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까지 디지털로 해야 하나"…학부모,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걱정 태산’

최혜진 기자 / 2024-07-09 04:34:52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유보’ 국민동의청원 5만명 달성…국회 교육위 회부
“부실·급조·일방 추진”…교육‧시민단체 “AI 디지털 교과서, 전면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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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AI 디지털 교과서 내년 도입찬반 논란 여전히 뜨겁다입니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둘러싸고 지속되고 있는 찬반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교육부에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유보해달라고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지난 27일 동의자 5만명을 넘겨 국회 교육위원회에 회부됐다.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뉴스밸런스 = 최혜진 기자]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초‧중‧고교에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반대하는 국회 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학부모들은 종이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보다 아이들의 문해력과 사고력이 떨어지고 스마트 기기 중독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5월 28일 올라온 ‘교육부의 2025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은 5만6505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교육위원회에 회부됐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동안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청원자 강모씨는 “교육부의 2025년 디지털 교과서 도입 방침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 교육계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크다”면서 “하지만 교육부와 디지털교육 업계 관계자들은 ‘정해진 일’ 이라며 미리 아이들을 이러한 시스템에 적응시켜야 한다고 홍보와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미 수 년 동안 우리 학부모들은 자녀의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이전에 없던 가정불화를 거의 매일 겪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단지 ‘우리 가정만 겪는 일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위안 아닌 위안으로 삼아 자포자기에 가까운 심정으로 스마트 기기들과의 위험한 동거를 지속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방관 또는 포기, 수동적인 수용을 계속하며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청원자는 “학부모들은 ‘안그래도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이 과도해서 걱정인데, 교과서까지 디지털로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대다수가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는데다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을 해야 하는 당사자인 교사들의 반응도 결코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없다”면서 “교육부 방침대로 학교 현장에 도입이 되려면 적어도 지금은 모든 교과에 대한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어 장단점 분석 또한 상당히 진행되어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스마트기기가 널리 사용된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뇌과학자, 정신의학자, 교육전문가들이 스마트기기 사용의 심각한 부작용을 밝혀내어 그 유해성을 여러 매체를 통해 꾸준히 알려왔는데 , 이러한 상황에서 평균적으로 하루 일과의 절반 이상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조차 스마트기기를 이용해야 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청원자는 “(교육부는) 먼저 일부 과목만 선도입할 예정이라고는 하나, 준비도 미흡하고 그 효과 역시 미지수인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참고할 만한 선진국들의 사례가 있음에도, ‘한다고 했으니 일단 시작하고 본다’는 식의 교육부의 행태는 학부모들과 교육 현장의 교사들, 학생들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디지털교과서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장비와 환경을 먼저 갖추지도 못한 채 반강제적으로 사용하게 해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청원자는 “정부의 디지털 정책에 국민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면 안되기 때문에 스마트기기에 대해서는 ‘중독’이라는 말도 쓰지 않고 ‘과의존’이라는 애매모호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부는 과연 이 나라 아이들의 진정한 건강과 올바른 교육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청원자는 “교육부는 2025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방침에 대해 전면 취소할 수 없다면 적어도 ‘도입 유보’를 발표하고, 보다 면밀한 검토와 연구 분석을 하여 교육 보조자료로서의 디지털기기가 아닌 전면적인 디지털교과서 사용이 서면 교과서를 사용하는 것보다 객관적, 과학적으로 더 효과적인 교육방식이 맞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 후 이 정책에 관해 다시 논할 것을 요구한다”며 글을 맺었다.

한 매체에 따르면 이 청원이 등장한 뒤 맘카페에서도 AI 디지털 교과서를 반대하는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누리꾼들은 “디지털 교과서가 아이들에게 어떤 유해한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모른다. 미래가 디지털화돼도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아이들이 미디어를 보는 시간도 긴데 교과서마저 디지털로 바뀌면 미디어 시간도 과해지고 눈도 나빠지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스마트 기기는 뇌 발달,시력 저하, 신체와 정신 등에 모두 악영향을 줄 것이며 아이들은 책과 더 멀어질 것”이라는 등의 ‘반대’ 의견을 냈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9개 교육‧시민단체와 함께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급조·일방으로 운영되는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교실혁명 선도교사 수강 사이트 오류 문제를 넘어 졸속으로 진행되는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해당 사업에 대한 여야 공동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AI 디지털 교과서 연수와 사업이 부실·급조·일방적이다”며 “사업 전체의 부실 사례에 대해 검토하고 예산이 적절히 쓰이는지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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