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칼럼-국제정세의 진실] 포퓰리즘 대통령 밀레이
편집국
news@ | 2023-11-23 16:28:18
우파언론들은 밀레이가 포퓰리스트임을 부각시키며 환영했다. 좌파언론들은 거기에다 ‘극우’ ‘우파 자유방임주의자’ ‘급진 자유주의자’ ‘무정부 자본주의자’라고 덧칠하며 비판했다. 어쨌든 좌우 모두에게 밀레이는 포퓰리스트다.
그러나 대한민국 언론 모두에게 밀레이는 포퓰리스트가 아니다. 이들은 ‘좌파 포퓰리즘’이 실패해 밀레이가 당선되었다고 했다. 그가 좌파는 아니지만 포퓰리스트도 아니라는 뜻. 그러면서 보수 성향의 언론들조차 외국 좌파언론들을 따라 ‘극우’라는 딱지를 붙였다.
■ 포퓰리즘은 대중영합주의가 아니다
언론들은 아르헨티나가 포퓰리즘 때문에 망했다며 그것이 ‘대중인기영합주의’라고 했다. 오로지 대중의 인기만을 노리는 경제정책을 추구하는 좌파 이념이라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를 80여 년 지배해온 이념은 사회주의 페론주의였다. 그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다. 외국의 어떤 언론도 포퓰리즘을 대중인기영합주의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니 같은 사람을 두고 서방언론과 한국언론은 정반대 보도를 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포퓰리즘’에 대한 오해 또는 인식 부족 탓이다.
왜 밀레이는 포퓰리스트라 불리는가? 아르헨티나의 도널드 트럼프라 불리는가? .
밀레이는 20여 년 동안 대학 경제학 교수였다. "사회주의는 어디에서나 실패하는 더러운 제도다. 고통과 굶주림을 일으켰다. 사회주의자들에게는 한 순간의 틈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신 부를 창출하는, 제한 없는 자본주의의 힘을 강조했다.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민 생활을 감시하는 ‘큰 정부 정치’를 혐오했다. “악마는 정부를 만들었으나 신은 자유시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21년 국회의원이 되었다. 첫 정치 경험. 사회주의 페론주의자와, 중도우파라며 사회주의자들에 협력하며 기생하던 기득권 세력들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지지로 겨우 정치 3년 만에 대통령까지 되었다.
밀레이는 보통 국민들이 희생하는 대가로 생존하는 기존 정치인들은 ‘기생충’ 또는 ‘특권계급’으로 비판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고통을 겪는데도 호화롭게 살아가는 부패 엘리트·기득권 세력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르헨티나는 헌법으로 이민 장려가 정부의 의무라고 규정한 소수 국가 가운데 하나. 그러나 밀레이는 대선 공약에서 ‘반 이민’ 정책을 발표했다. 범죄자 이민 금지, 범행 이민자 추방, 해외 국적자 무상 교육과 의료보장 제한 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반 이민 정책은 오직 공포와 증오를 퍼뜨린다”고 비난했다. 가톨릭 신자인 밀레이는 그런 교황을 “공산주의를 세계에 퍼트리는 악마”라고 부른다.
“정부는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아무 것도 줄 수 없다. 세금만 더 거두며 생존할 뿐이다.” 밀레이는 “세금은 도둑”이라며 세금을 줄이겠다고 했다.
밀레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에 아르헨티나 참여를 반대한다. “중국에는 국민들 자유가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할 수 없다. 마음대로 했을 때는 죽는다. 암살범과 무역을 할 것인가?” 중국과의 관계를 동결할 것이란 이유다. 브라질 “공산주의 정부”와의 거래도 반대다.
밀레이는 자이르 볼소나로 전 브라질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한다.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누구라도 나는 편 든다. 원칙이다. 내가 그 이념을 반대하는 트럼프나 볼소나로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
그는 코로나 백신을 믿지 않는다. 기후변화를 “사회주의자들의 거짓말”이라며 반박한다. 낙태 권리를 반대한다.
이런 그를 세계의 좌파들은 트럼프나 헝가리의 빅터 오르반 총리, 이탈리아의 조르지 멜로니 수상 등과 함께 묶어 ‘포퓰리스트’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에서 알고 있는 대중인기영합주의자가 전혀 아니다.
■ 보수 포퓰리즘 대 좌파 글로벌리즘의 전쟁
조 바이든 정부는 남부 국경을 거의 개방해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국가 위기에도 그러는 것은 이념 때문. 바이든은 ‘글로벌주의자.’ ‘포퓰리스트’인 트럼프 정책을 완전히 허물어 버리고 있는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통의 좌우 구분과 함께 포퓰리즘 대 글로벌리즘으로 정치 이념을 나눈다. 21세기는 보수우파의 포퓰리즘 대 좌파 글로벌리즘의 전쟁이다.
포퓰리즘은 엘리트들에 의한, 엘리트 기득권 세력들을 위한 것이 아닌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정치가 목표다. 지식·정보를 독점한 엘리트 정치는 부패하고 타락했다. 국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깔본다는 것이 포퓰리스트들의 생각.
불법·집단이민 반대가 포퓰리즘 정책의 핵심이다. 국경이 무너져 값싼 노동력이 쏟아져 들어오면 중산층·근로계층 등 보통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임금이 높아지지 않는다. 마약 등 범죄가 늘어나 사회가 파괴된다. 국가 정체성과 고유 문화·종교 등이 사라진다. 결국 보통사람들이 가장 고통 받게 된다고 포퓰리스트들은 믿는다.
포퓰리즘은 글로벌주의, 사회·공산주의, 여권신장주의, 환경주의, 세금 인상, 기득권세력 등을 반대하는 보수우파 이념을 추구한다.
■ 글로벌리즘은 마르크스주의
좌파 정치평론가였던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세계정부’를 주장하며 “민족주의는 젖 비린내가 난다”고 했다. 글로벌리즘은 ‘하나의 정부’ 아래 인류 통일을 이루려는 마르크스주의. 국경 없이 모든 문화·종교·인종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일국체제’를 원한다. 자신만의 정체성·가치를 가지는 개별국가와 자본주의를 거부한다. 자유무역·다른 나라 전쟁 개입·해외원조 등을 선호한다.
글로벌주의자들은 쉽게 국민들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중앙 집중 큰 정부를 원한다. 세금을 높인다. 코로나 사태 때 각국 글로벌주의 정권이 강력한 통제정책을 편 것은 “이런 위기는 전 세계의 정권이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일국체제’ 신념에 따른 것.
특히 집단이민을 추진하며 각국의 불법이민 반대를 막는 것은 글로벌주의자들에게 가장 중요하다. 값싼 노동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명분에서다. 재벌기업들은 임금을 낮출 수 있으며, 근로계층의 임금은 올라갈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글로벌주의자들은 무슬림 인구 유입을 통해 기독교 체제를 붕괴시키려 한다. 난민들에게 선거권을 주어 선거 구도를 완전 바꾸려 한다. 그들의 지지로 영구집권 하겠다는 의도다. 2015년 EU와 독일이 앞장서서 시리아 등의 난민을 대거 받아들인 것도 그 때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적극 앞장서고 좌파 갑부인 조지 소로스가 막대한 돈을 대 난민 수송을 도왔다.
■ 포퓰리즘은 보수우파의 핵심 가치
글로벌주의자들에게 트럼프와 오르반 등 포퓰리스트들은 최대 장애물이며 적이다. 그들은 철저하게 글로벌리즘을 막아왔다. 좌파들로부터 온갖 험악한 욕을 먹는 이유다.
밀레이의 예상 밖 승리에 세계 좌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와 오르반 등에 이어 또 다른 포퓰리스트 골치 덩어리가 나타났기 때문. 한국 언론 보도대로 말레이가 포퓰리스트가 아니라면 좌파들이 그렇게까지 반응하지 않을 터이다.
벌써부터 밀레이에게 맹렬한 공격이 퍼부어지고 있다. 갈수록 거세질 것이다. 그럴 경우 말레이가 대중인기영합주의자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반드시 알 필요가 있다. 포퓰리스트라서 매도당한다는 것을 바로 알아야 한다. 포퓰리즘은 한국에서만 잘못 쓰이는 대중인기영합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은 미국과 유럽의 좌파 글로벌리즘에 맞서는 보수우파의 핵심 가치다. 도대체 한국에서만 왜 좋지 않은 뜻의 대중영합주의로 쓰이는지 알 수가 없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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