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 올해 상반기 호실적에…혹시 ‘그리드플레이션’?
올릴 땐 ‘왕창’…원재료 가격 크게 하락했는데도 일부 제품 가격만 ‘찔끔’ 인하
식품업계 "기업 이윤은 주재로 원가 외에 인건비, 물류비 등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최혜진 기자
chj@newsbalance.co.kr | 2023-08-29 17:46:36
그리드플레이션이란 탐욕(greed)과 물가 상승(inflation)의 합성어로, 기업들이 전쟁,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 등 외부 환경을 이유로 상품·서비스 가격을 과도하게 올려 물가 상승을 가중시킨다는 의미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대부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에 영업이익 1174억원을 올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386억 원) 대비 203% 늘었다. 삼양식품도 올해 상반기에 67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31.1% 늘었다. 롯데웰푸드(87.9%), 해태제과(75.5%), 풀무원(33%), 동원F&B(30%) 등의 상반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다른 식품업체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영업이익율의 경우 ▲오리온 2113억원(15.3%) ▲ 오뚜기 1299억원(7.6%) ▲CJ제일제당 5973억원(4.3%) 등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요 식품업체의 영업이익율은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 영업이익률(3.82%)보다 높은 수치다.
식품업체들이 한결같이 호실적을 거둔 것은 판매 가격 인상과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대표 간식으로 꼽히는 라면의 경우 농심과 오뚜기, 삼양 등 라면 제조업체 3사는 지난 2년간 2차례 이상 가격을 인상했다. 이들 업체는 라면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수입해 오는 밀가루와 팜유 등의 원자재 가격이 많이 인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밀가루 등 국제 곡물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하락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제품 가격 인상 이후 가격을 유지하면서 영업이익률이 극대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에 따르면 옥수수 가격은 지난해 8월 248.8달러에서 올 8월 188.9달러로 24% 하락했다. 밀 가격도 같은 기간 319.3달러에서 283달러로 11.3% 떨어졌다.
지난달 정부의 압박으로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하는 등 식품업체들이 라면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소폭 내렸다.
이에 따라 제품 가격 인상 시에는 모든 품목의 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인하 시에는 일부 품목만 찔끔 내려, 식품업체를 향한 ‘그리드플레이션’ 비판이 일각에서 나온다. 최근 원자재 값 하락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채 매출을 늘리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크게 높아진 배경으로 해외 사업 성장과 각종 비용 절감 노력에 따른 결과라고 항변한다. 국내 시장이 원가 부담과 정부의 고물가 관리 등으로 실적이 주춤한 사이 해외 실적 성장세가 두드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심의 경우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미국법인이 농심 전체 영업이익의 28%에 해당하는 337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성장을 주도했다고 한다.
한 라면업체 관계자는 “주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내렸으니 라면 값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여러 가지의 고려사항이 빠진 단순한 계산법”이라며 “기업의 이윤 산정에는 주‧부재료 원가와 함께 인건비, 물류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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