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칼럼-국제정세의 진실] 시진핑과 뉴섬
편집국
news@ | 2023-11-02 16:23:43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원래 친 중국. 상원의원 때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 “부통령일 때 시진핑을 68번이나 만났다”고 자랑했다. 그 인연을 활용해 아들 등 가족들이 중국 기업들로부터 500만 달러 이상을 받았다. 그 일부가 세탁되어 바이든 계좌로 들어갔다. 하원 조사위원회의 조사로 비리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바이든이 중국에 꼼짝 못하는 이유다.
■ 시진핑에 무릎 꿇고 머리를 땅에 대는 미국인들
나이키, 코카콜라, NBA(프로농구협회) 등 미국의 금융·기술·스포츠 산업 기득권들은 중국의 독재정치·정책을 돕고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후 러시아 제재엔 적극이었다. 그러나 인권탄압 등으로 결코 중국을 비판하지 않는다. 중국시장의 이익을 버릴 수 없기 때문. 대학과 정치권 등 각계는 중국 돈에 목을 맨다. 그러니 시진핑이 오만하지 않을 수 없다.
10월,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게빈 뉴섬이 베이징으로 가 시진핑을 만났다. 민주당 등 미국의 좌파들이 얼마나 중국과 시진핑에 기대고 있는지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그는 “미중 관계보다 더 중요한 양자 관계는 없다. 미국의 미래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며 미국 사람에게 행복을 준다. 캘리포니아는 중국의 강력한 동반자가 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일개 주지사로서는 지나치게 거창한 발언. 그러나 다음 대선을 겨냥한 ‘그림자 선거운동’이었다. 이를 충분히 알고 있을 중국의 관영매체도 “상호 존중, 평화로운 공존”이라고 뉴섬을 한껏 띄워주었다. 선거운동에 맞장구를 쳐 준 것이다.
미국 좌파 언론들은 뉴섬이 시진핑을 만난 것은 “28년 대선 출마를 위해 경력을 늘리기 위한 중요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대선후보 등 정치인 가운데 “미국과의 특수 관계”를 대단한 배경인 것처럼 자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끄러운 사대근성이라고 욕을 먹었다. 그런 모습을 미국 정치인에서 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한 일. 미국 좌파들이 그만큼 중국에 ‘코우토우(kowtow)’하고 있는 것이다(미국인들은 “무릎 꿇고 머리를 땅에 댄다”는 뜻의 叩頭(고두)란 중국어를 발음 그대로 사용한다.)
■ 뉴섬은 바이든의 대안
뉴섬은 28년이 아니라 24년 대선에서 바이든의 ‘소방수’로 꼽힌다. 바이든을 ‘조종’하는 백악관 안팎의 세력들은 뉴섬을 대안으로 보고 은밀하게 작업 중이다. 민주당도 “선거 마지막에 바이든을 내팽개칠 계획”으로 뉴섬을 민다. 한국에서는 보수 방송으로 알려진 폭스도 도와주고 있다.
바이든은 무제한 불법이민 수용에 따른 국경 위기, 인플레이션, 주요 도시 범죄 급증, 아프가니스탄 철수 등 외교정책 실패 등으로 30% 대 지지도에 머무르고 있다. 툭 하면 넘어지거나 횡설수설하는 건강 때문에 대선 승리는커녕 출마조차 어려울 것이란 전망. 백악관과 민주당 핵심들은 “바이든은 물론 미국 역사상 최악의 부통령이라는 카멜라 헤리스도 대선의 재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들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셀을 밀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다.
뉴섬은 좌파 이념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좌파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안. 그러나 지난해 11월 뉴섬은 백악관에 24년 대선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자신은 ‘도전자’로 비치지 않도록 바이든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바이든처럼 좌파들 특유의 “짐짓 안 그런 체하는 정치”를 했다. 그러면서 짐짓 중도파인 것처럼 캘리포니아 의회가 만든 극좌 법안 몇 가지를 거부하기도 했다.
뉴섬은 인근 버클리, 오클랜드와 더불어 동성애자 등 좌파들의 본거지인 샌프란시스코 시장을 지냈다. ‘샌프란시스코 가치들’은 정부의 강력한 기업 통제, 마약 합법화, 낙태권 보장, 모든 불법 이민 환영, 반 기독교, 중범죄자들 처벌 대신 교화, 반 군대 등을 지향한다. 강경 좌파이념. 그곳이 지역구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샌프란시스코 가치들’이 민주당을 지배하고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데 가장 앞장 선 인물이다. 자신의 고모가 펠로시의 시동생과 결혼한 뉴섬은 시장으로서 큰 역할을 했다.
뉴섬은 2020년 흑인 노예 후손들에게 “특별 우대”를 하기 위한 ‘보상위원회’를 만들었다. “흑인 노예 5명이 미국에 온 1619년이 미국 역사의 시작”이라는 ‘1619 프로젝트’의 일환. 역사를 파괴하는 이 논리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만들고 뉴욕타임즈가 적극 추진한다.
22년 대책위원회는 정의 실현을 위해 조상이 노예였다고 주장하는 흑인 누구에게나 22만3,000달러씩 지급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실행할 경우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돈을 23년 주 전체 예산의 2.5배인 5,690억 달러(740조 원). 상식과 이성의 판단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흑인 보상은 좌우 갈등이 내전 상태로 치닫는 미국사회의 시한폭탄. 내년 대선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이다. 뉴섬이 그 주장의 선두에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뉴섬이 시진핑을 만나 “외교정책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한다”며 “시진핑은 민주당을 조종할 것이다. 시진핑과 뉴섬이 선거 장기판에서 어떻게 말을 움직일지 지켜보자”고 한다. 이들은 시진핑의 깊숙한 선거 개입을 암시했다. 영향력을 걱정한다.
시진핑의 중국과 바이든 또는 뉴섬의 미국은 상하 관계처럼 보인다. 미국이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가?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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