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스트리트와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나무위키 캡처 |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에 대해선 역사 논쟁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포템킨 마을‘은 “보여주기식 속임수”의 상징으로 널리 쓰인다.
겉보기만 멀쩡해 보이게끔 조작하는 정부나 관료조직. 통계 수치 조작으로 망가진 경제를 호황처럼 보이게 하는 정부. 실제 실적은 형편없으나 겉으로만 번듯한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업. 실제 민심은 떠났으나 마치 대중 지지가 있는 것처럼 연출하는 선거운동. 이런 경우들이 ’포템킨 마을‘로 불린다.
특히 미국의 ’워싱턴 정치구조‘는 부패한 권력 본질을 가리기 위해 만들어진 ’포템킨 마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겉으론 미국 정치가 정당 간 경쟁과 자유민주주의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워싱턴 검은 정부의 기득권 엘리트와 월 스트리트·다국적 기업의 자본 권력이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주장. 마치 양당제와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졌을 뿐이라는 비판이다.
이런 ’포템킨 마을‘의 허상을 깨부수기 위한 정치투쟁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장서고 있다. 민주당과 ’검은 정부‘ 속 좌파들은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저항 세력을 뒷받침하는 것이 ’월 스트리트‘로 대표되는 자본 권력이다.
■미국의 정치·경제는 세 거리-월 스트리트·메인 스트리트·K 스트리트-의 갈등·투쟁·흥정 속에서 이뤄진다.
월 스트리트(Wall Street)는 뉴욕에 있다.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이 몰려있는 곳. 대기업·투자은행·금융자본·다국적 기업·경제 엘리트 계층을 상징한다.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는 미국 어느 곳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상 공간. 중산층과 서민층의 보통 국민·자영업자·중소기업·노동자 계층을 상징하는 정치·경제 개념이다. 기득권 세력에 반발하는 보통 국민의 목소리를 상징하는 용어다.
K-스트리트는 동서 방향에 따라 알파벳 순서로 붙여진 워싱턴 디시의 거리 이름. 로비회사· 정치자문 회사 등이 많이 있는 곳. 정치 권력의 뒤쪽에서 정국을 쥐락펴락하는 로비스트 산업의 본거지다,
“기업 로비스트는 의회·행정부의 복잡한 구조를 탐험하고 정복하는데 필요한 ‘통역가’이자 ‘길잡이’”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워싱턴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양당 모두를 주머니 속에 넣고 있다. 지난 40~50년 동안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법안을 통과시켜 왔다.” 그래서 “K 스트리트의 늑대들”이라 불린다. 월 스트리트와 한 편이다.
현재 미국 정치는 메인 스트리트 대 월 스트리트·K-스트리트의 싸움이다. 보통 국민 중심의 실물 경제 대 금융자본 중심 엘리트 구조의 대립이다.
■정치 맥락에서 메인 스트리트는 포퓰리즘과 연결된다. “트럼프가 메인 스트리트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주장은 그가 월 스트리트·K-스트리트의 엘리트가 아닌 보통 국민을 위한 포퓰리즘 정치인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2차 대전 후 월 스트리트는 사회주의를 위장한 자유주의 글로벌리즘과 손잡았다.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는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을 비롯한 주요 월 스트리트 금융인들이 경제 정책 형성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
보수우파들은 월 스트리트를 진정한 자유시장이라기보다는 사사로운 관계에 이끌리는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의 상징으로 본다. 정실 자본주의는 좌파 성향의 경제 체제. 투자 결정이 도덕성이나 진정한 자유 기업에 기반하지 않는다.
정부가 이념 동지 세력에게는 보조금·계약·대출보증·규제·구제금융 등 혜택을 주고 반대 세력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승자·패자를 결정한다. 엘리트 기득권 세력들이 보통 국민을 무시한 채 끼리끼리 돈을 나눠 가지는 것이 정실 자본주의다.
포퓰리스트 트럼프만이 월 스트리트의 정실 자본주의자들 이해관계에 중대 위협이다. 그러므로 월 스트리트는 “트럼프는 절대 안 된다”는 진영에 속한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공화당·민주당은 물론 기업 모두 돈을 대는 월 스트리트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 월 스트리트는 당에 상관없이 많은 의원 후보들에게 선거자금을 댄다. 특히 “유니파티(UniParty)”를 이루는 의원들에게 집중 지원한다. 이념 정체성이 맞아 협조나 통제가 쉽기 때문. 이들은 월 스트리트의 엘리트 계층이 경제·금융을 계속 지배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확실한 우군이다.
■“유니파티”는 글로벌리스트 기득권 세력을 말한다. 좌파 정책 형성·추진을 주도하는 민주당 의원들에 공화당의 무늬만 보수·얼치기 보수주의 의원들이 힘을 보탠 집단이다. 사실상 워싱턴의 ‘검은 정부’와 동의어다. 보수우파들은 민주당에 항복하거나 협조하는 공화당의 유니파티 세력을 “배신자”라며 극도로 싫어한다.
월 스트리트의 헤지펀드 억만장자들과 다국적 기업들은 “절대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공화당 후보를 찾고 돕는데 수천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들은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를 최선의 희망으로 선택했으나 참패했다. 그러나 그들의 트럼프 반대는 멈춘 적이 없다.
■“관세 때문에 자동차 값이 5배나 오른다. 세계 시장에서 맥주는 다 사라진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2017년 트럼프가 관세정책을 시작하자마자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월 스트리트의 예상이고 분석이었다. 돌이켜보면 이런 터무니 없는 주장들은 모두 거짓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4년의 인플레이션은 모두 7.9%. 역대 대통령 14명 가운데 밑에서 4위. 이에 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4년 인플레이션은 21.2%. 위에서 4위였다.
“관세 공포” 불러일으키기는 올해도 그대로 재연되었다.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했던 좌파 경제학자나 월 스트리트 전문가들이 트럼프 관세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이피 모간의 제미 디몬 등 월 스트리트 세력은 일제히 나서 “성장 둔화, 인플레이션 상승이 일어날 것”이라고 비난했다. 빌 클린턴 정권 재무장관·버락 오바마 정권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하버드대 총장 등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는 이틀간 증시 급락이 “점성술로 천문학을 대체하려는 잘못된 관세정책 때문이다. 이는 역사상 미국 경제에 가한 가장 큰 자해 조치 중 하나”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월 스트리트 전문가는 방송에서 7년 이래 최악의 폭락으로 ‘검은 월요일’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서머스 등의 악담은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증시는 금방 정상으로 돌아갔다.
청문회 등에서 정곡을 찌르는 질문·지적으로 명망 높은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그들 대부분은 밤중에 전화 상담 하는 점쟁이보다도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월 스트리트 전문가나 아이비리그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관세 때문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공포에 빠지기를 바라는 점쟁이로 나서고 있다. 케네디가 지적했듯 진실은 경제학자들도 모른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아는 척을 멈춘 적은 없다.
■주제는 달라도 좌파들 반응은 한결같다. 트럼프가 찬성하면 그들은 반대한다. 사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민정책이든 관세정책이든 월 스트리트 등은 진실을 말하기보다 트럼프를 조롱하길 택한다. 그들의 충성 대상은 과학도 아니고 건전한 경제학도 아니다. 무조건 반대·비난·방해다.
그 근본 동기는 하나. 이전에는 트럼프 낙선. 이제는 트럼프는 실패한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것. 그러니 최근 여론조사에서 좌파의 55%가 “트럼프 암살은 정당화되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트럼프는 죽어 없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월 스트리트의 한 마디마다 한국경제는 널뛰기를 거듭한다. 그 배경과 의도를 모르기 때문이다. 참담한 상황. 그들의 실체를 바로 알아야 혼돈에 휩싸이지 않는다. 알아야 산다.
[손태규 시장경제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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