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소싸움 대회 지자체 “전통문화 보존과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필요”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 “소싸움, 국가무형문화재 등재 방안 추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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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사진 =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싸움소가 격돌하고 있는 모습. /청도군청 홈페이지 |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는 소싸움 대회가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 정읍시가 소싸움 대회와 관련한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6년부터 소싸움 대회를 열어 온 정읍시가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대회를 완전히 폐지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20일 정읍시에 따르면 시는 ‘소 힘겨루기’로 명칭을 바꿔 다음달 9~13일 대회를 개최하되 내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앞서 정읍시는 소싸움 대회에 2017년 4억4,000여만원, 2018년 3억7,000여만원, 2019년 2억2,000여만원, 2020년 1억4,00여만원을 편성했다. 이후 구제역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회를 개최하지 않았고 올해는 2억8,500여만원을 책정됐다.
정읍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4년간 대회가 열리지 않아 싸움소 농가가 많이 줄었고 사회적 인식도 변화해 내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며 “폐지가 확정된 건 아니고 내년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회 유지를 주장해온 싸움소 농가들은 “생존권 보장을 위해 폐업에 따른 보상 방안을 먼저 내놓았어야 한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대회 폐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소싸움은 수소끼리 뿔 달린 머리를 맞댄 채 싸우다가 먼저 도망치는 쪽이 지는 경기. 현재 경북 청도군과 대구 달성군, 경남 진주시·창원시·김해시·의령군·함양군·창녕군, 충북 보은군, 전북 완주군 등 11개 지자체에서 소싸움 대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청도군은 상설 소싸움 경기장에서 매주 토·일요일 하루 12경기를 운영하며 경마처럼 관람객이 베팅할 수 있도록 우권 발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베팅 방식은 단승식, 시단승식, 복승식, 시복승식 등으로 다양하다. 경기마다 1인당 100원에서 최고 10만원까지 승패에 돈을 걸 수 있는데 하루 최대 120만원까지 베팅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 동물 학대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소싸움 대회는 불법이 아니다.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금지하고 있지만 “다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규정돼 있다.
소싸움 대회의 개최와 운영도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로 정해져 있다. 이 법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소싸움을 활성화하고 소싸움 경기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농촌지역의 개발과 축산 발전의 촉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다”는 취지로 2002년 8월 26일 제정됐다. 이 법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소싸움 경기의 투표권 발매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소싸움 경기는 합법적인 도박이 가능한 유일한 민속경기인 셈이다.
소싸움 대회를 열고 있는 지자체들은 대체로 “세수 확보와 지역경제 및 민속놀이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지난해 청도에서는 총 1254차례 소싸움 경기를 통해 매출 296억원을 거뒀다. 주말 하루 평균 1650명이 방문해 청도소싸움을 관람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싸움 관람뿐만 아니라 인근 식당과 관광지 방문 등 효과도 크다.
한 매체에 따르면 청도 소싸움축제를 운영하는 청도공영공사 측은 “올해의 경우 전년 대비 관람객 수가 75%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청도 소싸움 경기장으로 인해 청도군의 관광 수입에 상당한 외부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는 동물 학대 논란을 의식해 ‘소싸움’이라는 용어를 ‘소 힘겨루기’로 순화해 대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민속소싸움협회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는 내부 논의를 거쳐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로 단체명을 바꿨다.
한편,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는 소싸움을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관련 책자 발간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형문화재 등록을 통해 동물학대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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