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제, 지자체 자율 검토”…‘일회용 정책’이었나

최혜진 기자 / 2023-10-09 16:51:09
감사원 “보증금제 전국 확대 방안 마련” 조치에도 역행
소상공인단체는 “보증금제 전국 의무 확대 시행”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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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전국 의무화 철회 논란입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의무 시행 여부를 놓고 맞서고 있는 환경부와 환경단체제주도의 입장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일회용컵 자료 사진. /픽사베이

 

[뉴스밸런스 = 최혜진 기자]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이하 보증금제)의 전국 확대 시행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2025년까지 전국에서 의무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환경부가 최근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전국 의무 시행 방침을 철회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프랜차이즈 카페와 음식점·제과점 등에서 일회용컵(종이·플라스틱컵)에 음료를 담아 판매할 때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부과하도록 한 제도. 부과된 보증금은 소비자가 일회용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돌려받을 수 있다.

일회용 컵의 무분별한 사용과 폐기로 자원 낭비,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 2020년 국회는 2020년 6월 9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개정, 보증금제를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보증금제는 지난해 6월 10일부터 시행됐어야 한다. 하지만 제때 시행되지 못했다. 보증금제를 실제로 운영해야 하는 가맹점 단체 등이 제도 시행을 늦춰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해 5월 환경부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악화한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고려해, “보증금제 시행을 6개월 유예한다”고 밝혔다. 결국 지난해 12월 2일부터 보증금제가 시행되긴 했지만 전국 시행이 아닌 제주도와 세종시에서만 시범 시행되고 있다.

보증금제 시행 시기가 늦춰진 데다 대상 지역도 축소해 운영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환경단체 등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 8월 “현재까지 제주와 세종에서만 보증금제가 시행돼 자원재활용법상 시행일을 준수하지 못했고 법 취지가 충분히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환경부에 보증금제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환경부는 감사원 요구와 달리 자원재활용법을 고쳐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자체가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환경부의 계획도 시범지역의 1년 성과를 토대로 전국 시행 시점을 정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축소 시행 9개월 만에 ‘지자체 자율 시행’을 검토하면서 사실상 전국 확대를 철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환경부는 세종과 제주 외 지역에선 2025년 12월 2일 전 보증금제를 시행하도록 규정한 ‘1회용 컵 보증금 대상 사업자 지정 및 처리지원금 단가 고시’ 개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해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소상공인 부담과 제도 미적용 매장과 형평성이 개정안 발의 이유다.

실제 지난달 6일 열린 ‘K-플라스틱 순환경제 전문가 포럼’에서도 소상공인들의 성토가 이어졌다고 한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고장수 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날 포럼에서 “일회용컵 사용량의 상당수가 저가커피 프랜이즈 매장에서 나오지만 본사가 져야할 책임은 어디에도 없다”며 “(프랜차이즈 본사가) 막대한 이익은 가져가는 반면 사회적 책임을 지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승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일회용컵 감축이 필요하다는 것엔 전면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현재 컵생산자, 식음료 판매자, 소비자, 정부중 일회용컵 감축 책임은 전부 식음료 판매자에게 전가돼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2024년부터 전 세계 160개국이 합의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이 발의된다. 국경이 없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국가를 가리지 않고 1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오히려 있는 정책을 축소하고 유예하며 후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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