. 선거 결과가 집계되는 동안 미국에서 ‘네덜란드 전문가’들이 토론을 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빌더르스는 극도로 급진이다. 총리가 되는 생각 자체가 상상할 수 없는 선택이다,” 조지타운 대 교수는 “그는 네덜란드 법, 유럽 법, 국제 법에 반하는 일을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의견에서 빌더러스에 대한 세계 좌파들의 거부 반응이 얼마나 심한지 읽을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대단히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운명은 물론 자신의 정치생명과 아울러 자신의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 빌더러스의 정치역정이 그렇다.
빌더르스는 살해기도, 처형 협박, 소송 등 숱한 고비를 넘겨왔다.
2004년 11월 헤이그에서 빌더르스와 동료 의원들을 암살하기 위해 수류탄 3개를 가졌던 두 명이 기소되었다. 그는 08년 네덜란드에서 가장 위협받는 정치인, 10년 알카에다 암살 명단에 올랐다.
테러 위험 때문에 그는 이발소에서 머리를 염색하거나 자르지 않는다. 20년이 넘었다. 정부가 제공한 방탄안전가옥에 산다. 방탄조끼를 입고 방탄차량으로 이동한다. 6명의 경찰 경호원이 따라 붙는다. 사무실은 미리 승인을 받고 철저한 검색을 거친 방문자만 받아들인다. 빌더르스는 "이슬람주의에 반대하면서 개인의 삶을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빌더러스는 압승을 했으나 총리가 될 지는 아직 모른다. 야권에서 그의 이념에 반대하는 세력들 때문에 연정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의 시련은 계속이다.
포푤리스트 빌더르스가 자신의 정치신념을 끝까지 지키며 유럽의 정치 지형을 바꿀지는 쉬 전망할 수 없다. 아르헨티나 밀레이 당선자도 마찬가지. 포퓰리즘에 대한 좌파들의 공격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정교하며 치열하고 끈질기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를 포퓰리스트라고 해서는 안된다
다른 나라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나라를 기키기 위해 자신의 정치생명은 물론 목숨까지 걸고 글로벌주의자들과 싸우는 것이 대중인기영합주의인가? 우리나라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 같은 인물들을 포퓰리스트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의 이념이나 행동에 전혀 맞지 않는다. 그는 종북좌파. 그를 비판하기 위해서라면 그냥 대중인기영합주의자라고 부르면 된다. 포퓰리스트와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포퓰리즘이 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도 공개석상에서 포퓰리즘을 ‘대중인기영합주의’로 알고 있는 발언을 했다. 국제정치가 어떤 이념투쟁의 가운데 있는지 잘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보수우파의 핵심 가치인 포퓰리즘의 부상으로 세계가 요동치고 있는데도 대중영합주의로 알고 있다면 이만저만 큰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포퓰리즘을 모르면 국내정치는 물론 정상외교도 할 수 없다. 만약 윤 대통령이 좌파 총본산인 다보스 포럼 등에 가서 포퓰리즘을 비판하면 조 바이든, 에마뉘엘 마크롱 같은 글로벌주의 정상들은 반가워 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보수우파 정치인들은 놀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우파가 아닌 좌파 글로벌리스트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칫 한 마디라도 실수한다면 윤 대통령 자신의 명예는 물론 국가 이익에도 중대한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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