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 의혹’ A건축. “기술 유출 아니다…지난해 LS전선과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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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은 지난해 8월 한전전력연구원 고창전력시험센터에서 국제인증기관인 네덜란드전기시험소(KEMA)의 입회 하에 자체 개발한 525㎸(킬로볼트) 전압형 HVDC 육상케이블 시스템 인증 시험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대한전선 홈페이지 |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 피의자로 특정되거나 관련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경찰이 지난 11일 진행한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현장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피의자인 건축 설계업체 관계자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전압 해저 케이블 사업 후발주자인 대한전선은 충남 당진시 아산국가단지 고대지구에 위치한 해저케이블 1공장 1단계 건설을 마치고, 지난 3일 공장 가동식을 열었다.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1공장은 총 면적 4만4800㎡(약 1만3500평)로 2단계로 나눠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가동을 시작한 1단계 공장은 해상풍력 내부망 해저케이블 생산을 위한 설비로, 지난달 준공 승인을 끝냈다.
LS전선 기술 유출 의혹의 발단은 지난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약 15년 동안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맡은 A건축이 경쟁사인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 사업을 수주한 데서 비롯됐다.
대한전선은 “공정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다수의 건축 설계업체 중 해당 업체(A건축)를 선정했다”며 “설계업체는 건축물과 유틸리티의 설계 도서 작성 용역을 수행하는 회사로, 케이블 설비·제조 기술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한전선의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1공장에 설치한 수직연합기, 턴테이블, 갱웨이 등의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는 국내외의 전문 업체를 통해 제작 및 설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한전선은 2009년부터 해저케이블 공장 및 생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2016년 이후 당진에 있는 기존 케이블 공장에 수직연합기, 턴테이블 등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를 설치했고 이 설비에서 내부망 해저케이블을 생산해 2017년부터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 등에 성공적으로 납품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며 기술 유출 의혹을 일축했다.
기존 설비가 있음에도 수직연합기와 턴테이블 등 동일한 설비를 적용한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신설한 것은, 해저케이블 수요 확대에 빠르게 대응하고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발굴해, 글로벌 전력망 시장에서 기업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에 대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설비의 특수성과 배치 등에 대한 기밀성 때문이 아니라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짓는데 들어가는 자금이 막대하기 때문”이라며 “대한전선은 자력으로 해저케이블 설비를 설치·건설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전선의 주장에 따르면 해저케이블 1공장의 레이아웃은 2016년 이후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며 쌓아온 기술적 노하우를 접목해 자체 설계해 배치했다. 고압급 해저케이블과 HVDC 해저 케이블을 생산할 2공장은 아직 부지 확정 전으로 설계 도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유럽 최대의 케이블 설비 업체인 M사의 프로그램(케이블 생산 설비 레이아웃 관련 엔지니어링 서비스)을 구입해 활용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대한전선은 대한민국 최초의 전선회사로, 최초의 메이드 인 코리아 케이블을 만든 역사적인 기업”이라며 “지중 케이블 중 가장 높은 난이도의 500kV HVAC 케이블을 대한민국 최초로 개발했으며, 이를 북미에 최초로 시공한 역량이 있는 등 자력으로 해저케이블 설비를 설치 및 건설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한전선은 명실공히 케이블 관련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는 전문 기업이라는 주장이다.
LS전선의 고전압 해저케이블(HVDC) 공장 설계도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A건축도 입장문을 통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건축물 설계 자체는 케이블 사업의 핵심 영업 비밀이 아니다”며 “생산 설비와 공정에 관한 일반 정보(형태, 공정 흐름)는 인터넷 검색으로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A건축 관계자는 “해저케이블 공장의 건축 설계는 그 공장에 담기는 기업의 케이블 생산장비 설계와는 무관하다”며 “그 장비들이 건물 내에 설치될 때, 공장의 구조나 공간·형태들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게 건축 설계회사의 업무”라고 주장했다.
이어 “건물 설계를 의뢰한 기업은 본인들의 제조 매뉴얼이나 생산장비를 구성하는 핵심 정보를 건물만 설계하는 건축 설계사에게 제공할 필요가 없다”며 “당사 역시 그러한 정보를 알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건축물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이런 생산장비들의 기초 사양(장비의 무게·크기·위치)만 필요하며 그 정도 정보만 있으면 건축 설계사는 건물을 설계할 수 있다”며 “LS전선은 당사에게 생산장비의 제조 매뉴얼이나 공정 배치 기밀을 제공한 적이 없고 당사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LS전선이 대한전선의 공장을 설계했다는 것을 지적했지만 기술이 유출됐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도 했다.
A건축 측은 “2023년 7월 LS전선은 당사가 대한전선의 공장을 설계했다는 것을 문제 삼아 본 건으로 협의를 진행했다”며 “당시 LS전선의 기업 비밀을 당사가 유출해 대한전선이 이득을 취하도록 했다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A건축은 “당사가 설계한 결과물이 제조기술이 담긴 생산설비가 아니라 일반적 공간 형태인 건축물이기 때문에 기업 비밀 누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었다”며 “협의 결과 양사는 상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보다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자고 지난해 10월 6일 합의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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