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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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다 되어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엔 숨 한 번 크게 내쉬고 호쿠사이의 판화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를 떠올린다. 거대한 파도 속 작디작은 배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매달리다시피 한 사람들을 보며, 산다는 건 원래 이렇게 안간힘을 쓰는 거구나 생각하곤 한다.
흔히 인생은 파도와 같다고 한다. 크고 작은 파도를 어떻게 맞을지는 각자의 몫이다. 휩쓸려 갈 수도 있고 파도를 타며 즐길 수도 있다. <파도를 타는 사람>의 저자 김훈종은 후자를 택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나를 지키며 유연하게 사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오디세우스를 불러온다. 오디세우스는 이타카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세이렌에 맞서 자신을 돛대에 묶었다. 저자는 이어 책 전반에 걸쳐 타자와의 비교, 시기, 질투 등 세이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법, 곧 ‘혜능의 직관, 장자의 자유, 공자의 견고한 주체성을 밧줄 삼아 나를 단단히 결박’하는 법을 일러준다.
이 책 <파도를 타는 사람>에서 저자의 가장 큰 장기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이다. 전작 <삶이 흔들릴 때 장자를 읽습니다>에서 그랬듯이, 저자는 적재적소에 다양한 영화와 책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무리한 부탁에서 벗어나는 법’이었다. 사실 요즘 내가 일에 부대낀다고 느낀 것은 무리한 부탁 때문이었다. 머리로는 거기까지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하고 꾸역꾸역 하다 보니, 본업인 도도서가 일에까지 영향을 받아 몸도 마음도 지쳤다.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 봐도 저에게 은혜를 베풀고 서로 좋아서 교류하는 지인은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습니다.”(259쪽)
“상대방을 귀히 여긴다면, 무리한 부탁을 쉽사리 하지 못합니다. 부탁을 일상다반사로 여긴다면 존중의 마음이 없다는 증거지요. 존중의 마음이 없는 관계는 유지할 가치가 없습니다.”(263쪽)
그제야 최근 내게 쏟아진 무리한 부탁 가운데 ‘존중의 마음이 없다’는 점이 나를 제일 힘들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 먹고사니즘 앞에서 일이든 관계든 당장은 끊어낼 수 있는 처지가 아니건만, 그래도 변화는 ‘인지’에서부터 시작되지 않던가. 내가 자신의 가치관, 취향, 시선으로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라는 저자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긴 것도 이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앞서 저자가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를 나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다는 점이다. 저자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얼굴이 아니라, ‘그저 파도에 몸을 맡긴 채, 고요히 중심을 잡으며 노를 움켜쥐고 있는 모습’을 봤다.
글이든 그림이든 보는 이의 마음이 투영된다 했던가. 아직 나는 파도를 즐길 능력이 없는 듯하다. 다만 파도를 즐기려는 마음가짐으로 이 책을 보며 계속 노력해보려고 한다.
인생의 파도에 휘둘리고 있는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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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지은 책으로 <기타를 못 쳐도 잘 치고 싶을 수 있잖아>가 있다. 인스타그램 도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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