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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사진 = 대법원 내부 로비 모습. /대법원 홈페이지 캡처 |
9살 친딸을 성적으로 학대한 친모와 지인 2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계부가 아이를 성폭행한 혐의 등은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왜 이렇게 판단했을까?
24일 복수 매체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친딸울 9살 때부터 성적으로 학대한 친모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A씨의 지인 두 명도 A씨의 딸을 성추행하고 유사성행위를 한 점이 인정돼 각각 징역 7년 및 징역 3년 6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2009년생인 피해 아동은 2018년부터 피해를 당해 오다가 2021년 학교 선생님에게 피해 사실을 말하면서 처음 사건이 알려졌다.
A씨는 아이 앞에서 내연남 B씨와 4차례 성관계를 하고, 아이에게 유사성행위를 시키는 등 성적 학대는 물론이고 과도로 찌를 듯이 위협하는 등 아동학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피해 아동이 진술한 영상(피해 아동의 진술분석관 면접 영상)만 있고 그 밖의 증거가 없는 부분은 무죄로 봤다.
이에 따라 A씨가 새로 결혼한 남편(피해아동의 계부)인 C씨와도 아이 앞에서 성관계를 하고, C가 아이를 성폭행한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B씨도 아이에게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가 있었지만 무죄가 선고됐다.
성폭력범죄처벌법에 따라 아동이 피해자인 경우 법원이나 수사기관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진술 내용에 관한 의견 조회가 필요하다. 검사는 대검찰청 진술분석관에게 피해자 진술 신빙성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진술분석관은 피해자와 면담하면서 그 내용을 녹화했고 검사는 녹화물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의 쟁점은 이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였다. 원칙적으로 형사재판에서 사건 관련 진술은 직접 경험한 사람이 법정에 출석해 말한 것만 증거로 쓸 수 있다. 그 밖에 남에게서 전해 들은 말이나 진술이 담긴 서류는 ‘전문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
다만 형사소송법은 몇 가지 예외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데,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참고인 등의 진술은 수사 과정에서 나온 경우에는 312조에 따라 조서·진술서의 형태로 작성돼야 한다. 진정성립이 인정되고 반대신문이 보장되는 등 여타 조건도 필요하다. 진술이 수사 과정 외에서 나온 경우에는 313조에 따라 진술 내용이 포함된 사진·영상 등의 형태도 허용한다.
검사는 진술분석관의 면담 녹화물이 수사 과정 외에서 나왔으므로 313조를 적용해 증거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검 진술분석관은 수사관이 아니고, 피해자와 면담한 것일 뿐 수사나 조사한 게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1·2심과 대법원은 일관되게 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면담이 검사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진술분석관은 대검 소속이며 면담 장소도 지방검찰청 조사실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진술분석관의 소속 및 지위, 진술분석관이 피해자와 면담을 하고 영상을 녹화한 경위와 목적, 진술분석관이 면담과 관련해 수사기관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의 내용과 성격 등을 살펴보면 이번 영상은 수사과정 외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영상이어도 해당 영상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가 아니다.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도 아니다.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도 아니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의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진술분석관이 해당 사건의 수사를 담당하지 않았지만 관련 배경을 살펴봤을 때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영상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에 따라 전문증거(직접 경험한 사람의 진술이 아닌 그 대체물)를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를 열거한 형사소송법 중 제 312조가 적용돼야 한다. 다만 해당 영상물은 형사소송법 제312조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조서의 형식으로 작성된 것도 아니고, 영상물을 진술서라고 볼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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