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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
미국의 민주당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좌파 정치인들은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피한다. 그냥 입을 다문다. 몰라서도, 겁이 나서도 그런다. 그런데도 좌파 언론들은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논리로 옹호한다. 침묵이 오히려 강력한 뜻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정치권력이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시대. 정치인의 실력·능력은 말에서 드러난다. 탄탄한 내용을 담은 말의 힘이 정치능력이요 통치능력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현안에 대해 입을 다물어도 언론은 가당찮은 궤변으로 감싸준다.
미국에서 좌파 정치인들에게 주류언론들은 사실상 정치 동지다. 철저하게 밀어주고 지켜주는 흑기사들이다. 반대로 많은 보수우파 정치인들에게는 무자비한 칼잡이다. 그래서 좌파들은 보수우파 정치인들보다 정치하기 훨씬 쉽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교해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트럼프는 지난 8년 동안 좌파언론들로부터 갖은 욕을 먹었다. 각종 가짜 뉴스에 시달렸다. 힐러리 클린턴 선거본부가 만든 조작 문서로 ‘푸틴의 간첩’이란 소리도 들었다.
■ 기자회견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대선 후보
그러나 바이든은 임기 내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많이 했다. 인지능력 문제. 언론들은 전혀 진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세력이 그것을 빌미로 쫓아내려 하자 그제야 좌파언론들은 앞 다투어 폭로했다. 오바마 등의 쿠데타에 의한 해리스 지명을 전혀 비난하지 않았다. 당연한 듯 정변을 감쌌다.
해리스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80일이 넘도록 기자회견을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외교·국내 정책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해리스에게 위임했다고 밝혔다. 해리스는 사실상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가현안, 대선후보로서 정책구상에 대한 회견을 가졌어야 했다. 의무와 책무다.
해리스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정치인이다. 한국의 대선 후보가 그렇다면 언론 비판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좌파언론들은 문제 삼지 않았다.
해리스는 회견을 고의로 피하기도 했다. 9월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워싱턴 방문 때. 기자 질문을 받지 않은 해리스는 연단에서 서둘러 내려가며 젤렌스키를 끌고 나갔다.
해리스는 질문을 겁낸다. 백악관에서도 바이든 측은 해리스가 기자들 앞에 나서는 것을 매우 꺼렸다. 아무 말들을 늘어놓고, 실수를 막기 위해 참모들이 준 자료를 보지 않는 것을 잘 알기 때문. 그녀는 쉬운 질문에도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침묵을 지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좌파언론들이 “침묵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며 변명해 주는 이유다. 언론의 직무와 책임 포기로 해리스의 정치생명은 연장된다.
그 대신 해리스는 1대1 인터뷰를 한다.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우군들 덕분에 ‘부드러운 인터뷰’로 체면치레를 한다. 부통령 후보 팀 왈즈도 마찬가지. 그래봐야 두 사람이 7월부터 9월까지 한 인터뷰는 단 7건. 같은 기간 트럼프와 부통령 후보 제이디 밴스가 한 70여 건에 비해 너무 적다.
열혈 민주당 지지자 오프라 윈프리, CNN, CBS 등이 해리스 대표 도우미. 이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의미 없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아무 내용도 전달하지 못했다. 경제에 전문 지식이 없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물론 정부 지출이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몰랐다.
더욱이 해리스는 CNN에게 미리 조건을 붙였다. 사전 녹화 후 편집을 거쳐 선거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 생방송이 아닌데다 편집 후 방송은 대통령 후보 인터뷰로서는 상식 밖이다. “CNN이 단독 인터뷰 능력이 모자라는 해리스가 저지른 실수를 고치기 위해 사전 녹화·편집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CNN은 해리스에게 지나친 아부를 했다. 원래 좌파들에게 늘 그렇게 해 왔다. ‘언론’이라 이름 붙이기 어렵다.
한때 해리스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그녀의 ‘침묵하면서 지하에 숨기 전략’을 옹호했다. 하지만 갈수록 불안해진 그들은 해리스가 더 많이 유권자 앞에 나올 것을 요구했다. 마침내 CBS가 나섰다. ‘60분’은 CBS의 간판. 그러나 CNN보다 더 부끄러운 짓을 했다.
CBS는 해리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답변 등 내용 일부를 삭제했다. 인터뷰 자체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이러다 보니 CBS가 유튜브에 인터뷰 전체를 올리는 데 무려 36시간 이상 걸렸다. 정치평론가들은 “CBS가 유튜브에 올린 편집본은 예술 작품이다. 질문·답변을 섞고 끼워 맞추었다. 믿을 수 없는 저널리즘 조작이요 사기”라고 지적했다.
‘언론’이리면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일. 그러나 미국 좌파들은 이런 짓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뉴욕타임즈든 CNN이든 그들은 공화당과 보수우파 정치인 파괴를 위해서는, 반대로 민주당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조작과 왜곡도 한다. 언론공작을 언론들이 스스로 한다.
■ “언론권력의 일당 독재…민주주의에 위협”
미국언론이 공정성·객관성을 가졌다고 믿으면 큰 잘못이다. 세계 언론을 지배하는 미국언론은 좌파가 우파를 일방 압도하고 있다. 건국 시대부터 정파를 위해 살아온 미국언론은 오래 동안 좌파의 정치무기가 되어왔다.
미국 언론들은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문화 마르크스주의’를 실천하는 전사들로 채워져 있다. 한때 “폭력혁명을 열망했던 학생들이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 CNN 등의 기자가 되어” 세계를 세뇌시키려 한다.
각종 조사가 좌파 편중을 입증한다. 1964년 대선에서 언론인 94%가 민주당 린든 존슨을 찍었다. 6%만이 공화당 배리 골드워터에 투표했다. 52년 뒤 2016년 대선, 기자들의 후원금 96%가 힐러리 클린턴에 몰렸다. 4%만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갔다.
2005년 UCLA 정치학 교수 2명은 20개 유명 언론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월스트리트 저널(뉴스 부분),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등 18개 신문 방송이 좌파라고 결론 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의 로렌스 실버만 판사는 2021년 판결문에서 언론의 공화당에 대한 극단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그는 연방대법관 후보에도 여러 번 오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판사다.
"오늘날 언론권력이 매우 위험한 이유는 언론기관들이 일당 체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공화당에 대한 이들의 편향성은 매우 충격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세 개의 신문 중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사실상 민주당 기관지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뉴스 부분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성향은 AP 통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마이애미 헤럴드, 보스턴 글로브 등 전국 대부분의 신문들이 따르고 있다. 거의 모든 텔레비전 네트워크와 케이블 채널, 정부가 지원하는 NPR도 민주당 나팔수다. 이들은 민주주의에 위협이다“
현직 판사가 오죽 언론 상황이 심각했으면 좌파언론들은 “민주당 기관지요 나팔수”라고 했겠는가. 좌파언론들이 지나치게 해리스를 보호하는 모습에서 그 지적은 입증된다.
미국 대선에 대한 분석과 전망은 미국언론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해리스가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이유를 바로 알아야 한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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