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칼럼-국제정세의 진실] 한미동맹 속의 마르크스 이념
편집국
news@ | 2023-08-24 16:25:46
그러나 ‘한미동맹’이란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 미국의 어떤 정부와 동맹하느냐는 실질이 중요하다. 미국 대통령과 그 정권의 이념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정치 정체성과 맞는가? 대통령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 깊은 인식을 가진 신뢰성 있는 지도자인가? 이런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없는 한미동맹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정책은 이념의 산물이다. 그 집행은 지도자의 능력과 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 민망한 바이든의 회견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의 진정성과 유용성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회였다. 3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정상들 간의 ‘핫라인’을 개설하기로 했다. 매년 회담 개최, 연례 군사훈련, 경제협력 확대 등을 약속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려하고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언급했다. 정상들은“남중국해에서의 공격적 행위” 등 중국을 비판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바이든 정권과의 한미동맹이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남겼다. 세 가지 측면에서다. 첫째 바이든 대통령의 지도력. 둘째 미국의 중국에 대한 태도. 셋째 바이든과 정부의 마르크스 이념성.
정상들의 회견을 TV 중계로 봤다면 바이든의 상태가 과연 정상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발언 차례를 넘겨주기로 되어 있음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방금 전 만났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직함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머뭇거리던 바이든은 사회자가 “일본 총리”라고 했으나 “대통령”이라 불렀다. 이어폰 빼는 것도 잊어버렸던 그는 두 정상에게 인사도 없이 돌아섰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멋쩍은 웃음을 띄며 악수를 나눈 뒤 연단을 떠났다. 민망한 장면들이었다. 정상들의 행사에서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가 의전을 모를 리가 없을 터. 그러나 정신·육체적 혼란 때문에 자기 제어가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언론인은 “(바이든은) 그냥 머리를 숙인 채 원고만 겨우 읽고 있다. 무엇을 읽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완전히 혼란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자유세계의 지도자라고 한다. 그것을 보고 세계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누가 신뢰하겠는가? 그는 도움과 지시 없이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자국 대통령에 대한 참담한 실망의 표현. 그러나 동맹국 국민들은 실망을 훨씬 넘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바이든의 오락가락은 국제 사회의 문제가 된지 오래다. 과연 그가 동맹 한국에 대한 약속의 진정성과 헌신성을 가질 수 있는가?
■ 중국에 대한 바이든의 이중성
그 걱정은 바로 현실이 되었다. 정상회담 직후 바이든은 미국 기자들에게 “회담은 중국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은 회담 목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을 위협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공동성명에서 그렇게 중국을 비판해 놓고서 금방 딴 소리를 했다. 불안정한 정신상태 때문인가? 하지만 바이든과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해 이중성을 갖고 있다.
3국 정상회담이 열린 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토론회에서 “중국이 미국의 전략 요충지 상공에 스파이 기구를 띄우고, 남중국해에서 미국 함선을 차단했다. 바이든이 국무장관을 (시진핑에게) 보내 ‘머리를 조아리며’ 회담을 요청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국무장관 대신 항공모함을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는 ‘kowtow’란 단어를 썼다. 미국인들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댄다”의 뜻을 가진 叩頭(고두)란 중국어를 발음 그대로 사용한다. 우리에게는 후금의 홍타이지가 조선 인조를 삼전도로 불러내 강요한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가 치욕의 역사로 남아있다. 바이든은 중국에게 꼼짝 못하는 존재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중국이 바이든을 소유하고 있다” “차이나 바이든”이라고 한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때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편입시키는데, 부통령 때 WTO에서 중국을 최혜국으로 격상시키는데 앞장섰다. 아들은 그의 이름을 팔며 중국 기업으로부터 1,000만 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백악관과 정부에는 친중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안토니 블린켄 국무장관은 중국 사업 자문회사를 운영했었다. 외교안보 부서 요직에 이 회사 출신 16명이 있다.
그러니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미국 침투·공략에 손 놓고 있다. 하원 ‘중국위원회’ 마이크 갤러허 위원장은 정상회담 다음날, 중국의 최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미국 투자를 규제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비판했다. 블랙락 등 미국 투자회사들은 항공모함, 스텔스 전투기 등 중국군 전력 증강에 참여한 중국 기업들에 돈을 대고 있다. 이들은 블랙리스트에도 올라있다. 그러나 8월 9일 발표된 행정명령은 이를 전혀 규제하지 않았다. 갤러허는 “중국은 적이다. 적의 군사 계획에 수백억 달러를 퍼부으면서 그 적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의 핵심 지역에 4억7,000만 평의 땅을 갖고 있다. 미국의 식량과 농업 기술 공급에 중대한 위협. 그러나 “정부는 바퀴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고 한다. 법무부는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코드 핑크’ 등 극좌 단체들의 위법성을 조사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8월 22일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발표하면서 27개의 중국 기업을 무역 제한 목록에서 삭제했다. 전 정부의 중국 규제를 뒤집은 것이 수두룩하다.
중국에게 겉으론 큰 소리 치면서도 속으론 굴종하는 이중성 때문에 바이든의 외교정책을 신뢰하기 어렵다. 그런 이중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이란과의 핵협상 중재를 부탁한 데서도 드러났다. 이란에게는 숱한 양보를 하고 있다. 북한과 긴밀한 이란은 러시아, 중국과 연대해 한국과 미국을 압박할 것이다. 바이든에게 강한 반격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한미동맹이 불안한 이유다.
■ 바이든 정책의 뿌리는 마르크스 이념
‘기후변화’ ‘공급망 다양성’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지속가능한 에너지’ ‘포용적 공급망’ ‘포용적 경제’ ‘소외 집단’ ‘클린 에너지 변환.’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나오는 용어들이다. 모두 그 뿌리는 마르크스주의다. 생태 마르크스주의와 문화 마르크스주의에서 파생했다.
생태 마르크스주의는 전통 마르크스 정치이념인 반자본주의에 생태학과 환경 정책 등 ‘녹색 정치’를 결합한 이념. 자본주의는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 그러니 급진 좌파들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방안을 내야 한다는 것. 기후변화 운동은 역성장과 반자본주의 운동이다. 마르크스 이념이 녹색운동을 차려 입었으나 여전히 마르크스 이념이다.
“노동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보장. 모든 고기와 유제품 금지. 2030년까지 가솔린 자동차 금지. 항공산업 폐지 등.” 다보스포럼의 목표이다. 기후변화 주창자들과 연대한 ESG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운동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그린 뉴딜’도 마찬가지. 바이든이 강력하게 추진해 ‘바이든 계획‘이라 불리며 ’경제적 후퇴‘를 추진한다. ESG는 블랙락의 대표 래리 핑크가 세계적으로 주도한다. ‘하나의 세계정부’를 꿈꾸는 글로벌리스트라는 핑크는 민주당과 바이든의 오랜 핵심 지지자다.
문화 마르크스주의는 1930년 대 이후 미국으로 건너 온, 독일 공산당과 연계된 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이 만든 이념이다. 여성, 흑인 등 소수 인종, 동성애자, 무슬림 등을 탄압받는 약자로 보고 계급투쟁을 부추긴다. 기독교, 자본주의, 애국심, 민족주의, 보수주의 등을 파괴하기 위한 비판이론과, 비판인종이론, 페미니즘, 퀴어이론 등이 모두 여기에서 비롯됐다.
비판인종이론에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Inclusion: DEI)’ 개념이 나왔다. 범죄 체포 율에서부터 의과대 입학까지 모든 차이는 흑백 차별 등 구조적 차별에서 비롯된다는 것. DEI는 인종, 성별,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다양한 집단을 포용해 자원과 지위, 부의 ‘형평한’ 재분배를 이루려 한다. 공급망 다양성은 여성과 소수자 소유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집단을 포용해 형평을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DEI 체제에서 형평은 결과를 똑 같이 나눠 갖는 것이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논리이다.
정부기관과 학교에 비판인종이론의 확산이 거세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9월 행정명령으로 이를 막았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이 명령을 취소하는 행정명령을 냈다. 그는 트럼프 명령의 보수주의 개념인 ‘인종 평등’을 ‘인종 형평’으로 바꾸었다. 바이든은 자신의 이념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2011년 유럽사회주의자 정당은 “국가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보장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환경 보호, 사회 형평의 테두리에서 가능하다. 기업들에게 “기후변화, 탈 탄소, 지속발전, 사회정의, 인종정의, 총기규제, 낙태권리, 성소수자(LGBTQ) 형평, 인종차별이론에 관한 ‘정치적 올바름’의 무리에 동참하라”고 압력을 넣는 ESG의 논리다.
■ 바이든 정권은 좌파다
냉전이 끝난 뒤 보수우파들이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사회주의는 이제 죽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았다. 마르크스주의의 사고와 표현이 정부와 대학에서부터 언론까지 세계의 모든 분야에 침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소련의 ‘공세 마르크스주의’는 무너졌을지 모른다. 서구 좌파들의 ‘부드러운 마르크스주의’는 더 강력해졌다. 그들의 위장에 보수우파들이 덜 위험하다고 방심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덜 무섭게 보이는 ‘관용’을 들먹이나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전복이다.
성명 작성은 회담이 미국에서 열렸으니 바이든 정부가 주도했을 터이다. 대한민국과 미국, 일본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마르크스 이념으로 물들 지는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일. 그러나 엄연한 현실이다. 바이든 정권은 확실한 좌파다. 지금의 대한민국 체제와는 본질이 다르다. 바이든은 신체와 지각의 문제로 지도력에 신뢰를 잃고 있다. 대외정책에서는 거듭 허약함과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한미동맹에 대한 시각과 관점을 새롭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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