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여기 책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북에디터 정선영 / 2026-08-05 00:05:00
어딘가에는 아마추어 인쇄공이 있다 |저자: 이동행 |온다프레스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정선영] 지난 일요일, <기타를 못 쳐도 잘 치고 싶을 수 있잖아> 출간 기념 북토크를 했다. 서촌의 아담한 갤러리 창성동실험실에 편집자, 북디자이너, 마케터, 독자가 함께 자리했다. 

 

북에디터의 책과 기타 이야기가 뭐 그리 궁금할까 하고 우려했던 바와 달리, 많은 분이 내 얘기에 귀 기울여줬다. 책에 실린 이야기보다 연주를 잘해서 놀랐다는 분, 자신 일과와 너무나 비슷해서 공감했다는 분 등 책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출판인의 고민까지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행사를 마친 늦은 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이 푸근했다. 

 

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책을 좋아하고 또 책을 만들고 있구나. 문득 <어딘가에는 아마추어 인쇄공이 있다>가 떠올랐다. 

 

이 책은 △온다프레스 △포도밭출판사 △이유출판 △열매하나 △남해의봄날 등 다섯 개 출판사가 함께 내는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전체 시리즈 중 ‘인쇄공’ 이야기이기 때문에 유독 눈길이 갔다. 출판계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었어도 인쇄공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종이책 한 권이 제작되기까지 몇몇 과정은 생략되기도 했다. 그런데 ‘레터프레스’ 인쇄공이라니. 출판계 종사자로서 궁금할 수밖에! 

 

레터프레스는 동판에 잉크를 바르고 강한 압력으로 찍어내는 아날로그 인쇄 방식이다. 저자는 자연을 주제로 한 그림을 직접 그려 동판에 담아 작품을 완성한다. 짐작하겠지만, 이 모든 과정이 수작업이다. 원래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어느 날 우연히 레터프레스 인쇄 방식 영상을 보고 ‘거대한 기계와 한 몸이 되어 박자에 맞춰 뭔가를 생산해 내는 모습’에 이끌렸다. 어디 가서 누구 밑에서 배운 게 아니라, 직접 손품 발품을 팔아 인터넷을 뒤지고 을지로를 오가며 좌충우돌하는 가운데, 저자와 아내는 기술이 조금씩 성장해나갔다. 

 

“우리는 아무리 힘들고 막막해 보이는 일이어도 그저 묵묵히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는 믿음을 얻었다. 처음엔 원래 다 힘든 법이니까. 중요한 것은 ‘그냥 하는 것’ 그리고 그 일을 지속하는 것이다.(본문 123쪽) 

 

아직도 나는 책 만드는 일이 어렵다. 매번 막막하다. 날것 그대로 원고를 받아 들고 내가 과연 이 원고를 책으로 잘 만들 수 있을까, 내가 그럴 깜냥이 되나 싶을 때가 많다. 적지 않은 책을 만들었어도 매 책이 새롭다. 지치고 막막할 때면 그래도 내가 경험적으로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 하나를 떠올린다. 어떻게든 마감은 된다. 어떻게든 책은 나온다. 그것이 내가 하는 일에서 내게 익숙해진, 당연해진 사실이다. 

 

저자가 태백으로 이주 후 작업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부분도 흥미롭다. 서울에서 살던 부부 두 사람이 태백에 살며 일하자니 용지 구입(레터프레스용 용지는 나조차도 생소한 것들이었고, 이들은 이전까지 종이를 직접 발품을 팔아 구입했다)이나 재단이 쉽지 않아져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결국 이들은 ‘종이집에 종이 구매를 요청하고 그 종이를 재단집으로 보내서 종이를 자른 뒤에, 마지막으로 재단집에서 우리집으로 우편으로 부쳐야 하는 구조’를 생각해냈다. 

 

“막상 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 하지만 처음 하는 일은 낯설고 두렵다. 가슴이 두근두근 떨린다. 마치 링 위에 오르는 권투선수처럼 ‘할 수 있다! 얍!’ 하고는 곳곳에 전화를 돌린다. (중략) 종이도 재단도, 직접 방문해서 구매한 것과 다를 것 없이 완벽했다.” (본문 149쪽) 

 

나 역시 오늘도 원고를 눈앞에 두고 “후, 할 수 있다!”고 외쳐본다. 아마추어 인쇄공 부부처럼 몸으로 부딪힌 시간들이 자양분이 되어 또 한 권의 책을 마감할 힘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인쇄와 출판이 아무리 사양 산업이어도, 어딘가에 아마추어 인쇄공이 있듯이 어딘가에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딸깍 몇 번으로 AI가 글을 쓰고 전자책까지 출판하는 세상에도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쉼표 하나에도 오랜 시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또 외쳐본다. “여기 책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지은 책으로 <기타를 못 쳐도 잘 치고 싶을 수 있잖아-북에디터가 기타를 배우는 이유>가 있다. 인스타그램 도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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