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을 물 쓰듯 썼다”…MBK “고려아연 부채 5년 새 35배 증가, 지배구조 개선 필요”
MBK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취임 후 본업과 무관한 투자 지속…재무 건전성 악화”
“MBK는 ‘토종 사모펀드’…고려아연, 중국에 매각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
최혜진 기자
chj@newsbalance.co.kr | 2024-09-19 17: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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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MBK 손잡은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격화일로”입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영풍과 고려아연의 분쟁이 ‘끝장 승부’로 치딛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주장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19일 복수 매체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1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의 제안으로 고려아연의 지분 공개매수를 결정했으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고려아연의 주가가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해 고려아연 경영진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근 악화되고 있는 재무구조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MBK에 따르면 고려아연 부채 규모는 최 회장 취임 첫 해인 2019년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35배 가량 증가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부채 규모가 연 300억원에서 500억원 대임을 감안하면, 매우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부채 규모 증가율도 크게 띈 상태다. 2022년 고려아연 부채 규모는 전년 대비 135% 증가하며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9260억원 대비 올해 상반기 부채 규모만도 52% 증가했다.
MBK는 “최 회장 취임 후 무분별한 투자 등으로 부채가 늘어나고 고려아연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고 경영권 방어 목적의 과도한 자사주 매입 등으로 현금력도 약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악화된 고려아연 재무건전성으로 고려아연의 순현금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어 올해 말에는 순부채 상황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019년 기준 고려아연의 순현금 규모 2조5000억원과 이후 유상증자‧자사주 처분으로 조달한 1조3000억원이 거의 남아있지 ㅇ낳고 올해 말에는 마이너스(-) 440억원의 순부채 상태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쉬운 말로 현금을 물 쓰듯 한 것”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MBK는 고려아연 재무 악화의 이유로 최 회장이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본업과 무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MBK에 따르면 2019년 이래 고려아연의 38개 투자 건 중 30개의 기업들이 2021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누적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의 누적 당기순손실 금액만 5297억원에 달한다.
특히 완전자본잠식인 기업을 매출액의 200배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투자한 ‘이그니오(Igneo)’,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대표가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나 평가손실 추정액만 790억원에 이르는 여행상품 플랫폼 기업 ‘타이드스퀘어’ 등 ‘나쁜 투자(bad investment)’들은 상당 기간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 모든 임직원이 받아가는 한 해 인건비가 3800억원인데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600억원을 투자하면서 이사회 승인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며 “최 회장 개인 전결로 처리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그니오 투자 당시에도 A4 용지 한장으로 보고한 것은 물론 의도적으로 매출 규모도 크게 높였는데 M&A를 추진하면서 실사를 안 한 건지 속은 건지 의혹이 제기된다”며 “이사회 등을 무시한 결정들을 들여다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수익성도 줄었다. 고려아연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2019년 12%였으나 2023년 6.8%로 5.2%포인트 감소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12.8%였으나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10%로 떨어졌다. 연결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마진율도 2019년 16.2%에서 2023년 10.1%로 6.1%포인트 하락했다.
이와 함께 MBK는 고려아연이 추진하고 있는 협력사업 등은 지속적으로 펼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 중요한 부분”이라며 “현대차와 LG화학, 한화 등은 최윤범 회장의 우호지분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라고 보고 이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시장에서 제기하는 중국 매각 등은 계획에도 없고 중국 자본 비중도 5% 안팎에 불과하다”며 “이는 글로벌 투자사들과 비슷한 구성으로 그리 높지 않은 비중”이라고 강조했다.
MBK는 “대리인 문제로 훼손되고 있는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 주주 가치 개선을 위해 우선 이사회의 감독 기능과 전문경영진의 경영 관리가 조화롭게 작동하는 선진 거버넌스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MBK는 고려아연의 의사결정구조를 제대로 세우겠다고 나서면서도 당장 최 회장을 해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강화한 후 고려아연이 명실상부한 비철금속제련 부문 글로벌 리더로서 대한민국 경제, 산업의 근간이자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끄는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MBK는 지난 18일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 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며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만을 보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해외 기술 유출 등의 우려와 관련해서는 “고려아연이 울산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국가경제의 산업역군으로서 기능해온 그 역사와 전통을 인지하고 있다”며 “본업의 경쟁력과 수익성 있는 신사업 경쟁력이 강화되도록 투자를 집행하고, 지역사회의 고용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중국에 팔린다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중국에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MBK는 토종 사모펀드로, 한국 정부에 감독을 받는다”며 “고려아연을 중국 기업에 매각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2005년 한국에서 자본시장 프라이빗에쿼티(PE) 산업을 일구기 위해 법을 만들었고 MBK가 1세대”라며 “한국 토종 사모펀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MBK와 영풍은 지난 13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최소 144만5036주(6.98%)에서 최대 302만4881주(14.61%)까지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영풍과 MBK 측 지분은 최대 47.7%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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