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재봉새가 부러워요

북디자이너 강은영 / 2026-07-15 00:05:34
신기한 새집 이야기: 최고의 건축가 새들의 집 짓는 기술 |저자: 스즈키 마모루 |역자: 김해창 |사계절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디자이너 강은영] 매일 아침 확인하는 뉴스레터에 이런저런 소식이 도착한다. 제목을 살피니 여기저기 부동산 이슈가 뜨겁다. 무주택자라 이런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마음이 심란하다. 물론 민감하다고 내 맘대로 1주택자가 될 리는 만무하다. 20대 시절엔 집이 없어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해가 갈수록 집이 우선순위에서 점점 높아졌다. 

 

부동산 뉴스로 잠시 심란하던 중 메일함에 또 다른 한 통이 도착했다. 환경 뉴스레터다. 메일을 열어보니 절묘하게도 집 짓는 새 이야기다. 지인 중 탐조를 취미로 즐기는 이가 있지만, 나는 새에 별 관심이 없어 그냥 넘기려던 찰나였다. 사진 한 장이 시선을 붙잡았다. 사진 속 주인공은 바로 재봉새.

 

테일러버드라 불리는 이 새는 풀잎에 구멍을 뚫는다. 식물 섬유질이나 거미줄로 바느질하듯 엮어 집을 짓는다. 소설 <정글북>에 등장하는 새로 유명하다. 이 작은 새가 지은 집을 보니 신기하고 기특하다. 이름조차 재봉새라니. 문득 이렇게 독특한 집을 짓는 새가 또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것저것 찾아보다 딱 원하던 책을 만났다. 물론 재봉새도 소개되어 있다.

 

스즈키 마모루가 쓴 <신기한 새집 이야기>다. 책은 ‘최고의 건축가, 새들의 집 짓는 기술’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저자는 도쿄 출신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동시에 ‘새 둥지 연구가’다. 산속으로 이주해 20년 넘게 살며 우연히 새 둥지를 발견해 다양한 새 둥지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신기한 새집 이야기>는 새집 외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단면도로 새집 내부까지 보여줘 흥미롭다. 섬세한 관찰력으로 그린 일러스트는 저자의 새 둥지 사랑을 드러낸다. 세밀화로 사실만 담백하게 담아 왜곡 없이 생태학적 사실과 호기심을 전한다. 

 

저자는 새가 배우지 않고도 본능에 따라 자연 재료로 완벽한 집을 짓는 행위를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경이로운 공간’으로 바라본다. 

 

새는 배우지 않고도 집을 지어요. 새마다 집을 짓는 장소나 재료, 짓는 방법이 다르지요. 지구의 환경이 다양하고,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새들은 알과 새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저마다 엄청나게 궁리해서 집을 만들어요. 그래서 다양하고 신기한 집을 만드는 거예요. (40페이지)

 

새집이라는 공간은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게 한다. 자연과 동물이 살아가는 방식을 들여다보게 한다. 어쩌면 새의 방식은 인간보다 탁월해 보인다. 인간이 차용했을 법한 그 방식에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대단하면서도 하찮은 존재 같다.

 

주거 공간이 지닌 본질적 의미를 생각해 본다. 새에게 집은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다. 집은 종족 번식과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 공간이다. 오늘날 인간에게 집은 적잖이 자산이나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 상황은 안전한 양육과 휴식이라는 집 본연의 기능에 의문을 던진다.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만의 집을 갖고 싶은 이 마음은 남들 다 가진 걸 놓칠까 하는 조바심일까. 새들이 필사적으로 궁리해 집을 짓듯, 나도 그저 안전하고 싶은 걸까. 

 

붙임. 저자 홈페이지에서도 새 둥지 실물을 볼 수 있다. 저자가 아니었다면 평생 볼 수 없었을 새 둥지를 어렵지 않게 본다. 새삼 좋은 세상에 감탄한다.

 

 

|강은영. ‘표1’보다 ‘표4’를 좋아하는 북디자이너. 인스타그램 디자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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