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31조 투입했는데도 ‘실적 미미’…“나눠먹기, 갈라먹기 R&D 관행 고쳐야”

문재인 정부서 R&D 예산 급증, 비효율‧폐해 커져
내년 R&D 예산, 올해 대비 5조원 삭감 ‘전면 정비’

김성호 기자

ksh@newsbalance.co.kr | 2023-08-30 18: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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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내년도 연구‧개발(R&D) 분야 예산 대폭 삭감’ 논란입니다.

 

정부는 지난 29일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R&D 분야 예산을 올해 올해 31조 1000억원에서 5조 2000억원, 16.6% 줄어든 25조 9000억원 규모로 책정했는데, 과학계와 야당의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R&D 예산 삭감에 대한 정부‧여당과 과학계‧야당의 입장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주>

 

  ▲추경호(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운용계획'과 관련 사전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정부가 29일 발표한 새해 예산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정부의 새해 예산안에 따르면 R&D 분야 예산은 25조 9000억원으로, 올해 31조 1000어원에서 무려 5조 2000억원이나 줄었다. 감소율은 16.6%이다.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특히 다른 어느 쪽보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기초연구 분야 예산의 경우 올해보다 2000억원 줄어든 2조 4000억원으로 책정됐다. 6.2%가 깎인 것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예산도 2조 1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000억원, 10.4% 줄었다.

다만, 정부는 나눠먹기 관행이 심했던 R&D 예산을 대폭 깎는 대신에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형 첨단 산업에 투입하는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규모 사업에 잘게 나눠 지원했던 '모래알' R&D 예산을 수술하는 한편, 실제로 산업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재원을 쏟아붓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과학기술계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그동안 실적에 대한 평가 없이 예산 확대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R&D 예산은 2018~2022년 연평균 10.9% 불어났으나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평소 R&D 예산을 '꿈의 예산'이라고 평가했지만 과학기술계 예산 약 50%가 1억원 이하 자잘한 사업이라는 사실을 보고받고 대폭 감축을 지시했다"며 "업계 나눠먹기식 소규모 예산으로는 제대로 된 사업 성과를 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기술 격차를 낼 수 있는 부문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R&D 분야 예산 삭감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서 이미 예견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연구비 카르텔'을 언급하며 R&D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 지시했다. “나눠먹기, 갈라먹기식 R&D는 원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지난 16일 국가 R&D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실무 당정 협의회를 개최해 ‘나눠먹기’, ‘뿌려주기’식 R&D 사업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R&D 예산이 무분별하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부작용과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형식상 공모이지만 주인이 정해져 있는 과제 기획, 연구역량이 없는 중소기업에 뿌려주는 R&D 사업 등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특정 집단의 기득권적인 사업, 경쟁력 없는 단순 보조 형식의 지원 사업, 경쟁률이 현저히 낮은 사업, 뿌려주기식 사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어 “R&D 관리시스템 부실이나 온정주의 평가로 전반의 비효율 이런 것이 교묘해져 소위 말하는 카르텔로 지목될 수 있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게 됐다”면서 “대표적인 카르텔 유형은 특정 집단들이 R&D 기획하고 동일 또는 유관기관 집단들이 과제 받아가는 유형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기술패권시대에서 세계는 전쟁 중이다. 카르텔과 비효율이 발목 잡으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며 “R&D는 대한민국의 미래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런 폐해 문제는 혁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출연연 예산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비효율적 요소를 점검하고 경쟁형 연구 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글로벌 수준의 인프라와 연구 경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지난 2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고, '국가전략기술 임무 중심 전략로드맵'을 심의·의결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2차전지 분야에서 리튬이온전지 성능을 이론 한계 수준까지 극대화하고 전고체전지와 나트륨이온전지 등 차세대 전지 기술을 확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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