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좋은 문장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책에 미친 바보 |저자: 이덕무 |편역자: 권정연 |미다스북스
북에디터 정선영
mdbiz@newsbalance.co.kr | 2026-04-01 00:05:45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내게는 이럴 때 마음을 진정시키는 좋은 묘약이 있다. 이덕무의 <책에 미친 바보>를 읽는 것이다. 책을 미치도록 사랑한 그의 좋은 문장을 읽다 보면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이덕무는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다. 실사구시 입장에서 독서를 통해 참된 삶의 의미를 추구했다. 끼니를 자주 거른 것은 물론이요, 겨울철 띠집 모퉁이에서 드는 매서운 바람을 <논어>로 막을 만큼 가난했지만, 그의 글에서는 가난보다 선비의 기개가 읽힌다. 예절에 관한 책을 읽으면 자신 행동을 돌아보며 몸가짐, 마음가짐 하나도 허투루하는 법이 없었고, 큰 슬픔이 밀려올 때도 책으로 마음을 위로하며 살았다.
책머리에는 이덕무와 30년간 우정을 쌓은 연안 박지원의 글이 있다. 이덕무 사후 임금의 명으로 간행된 문집에 붙인 글이다.
“그의 곧고 깨끗한 행실, 분명하고 투철한 지식, 익숙하고 해박한 견문, 그리고 온순하고 단아하고 소탈하고 시원스러운 용모와 말씨는 다시는 볼 수 없어서 그것을 애석하게 생각할 뿐이다. 그 친구가 저세상으로 떠난 뒤 나는 이리저리 방황하고 울먹이면서 혹시라도 이덕무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없을까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참 애틋하다.
책 제목이기도 한 간서치(看書痴)라는 별호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책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이 곳곳에서 읽힌다. 연암에 따르면 이덕무가 ‘평생 동안 읽은 책이 거의 2만 권이 넘었는데,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가 책 빌리기를 부탁하기 전에 먼저 빌려주면서, 책을 두고 자네의 눈을 거치지 않으면 그 책을 무엇에 쓰겠는가’ 했을 정도라 한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한 것은 대학 졸업반 때로 기억한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40대 중반이 되어 보니,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한 자연에 대한 사랑과 예찬도 눈에 띈다.
“따스한 모래는 깨끗하고 온갖 물새들은 둘씩 넷씩 지저귀기도 하고, 깃을 씻기도 하고, 모래로 목욕도 하고, 물에 그림자를 비춰보기도 한다. 자연 그대로의 평화로운 모습이 절로 사랑스러우니, 요순시대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이것을 보고 있으면 내 웃음 속에 감춰둔 날카로운 칼과 마음속에 쌓아둔 만 개의 화살, 그리고 가슴속에 숨겨둔 서 말의 가시가 한번에 깨끗이 사라져 한 가닥도 남지 않는다.” (216쪽)
“새벽 하늘에 달은 밝고 별들은 모두 제 빛을 내고 있는데, 푸른 하늘 가득 서리빛이 빛나고 반짝이더니 이내 흩어져 억만 개의 별 조각이 되어 산과 강, 숲과 나무, 옷과 두건, 뺨과 수염에 영롱하게 비쳐 흐르는 듯하였다.” (242쪽)
“4월과 5월 사이에 동산 숲이 울창해지고 과일이 열리기 시작하며 온갖 새들이 정답게 지저귀면, 부르럽고 푸른 파초 잎새를 따다 미장원의 <아집도서첨>을 본떠 왕유의 <망천절구>를 그 잎줄기 사이에 써놓으면, 먹을 갈던 어린아이가 내심 갖고 싶어할 것이다.” (215쪽)
봄이다.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며 마음을 차분히 하고 싶은, 책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에게 추천한다.
덧붙여 내가 본 책은 구판이다. 현재는 같은 제목으로 택학사에서 나온 개정판이 나와 있다.
|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인스타그램 도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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