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다양한 생각 꽃으로 채워진 4도 화단을 가꾸자

북에디터 이미연 / 2025-11-19 00:27:24
생각을 모으는 사람 |저자: 모니카 페트(글), 안토니 보라틴스키(그림) |역자: 김경연 |풀빛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이미연] 생각이 너무 많아 생각하기 싫은 날이었다. 해야 할 일은 쌓여 있는데 손에 잡히지 않았다. 멍하니 있다가 책장에 꽂힌 그림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모니타 페트, 안토니 보라틴스키의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었다. 가방에 가득 담긴 생각을 바라보는 부루퉁 아저씨의 다정한 눈빛에 이끌려 책을 펼쳤다. 

 

줄거리는 이렇다. 

 

부루퉁 아저씨는 생각을 모은다. 인적이 드문 새벽 6시 반부터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배낭에 생각을 담는다. 예쁜 생각, 미운 생각, 슬픈 생각, 슬기로운 생각, 어리석은 생각, 시끄러운 생각, 조용한 생각, 긴 생각, 짧은 생각….

 

부루퉁 아저씨는 배낭 가득 모은 생각을 가나다순으로 선반에 잘 정리해 두었다가 화단에 심는다. 밤사이 알록달록 다채로운 꽃으로 피어난 생각은 새벽이면 바람에 실려 세상으로 퍼져 나간다. 생각 씨앗은 집집마다 들어가 사람들 이마에 내려앉아 새로운 생각으로 자란다.

 

<생각을 모으는 사람>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부루퉁 아저씨의 인자한 표정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책을 덮으니 생각이 더 많아졌다. 생각하기 싫은 날이었는데, 아뿔싸!

 

부루퉁 아저씨가 우리 집 앞도 지나며 생각을 가져갔을까? 지금 내게는 어떤 생각이 많을까? 예쁜 생각보다는 미운 생각, 슬기로운 생각보다는 어리석은 생각이 많을 것 같다. 요즘 나는 하던 일은 하기가 싫고, 새로운 일은 걱정만 앞서 못난 생각으로 가득하다.

 

다행히도 부루퉁 아저씨는 어떤 생각이든 중요하게 여긴다. 자상해서 나쁜 생각, 못된 생각이 가끔 사고를 치더라도 조심히 다뤄준다. 그러니 내 생각도 부루퉁 아저씨 배낭에 잘 담겨 갔다가 화단에 심기겠다.

 

하지만 그 화단이 알록달록할 것 같진 않다. 이 생각, 저 생각 다양하게 떠오르지 않고 생각 하나가 떠오르면 자꾸 같은 생각으로만 채워진다.

 

핑계를 대자면 스마트폰 탓이다. 스마트폰을 쥐고 있으면 다른 생각할 틈이 없다. 내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쏙쏙 뽑아 대령하니 다른 데로 눈 돌리지 못한다. 스마트폰이 마치 “이것만 생각해!”라고 외치는 듯할 때도 있다.

 

한 가지 꽃으로만 채워진 화단을 상상해 봤다. 인쇄 색상에서 한 가지 색은 보통 검정이다. 검정으로만 채워진 1도 흑백 화단을 떠올렸더니 아찔하다. 화려한 화단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데….

 

때로는 한 가지 생각만 잔뜩 커져서 다른 생각을 외면하기도 한다. 특히 나와 다른 생각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배척하기도 한다. 이런 나와 달리, 부루퉁 아저씨는 오히려 저마다 다른 생각에 감탄한다. 부루퉁 아저씨에겐 모든 생각이 특별한 꽃이니까.

 

내 생각 화단도 다양한 색이 고루 나오는 4도 컬러 화단이면 좋겠다는 욕심이 난다. 지금 나는 못난 생각이 가득하지만 항상 못난 생각만 하며 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예쁜 생각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부루퉁 아저씨처럼 예쁜 생각은 예쁜 생각대로, 나쁜 생각은 나쁜 생각대로 소중히 여겨야겠다. 나와 다른 생각도 한 번쯤 바라보고 챙겨봐야겠다. 다양한 생각 꽃으로 채워진 4도 화단을 가꿔봐야겠다.

 

|북에디터 이미연. 출판업계를 뜰 거라고 해 놓고 책방까지 열었다. 수원에 있지만 홍대로 자주 소환된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한다. 인스타그램 담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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