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다니니 ‘상권’ 살아났다”…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차없는 거리’ 해제” 촉구

최혜진 기자 / 2023-09-18 17:11:57
“서울시는 약속 지켜라”…서대문구‧상인 “서울시, 9월 중 해제 여부 결정해야”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서울시가 대중교통전용지구 재지정할 경우 거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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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일대 대중교통전용지구해제 여부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서대문구의 입장을 들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교회에서 열린 ‘연세로 차량 통행 업그레이드’ 결과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서대문구 홈페이지

 

[뉴스밸런스 = 최혜진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 대한 ‘대중교통전용지구’(이하 전용지구) 해제 여부와 관련해 서울시가 내달 1일부터 내년 3월까지 연세로에 다시 버스만 다니도록 해본 뒤 전용지구 존폐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서대문구와 일대 상인들은 "예정대로 이달 중 해제해야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8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이성헌 구청장은 지난 13일 창천교회 백주년기념관에서 지역주민과 상인, 관련 분야 전문가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연세로 차량 통행 업그레이드’ 결과 토론회에 참석, “서울시는 당초 약속대로 9월 중 연세로에 대한 전용지구 지정를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업경영학부 윤상혁 교수는 서울시 신용보증재단이 지난 4일 자로 제공한 데이터를 토대로 연세로 상권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연세로 상권의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액’ 증가율은 22.0%로 서울 지역 유사 대학 상권(서울대입구역 –4.1%, 교대역 14.8%, 건대입구역 11.5%)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연세로 상권의 ‘점포당 매출액’과 ‘유동 인구 증가율’ 역시 각각 23.0%와 38.6%로 모두 가장 높았다.

▲서울시 전체 ▲서대문구 전체 ▲연세로 상권의 ‘점포당 매출액’ 증가율을 비교해도 각각 8.2%, 20.3%, 23.0%로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서대문구는 “비교 대상 지역 3곳은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협의해 ‘매출액과 유동 인구 규모에 있어 연세로와 규모가 유사한 대학 상권’으로 시범 해제 전에 미리 결정해 놓았으며 서대문구가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교통기술사인 ㈜진성 김진환 대표는 올해 상반기 연세로 교통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연세로의 경우 현재 서비스등급 D등급이 나오고 있고 버스 통행속도 또한 ▲평일 평균 시속 11.65km(해제 전 12.30km) ▲주말 평균 시속 11.18km(해제 전 11.35km)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연세로 전용지구 시범 해제 후 연세로의 교통 서비스 수준(A∼F)이 D(안정된 교통류, 높은 밀도) 이상이고, 버스 운행 속도가 시속 10km 이상이면 ‘교통 소통 문제 없음’으로 판단하기로 했었다.

이 구청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과학적인 조사 분석 결과 ‘상권 활성화 효과 있음’과 ‘교통 소통 문제 없음’이 논란의 여지 없이 충족됐으므로 서울시는 시민과의 당초 약속대로 9월 중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구청장은 ‘코로나19가 끝나 매출이 증가한 건지, 대중교통전용지구가 해제돼 매출이 증가한 건지 알 수가 없다’는 서울시 주장에 대해 “유사 대학 상권과 비교해 연세로 상권의 증가율이 더 높다면 대중교통전용지구 시범 해제 효과 때문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가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재지정할 경우, 서대문구는 연세로 관리 주체의 자격으로 이를 거부하겠다”며 “모든 조치를 다 해 지역 상인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김봉수 신촌상가번영회장도 “서울시가 상권 하락을 걱정하는 주민 의견에 귀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서대문구는 ‘한층 넓어진 보행로 등 기존 연세로에 설치했던 보행자 위주의 각종 교통인프라가 훼손되지 않고 잘 유지되고 있고, 대중교통전용지구 시범 해제 기간 중에도 필요에 따라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같은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8월 30일 제320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 질문 답변에서 연세로 전용지구 해제와 관련해 “계절은 다르지만 비교를 해 봐서 더 매출이 많이 늘어나는 쪽으로 결정을 하면 10년, 20년을 내다보며 후회 없는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취지로 답했다.

오 시장은 또한 “(다른 장소와 비교하는 것보다는) 한 장소를 놓고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과연 대중교통만 다니게 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한번 비교해 보는 게 지혜로울 것 같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는 ‘연말연시와 계절적 요인 등이 있는데 2023년 상반기 6개월과 서울시가 추가 시행하겠다고 한 6개월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 정당성과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0만 유커 관광활성화 대책 등 신촌과 연세로 상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러 변수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동일 상권 내 다른 6개월간의 매출액 단순 비교를 통해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여부를 결정한다면 더 큰 혼란만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편 ‘연세로가 2014년부터 9년간 서울시 유일의 전용지구로 자리하는 동안 서울시에서 추가된 곳이 한 곳도 없으며, 국내 전용지구 1호인 대구 중앙로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일부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점도 서대문구의 전용지구 해제 요청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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