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청계천과 광화문을 걷다가

미망 |92분 |감독·각본: 김태양 |투자·배급: 영화사 진진

강미유 기자

miu@newsbalance.co.kr | 2024-11-16 00:05:11

  /영화 '미망'[칼럼니스트 강미유] 청계천을 따라 삼일빌딩에서 옛 서울극장(지금은 문을 닫았다)까지, 다시 역으로 수표교와 광교를 지나 영풍문고까지 풍경이 느리게 반복적으로 보여진다. 영화 <미망>은 이 길을 함께 걷는 남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재회 △만남 △이별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 영화 마지막에는 광화문의 세종문화회관 뒤 라이브 카페 ‘소우’도 등장한다. 역시 누군가와 함께 그곳에서 술잔을 기울였던 추억이 떠오른다.

 

<미망>은 장소를 매개로 인연의 아련함을 증폭시킨다. 광화문은 네 남녀 관계가 피고 지는 주요한 공간으로 등장한다. 우연히 재회한 남녀는 같이 걷던 거리를 다시금 거닐며 한때 나눴던 이순신 장군 동상 이야기를 꺼낸다. 이후 같은 거리에서 현재 연인을 만난 남자는 버스를 타고 가다 여자 모습을 본 것 같다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다. 여자는 자신에게 호감을 표한 서울극장 팀장과 광화문 거리를 걷다 헤어진 뒤, 이순신 장군 동상을 잠시 바라보다 끝내 보내지 못할 문자를 써 내려간다.

 

  /영화 '미망'

꼭 그 길을 걷지 않았어도, 그 공간에 가보지 않았어도 어딘가 그런 공간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다. 어쩌면 그 길에서 옛 연인과 나눴던 이야기를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뿐이랴. 여자는 친구 장례식에서 다시 남자를 만나고, 함께 추억의 장소에도 가게 된다.

 

김태양 감독은 “언제나 제자리인 것 같은 우리 일상도 매일 공사를 하고 있는 도시 공간처럼 부서지고 지어지고 있다”며 “많은 것들이 변화하지만 남아있는 것들이 있고 그 안에서 우리는 반복과 차이를 통해 어딘가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 후로도 나는 여러 번의 약속을 했지만 결국엔 단 한 개도 지키질 못했어’  노래 <별거 아니라고> 중에서 /영화 '미망'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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